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한류를 보며 한국불교를 생각한다

기자명 법보신문

얼마 전 세계여성불자대회와 세계불교학대회에 참석차 태국과 대만을 다녀왔다.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때였다. 공항에서 짐을 부치고 보안검사장으로 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에는 남학생도 더러 섞여 있었지만 대부분 중고생쯤 되어 보이는 어린 여학생들이여서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그들은 어느 연예인을 기다리고 있는 팬덤이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많이 보았지만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라 놀랍고 신기해서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연예인은 놀랍게도 장근석이라는 신한류 스타였다. 방송에서는 일본에서 인기 있다고 하더니 대만에서도 인기가 많은 모양이었다.


이처럼 한류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미국에 갔을 때 곳곳에서 한류 이야기를 들었다.


미얀마에서 망명 온 여학생, 기숙사 옆방에 살았던 중국 여학생 등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은 나를 만나면 한결 같이 한류이야기를 했다. 스미스 칼리지에 도착한 첫날, 나를 초대한 제이미 허버드 교수의 일본인 부인 마키가 처음으로 꺼낸 이야기도 한류스타 배용준 이야기였다. 나중에 기숙사 옆방으로 이사 온 이집트 여학생이 한국에 대해 아는 것도 한류드라마 ‘대장금’이 전부였다.


사실 나는 한류드라마 한 편 제대로 본 적이 없고 요즘 유행한다는 K-pop도 샤카디타 대회 문화행사 중 한국 여학생들이 공연할 때 처음 들어보았다. 하지만 전공이 미학이다 보니 세상에서 벌어지는 문화현상을 관심 있게 보는 편이다.
최근 신한류에 대해 쓴 평론을 읽은 적이 있는데, 한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려면 철저하게 현지화해야 한다는 박진영의 주장이 옳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최근의 K-pop이나 신한류 드라마의 성공은 서양의 대중문화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한국 특유의 정서나 가족적 가치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만약 미국 드라마나 미국 대중음악을 따라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는데 공감 가는 내용이었다.


한국불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한국불교’를 고답적이고 과거에 묶인 어떤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K-pop은 전통적인 한국음악이 아니지만 현대 한국인들이 즐기는 한국적 정서를 실은 음악이듯이 현대 한국이라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불교가 곧 한국불교이다. 그것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서양에서 개발된 많은 명상방법과 심리치료가 역수입되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해서 한국불교를 그런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 실천법은 서양문화에 맞추어 변용된 것이기 때문에 현재 서양에서는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해외포교를 할 스님들을 양성하면서 그런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마치 독일에 가면서 소시지 만드는 법을 배워가는 것과 같다. 서양에서 포교하려면 서양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긴 하지만 서양에서 19세기 이래 개발된 그들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가서는 곤란하다.

 

▲명법 스님

더 중요한 이유는 이런 명상법들이 서양문명의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정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중 서양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다음에 이 문제를 더 살펴보고자 한다.
 

명법 스님 운문사·서울대 강사 myeongbeop@gmail.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