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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이들

기자명 법보신문

병고와 외로움에 방치된 장애인 많아
편견은 만나고 부딪힐 때 없어지는 것

경전에는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는 말씀이 있다.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쉬우니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는 가르침이다. 허나 막상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드물다. 그것이 큰 병일 경우에는 거동의 불편함을 넘어 일상적인 틀이 완전히 무너지곤 한다. 하물며 낫기를 바라기 어려울 정도의 장애를 천형처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면 어떨까. 지난 주 토요일 다녀온 의료봉사는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했다.


우리병원 직장불자회에선 이번 여름 지역의료봉사로 경기도 이천 승가원 자비복지타운을 선택했다. 그곳은 의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다른 시설에 비해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적다는 안타까움 때문이기도 했다.


오전 8시, 병원에 모인 우리는 곧바로 대형버스 두 대에 나눠 탔다. 다행히 전날까지 쏟아지던 비도 멈춘 상태였다. 이번 의료봉사에는 우리 병원 원장님을 비롯해 양·한방 의사선생님 6명 등 모두 60여명이 참여했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쯤 되어서였다. 원장 묘전 스님은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우리 일행은 법당에 들려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고 곧바로 준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의료봉사만 할 것이 아니라 그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는 취지로 한 팀은 노래방에서 장애인들과 노래하고 또 다른 팀은 그들과 축구시합을 벌였다.


나는 의료봉사에 참여했다. 강당에 의료시설 세팅이 끝나자 곧 진료가 시작됐다. 대부분 30~60대 연령이었다. 그러나 나이만 그럴 뿐 정신연령은 6~7세가 채 되지 않았다. 어떤 장애인은 머리, 배, 팔 등 온몸이 아프다며 찾아왔다. 그러나 의료진이 살펴보니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그는 치료해달라고 계속 떼를 썼다. 의사선생님은 청진기를 대고 치료하는 것처럼 하고, 나는 “스님 손은 약손, 스님 손은 약손…”을 반복하면서 배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잠시 후 그는 “와, 다 나았다. 이제 안 아프다”며 싱글벙글 좋아했다. 영락없는 아이였다.


40대의 한 환자는 무엇이 그리 무서운지 사시나무처럼 떨며 끊임없이 울어댔다. 마치 엄마 뱃속에서 막 나온 아기 같았다. 또 어떤 이는 수술 받고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쪼그린 채로 몸이 굳어진 경우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상태를 완화시킬 수 있을까 싶어 여러 선생님들이 온갖 애를 썼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처음 접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문득 가슴이 아려왔다.


원장 스님은 “우리는 이 분들을 사회로 돌려보낼 준비가 돼 있는데 오히려 사회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 장애인과 그 가족의 고통을 가중 시키는 것은 우리 사회다. 다름에 대한 끊임없는 편견과 차별들. 빈부, 학력, 피부색도 그렇겠지만 장애는 더욱 심각하다. 그런 사회 속에서 장애인을 방치하는 가족들만 탓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 또한 마음의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또 다른  장애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봉사를 끝낸 뒤 나는 스님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다시 찾을 것과 장애인들의 난타공연을 우리 병원에서 열겠단 약속을 드리고 버스에 올랐다. 편견은 가장 큰 장애로, 그것은 머릿속 생각만으로 없애기 힘들다. 만나고 부딪힐 때 비로소 사라질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봉사하며 스스로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공간이 되길 발원하며 우리는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대엽 스님 동국대병원 지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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