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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사, 공무원 맞나

기자명 법보신문

몇 달 전 외식한답시고 한 식당에 들렀다. 그저 그럴싸한 간판만 보고 들어갔다. 저쪽 방안에서 한참 분위기가 좋았다. 화장실 간답시고 문을 열고나서는 사람은 하나같이 말끔했다. 다들 꽤 고급스런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30대 후반이나 40대가 주였지만 그 흔한 배나온 아저씨 하나 없었고 자신감이 넘쳤다.


궁금했다. 뭐하는 사람들일까. 저리 때깔 좋은 남자들이 떼로 있다니. 우리나라에서 저 나이에 저렇게 당당한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그때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대단히 특별한 공무원’에 생각이 미쳤다. 남들도 수재라고 하고 자기도 수재라고 믿는 참 머리 좋은 이들의 집단. 그래 맞다. 검사다.


그리곤 다시 생각했다. 여기가 서초동도 아닌데 전국에 겨우 1800여명 있는 검사가 어떻게 여기에 이렇게 모여 있을까. 더구나 서민들이 들르기에도 정말 조금밖에 비싸지 않은 고깃집에서 회식이라니. 검사일까 아닐까. 그런데 검사였다.
그들이 나간 후 나는 카운터에서 계산하면서 슬쩍 물었다. “검사님들 자주 오세요?” 그러자 카운터 보시는 아주머니가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듯 놀랬다. 뿌듯한 비밀을 들켜서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나오는데 카운터 뒤편에 여당 대표를 지낸 분 사진이 사인이랑 떡하니 걸려 있었다. 그도 검사출신이었다.


최근 검찰에 조사받은 친구 이야기를 들었다. 검사에게서 어떤 사람도 죄인임을 밝혀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았다고 했다. 내가 식당에서 본 그 자신감이 조사실에서는 그렇게 나타나겠구나 싶었다. 또 한 친구는 잘 나가는 검사 선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떤 정치인에 대해 조사해보면 심각한 비리가 있을 거라고 거의 확신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기회만 주면 예의 그 자신감으로 확신을 사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확신을 법적 사실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검사밖에 없다. 그것은 법 집행의 준엄함이 될 수도 있고, 때론 무지막지한 권력이 될 수도 있다. 그들에게 권력을 준 이는 국민이다. 아주 간단한 이유에서다. 공정한 법 집행이 이루어져서 불의나 범죄에서 자신을 보호해주길 바란 것이다. 검사들이 검찰청에 앉아 자신의 똑똑함으로 그 권력을 제조한 건 아니다.


이런 질문을 한 번 해보자. 검사는 정의로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 알려지기로는 박연차 사건을 조사한 검사가 지금은 변호사가 되어 그를 변호하는 위치에 있다고 한다. 또한 검사시절 자기가 기소한 조직폭력배 두목을 이제는 변호하고 있는 변호사도 있다고 한다. 검사직에서 퇴임하는 순간 사실이 바뀌는 걸까.


얼마 전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정부나 국회와 갈등을 빚은 검찰고위직이 줄사표로 저항했다. 시골 평검사까지 나서 그랬다고 한다. 저항을 넘어 협박처럼 보인다. 그들은 스스로 그것을 대단한 결기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럴 때면 무슨 독립운동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랜저 검사니 스폰서 검사니 하며 체면 구기는 일이 터졌을 때는 왜 그런 결기를 보이지 않았을까. 누구 말대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니 나라도 책임지겠다는 식으로 반응을 보여야 하지 않나. 자기 조직의 가치가 훼손당했다고 생각할 때만 금세 반응을 보인다. 아무리 봐도 검찰의 가치는 정의가 아니라 권력인 것 같다.


검찰은 국민에게 권력을 빌려 행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에 그들도 공무원이다. 설마 ‘공무’가 뭔지 모르는 것일까. 식당에서 본 젊은 검사들의 당당함과 자신감 그리고 그 기개가 조직에 갇히지 않고, 공무로 쓰이길 바란다. 불행히도 현재로서는 대한민국 검사는 공무원이 아닌 것 같다.

 

▲김영진 교수

아무 수식도 필요 없이 그냥 검사다. 그럴 것 같으면 차라리 진짜로 독립시켜 줘야 하지 않을까. 공기 좋은 곳으로.

 

김영진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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