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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여름’

기자명 법보신문
  • 법보시론
  • 입력 2011.08.08 13:27
  • 수정 2011.08.08 13:34
  • 댓글 0

가슴 아픈 여름입니다. 예년에 없던 비가 이 땅에 쏟아졌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은 7월 한 달 동안 해 한 번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로 인한 피해가 너무도 막대합니다.


우면산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아직도 복구되지 않은 현장은 참혹하기 그지없습니다. 춘천에 자원봉사활동을 나섰던 젊은 대학생들도 산사태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직 청춘의 꽃도 피우지 못한 생명이었기에 더욱 안타깝습니다. 이에 대한 진상조사도 중요하고, 그에 따른 보상도 마땅히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근본적인 위로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규명과 보상이 고귀한 생명을 대신할 수는 없을 터이니 말입니다. 산사태에 직면한 분도, 피해를 당하지 않은 분들도 한 번쯤 귀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중국에 염불수행으로 중생을 제도하셨던 ‘묘협’이라는 스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염불수행이야말로 가장 쉽게 삼매에 이를 수 있다고 설파하셨던 스님입니다. 스님이 지은 ‘보왕삼매염불직지’는 총 22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중 ‘보왕삼매론’이 오늘날에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수행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열 가지 장애에 대한 대처법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쉬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보왕삼매론 첫 번째 대목입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의학적 시각에서 보면 치유의 시작인 셈이지요. 여기에 삶의 지혜, 생활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이 세상을 우리는 사바세계, 또는 인토라고 합니다. 사바세계란 산스크리트에서 온 말입니다. 사하다트, 사하를 중국말로 옮기다 보니 ‘사바’가 되었는데 ‘참고 견디어 나가야 하는 세상’이란 뜻입니다. 참을 인(忍)자와 흙 토(土)로 표현해 ‘인토’ 즉 ‘참는 땅’이라 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 세계는 우리가 매일 참고 견디어 가는 세상인 겁니다.


어떻게 참고 견뎌가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묘협 스님이 그 해답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병고로 약을 삼듯’ 역경을 순경으로 돌리는 겁니다. 나아가 역경과 순경을 둘로 보지 않는 겁니다. 즉, 병마저도 끌어안는 지혜를 갖는 겁니다. 병을 탓하고, 병든 몸만 원망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겁니다. 그래야 견딜 수 있고, 치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묘협 스님은 두 번째로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마라’하셨습니다.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스런 마음이 생기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하셨습니다.


천재든, 인재든 우리에게는 병이요 곤란입니다. 이로 인해 어떤 때는 망연자실해 지고, 어떤 때는 분노가 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절망해서는 안 됩니다. 절망에 빠진 순간 우리는 헤어나기 어렵습니다. 절망에 이르기 전에 발길을 돌려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산에서 은산철벽을 깨려는 선객도 이러한 인식의 대 전환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묘협 스님의 일언이 오늘날 수행인에게도 지침으로 남아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손바닥 한 번 뒤집듯, 마음 한 번 돌리면 또 쉽게 되는 일입니다. 그 한 번이 어려울 뿐입니다.

 

▲노현 스님

누군가를 ‘위로’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해서 위로되는 것 또한 아닐 겁니다. 결국 스스로 참고 견뎌야 할 뿐입니다. 묘협 스님의 일언을 음미하며 발길을 돌려주기 바랄 뿐입니다.

노현 스님 속리산 법주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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