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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문화도 포용하는 불자

기자명 법보신문

“한국 기독교인들 제사 거부, 이해할 수 없어”

어렸을 적 보수적인 유대교 집안서 성장해
불자지만 기독교 신앙·문화에 거부감 없어


한국인들 자신의 종교신념에 충실한다면서
전통문화와 정신 배척하는건 어리석은 행동

 

 

▲수미런던 법사는 어렸을 적 보수 유대교 집안서 성장했다. 수미런던 법사가 생활하고 있는 듀크 불교공동체 인근에 있는 교회.

 

 

지난해 겨울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남편과 나는 프랑스 성당 건물을 닮은 대학 채플로 나의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전통적인 ‘성서 봉독과 찬송 행렬’에 동참했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라는 캐롤이 아치 사이에서 울려 퍼질 때 가사를 거의 완벽하게 기억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천사의 찬송’, ‘다 경배하자 주께’ 등 또 다른 나머지 찬송가도 나는 마찬가지로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익숙하게 찬송가를 부르는 것 자체가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불교 독송보다는 개신교 음악에 더 친숙해 있었다. 내가 불교 기도문 보다는 기독교 기도문을 더 많이 암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바로 그 때였다. 또한 나 스스로가 자아 존재에 대해 덜 의식하게 되고 좀 더 편안하게 느끼게 되는 것은 불교 사원보다는 기독교 교회에서 그러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깨달았다. 나는 어린 시절 선(禪) 센터에서 자랐고 16세 이후에는 전적으로 불교식 삶을 살아왔다. 몇 년 간은 위빠사나 수행센터에서 생활하면서 센터의 일을 했음에도 그러했다.


지금 이순간은 그런 사실을 나 스스로 인정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나는 문화적인 배경으로는 기독교인, 특히 뉴잉글랜드 지역 개신교 교인이다. 나는 오래되고 꾸밈없고 나무로 지은 교회를 사랑하고 좋아한다. 설교 듣기를 즐기고 바닥 보다는 의자에 앉는 것을 편안하게 느낀다. 모국어인 영어로 소리 내 기도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결혼식은 불교식 의미를 내포하기는 했으나 형식은 분명 기독교식이었다. 나의 삶 곳곳에는 어렸을 적 내 몸에 배인 기독교식 분위기가 여전하다.


2003년, 달라이라마가 인터뷰에서 하셨던 말씀이 나를 오랫동안 당혹하게 했다. 성하는 “불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불교로 개종하지 말라”고 충고했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이러한 가르침을 강조해 오신 달라이라마는 2009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발표한 봉축 법어에서도 다음과 같이 강설하다.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을 위하고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비추어 볼 것 같으면 불교도가 인류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다양한 이타행에 비하면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불교도로 개종시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부처님은 이타행을 통해 자족하는 삶과 관용의 가르침을 여실히 보여주셨습니다. 그의 가르침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도와 줄 수 있으면 도와주고 그렇지 못하면 최소한 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부처님도 우리와 같이 고통을 받고 감정의 굴곡에 휘둘리는 평범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꾸준하고도 쉼 없는 정진을 통해 깨달음을 증득하셨습니다. 체계적인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처럼 우리도 이룩하고자 노력만 한다면 그렇게 될 수 있는 잠재능력(佛性)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생활에서 구체화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종교 지도자들이 자신이 믿고 따르는 종교로의 개종을 원하고 있는 점을 생각할 것 같으면 달라이라마의 그러한 선언은 더욱 놀라울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교를 이해하기 위해, 종교적인 정체성의 문제로, 낯선 외래 환경이 가져다주는 거북함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서구인들을 보면서 달라이라마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불교적인 생활방식에 몰입해 있는 서구 불자들을 알고 있다. 그들은 내생, 업(業) 등의 개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여전히 서구식, 유대교 기독교식 관점에서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출생과 성년, 결혼, 죽음 같은 삶의 추이와 관련된 인생의 큰일을 맞이하는 경우 많은 서구 불자들은 기독교식 의식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몇 년 간을 부처님의 도량에서 불교적인 세계관으로, 불교적인 가르침에 따라 생활한 후 자신의 본래 종교로 되돌아간 서구인의 모습이다. 본래 종교로 돌아간 그들은 자신이 믿어온 종교의 가치와 깊이를 더욱 절실하게 발견하게 된다. 보수적인 유대교 집안에서 자랐고 어릴 때 ‘헤브라이어’를 배운 ‘레베카’라는 나의 친한 친구와 최근에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5년 동안 그녀는 그녀 자신의 종교를 떠나 상당히 진지하게 불교를 공부해 왔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도 똑같은 명상센터에서 머물면서 일을 했었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면서 그녀는 2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자신의 어린 시절 종교인 유대교에 대해 어떤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요즈음 그녀는 유대교 예배당인 ‘시나고그’ 에 나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녀는 내게 이런 회귀에 대해 스스로도 놀랐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자기 자신의 종교에 대한 가치를 재확인하고 있다. 그녀는 매우 편안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복음주의나 기타 새로운 형태의 기독교식 문화환경은 제쳐두고라도 나 역시 전통적인 기독교 문화환경에서 불교 사원보다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 인정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업(業)과 내생 개념이 전적으로 이해되고 ‘유용하다’고 여기는 등 모든 측면에서 나는 스스로를 불자라고 확신한다. 나는 명상 수행을 하고 있고 팔리어로 독송을 하며 친구들은 불자이고 남편도 불자이다. 집안에 불단(佛壇)을 모시고 있고 손목에 염주를 감고 있으며 불교에 대해 글을 쓰고 경전을 공부한다. 또 불교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유일신, 천당, 지옥을 믿지 않으며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구세주라고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음악과 예술, 전례(典禮), 문화의 영역에 대해서는 기독교 방식이 내게 더 자연스럽게 와 닿는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나는 이런 까닭으로 기독교를 믿는 한국인들에 대해 때때로 의아해한다. 한국 및 아시아의 종교문화전통과 기독교식 양식을 조화시키기 위해 그들은 발버둥치고 있다고 들었다. 예를 들면 조상 숭배 전통은 기독교 교리와는 배치된다. 하지만 이런 관습이 너무도 깊이 아시아 문화 전통에 스며들어 있어서 한국인 기독교도가 어떤 형태로든 여기에 관여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어느 특정 종교에 좀 더 충실해지기 위해 자신의 본래 문화 배경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문화적 뿌리가 자신의 종교 신념과 기묘하게 혼합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 전통의 복합성을 받아들여 포용하고 그 뿌리를 존경하지 못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 수미런던 지도법사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양한 문화종교의 형태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궁금하다.
 

수미런던 듀크 불교공동체 지도법사 simplysumi@gmail.com 
번역 백영일 위원 yipaik@wooribank.com


다음은 영문원고 전문.


Culturally a Christian – In Every Other Way, a Buddhist


This last Christmas eve, my husband and I decided to take our young children to the university’s chapel, a building much like the cathedrals of France, to participate in the traditional Lessons and Carols pageant.  As the Joy to the World rang throughout the arches, I found myself singing along, knowing almost all the words. Likewise, I knew Silent Night, Hark the Herald Angels Sing, O Come Let Us Adore Thee, and all the rest. I could not believe it, but I was more familiar with the music of the Protestant tradition than the chants of Buddhism. It was then that I realized that I have memorized more prayers in the Christian tradition than in the Buddhist. And, I also saw quite frankly that I felt less self-conscious, more at ease, in a church than in a Buddhist temple.
 

And this, despite being raised in a Zen center in childhood, followed by a committed Buddhist life from the age 16 on, and having lived and worked in a vipassana meditation center for some years!
 

It is time for me to admit it to myself: I am culturally a Christian, in particular, a New England Protestant. I love the old, bare, wood churches. I like listening to a sermon. I like sitting in chairs instead of on the floor. I like verbal prayer in my native language. My wedding was in a distinctly Christian format but with Buddhist content.
 

For many years, I have puzzled over something His Holiness the Dalai Lama said in an interview in 2003. He advised those from other religions to not convert to Buddhism. I thought this was a striking statement, particularly since most religious leaders want others to convert to their religion! But over time, as I observed Westerners struggle with understanding Buddhism, with their religious identity, and with the awkwardness of being in foreign environments, I began to see what the Dalai Lama was getting at. I know Western Buddhists who are deeply committed to the Buddhist way of life, but they cannot accept the concepts of rebirth or karma, or they still kind of talk about the world from a Western-ish, Judeo-Christian perspective. When it comes to life passages—birth, coming of age, marriage, and death—many Western Buddhists are more comfortable with Christian-like forms of ritual.
 

But more significantly, what I have seen is that many Westerners, after spending some years in the Buddhist world, return to their home faith tradition and are able to find value and depth in it in ways they find compelling. I was recently on the phone with my dear friend Rebecca, raised in a Conservative Jewish home, and who learned Hebrew as a child. For about five years, she left that heritage and explored Buddhism, quite seriously in fact. She lived and worked at the same meditation center as I. Then, after leaving, she found herself in her late 20s feeling some stirrings for the Jewish tradition of her childhood. Lately she has been going to the synagogue and teaching children. She commented to me that she was surprised by this return, but now she sees the value of her tradition. I think she feels very much at home.
 

It is actually hard for me admit that I am more at home in a traditional (not evangelical or other new style) Christian setting than in a temple. I think of myself in every way as a Buddhist, including finding the concepts of karma and rebirth completely sensible and useful. I meditate, I chant in Pali, my friends are Buddhist, my husband is Buddhist, I have an altar, I wear a yumju on my wrist, I write about Buddhism, I study it, I think about the world in these terms. And, on the other side, I don’t believe in God or heaven and hell, and I do not believe that Jesus Christ is the one and only savior. But I can’t deny that when it comes to music, art, ritual, and culture, a Christian-like modality comes more naturally to me.
 

For this reason, I sometimes wonder about those Koreans who are Christian. I have heard that they too struggle with reconciling some of the religious-cultural elements of Korea and Asia with that of Christianity. Ancestor-worship, for example, doesn’t quite fit with Christian theology, yet this custom is so deeply woven into Asian culture that it is almost impossible for a Korean Christian not to participate in some way. I think it unwise to fight against one’s culture in order to adhere to a religion more perfectly. Why not embrace the complexity of our heritage and even honor our roots, even if those roots are mixed strangely with our beliefs? What do you think? How do you work with diverging cultural and religious fo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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