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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재를 시작하며

기자명 법보신문

한국불교 자성·쇄신 없인 소수종교 전락
각 분야 진단하고 구체적 대안 모색할 것

이 땅에 불일(佛日)이 빛난 지 1700여년 동안 교각스님과 같은 왕족에서 욱면과 같은 노비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부처가 되었다. 승랑, 원효, 의상, 대현, 원측, 의천, 지눌 등 수많은 스님들이 동아시아 사상사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영광일 뿐, 지금 한국 불교는 위기에 있다. 소수종교로 전락하여 이제 모두들 우습게 여겼는지 예서제서 발길질이다.


스님과 불자들의 행동과 발언은 늘 우물 안의 개구리에 머물고, 종단 전체의 힘은 국장급 공무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에 기독교는 200여년 만에 불교를 압도하고 주력 종교로 부상하였다. 그 힘의 차이는 비교 자체를 불허한다. 남을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늘 내 안에 있다. 이번에도 올바르고 철저한 성찰을 바탕으로 제대로 쇄신하지 못한다면 한국 불교의 미래는 없다.


기독교가 ‘주술의 정원’에서 벗어나 자본주의와 결합하고 합리성을 추구하여 현대 종교로 탈바꿈하는 동안 불교는 2천여년 전의 교리를 그대로 우려먹는 데 급급하였다. 기독교가 현대 학교를 짓고 이곳에 투자하여 인재를 선점할 때, 불교는 팔짱만 끼고 있었고 애써서 강원을 나온 스님들조차 대우하지 않았다.


기독교가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서 민주화 투쟁에 나서며 대중들의 박수를 받을 때, 불교는 호국불교를 고집하다가 정권과 함께 지탄을 받았다. 기독교가 활발하게 인권, 평등, 복지 등 사회적 담론을 생산할 때, 불교는 절집 안에서만 큰소리를 질러댔다.


기독교가 빈민과 소수자를 구제하며 그들과 이에 감동한 대중들을 하나님 품으로 입도선매할 때, 불교는 말로만 대승이지 암자나 선방에서 나홀로 수행하며 고립을 자초하였다. 기독교가 도시 가운데 교회당을 짓고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아프리카 오지에까지 선교사를 파견할 때, 불교는 산중에서 고고하게 염불만 하였다. 신부와 목사들이 열심히 현대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공부할 때, 스님들은 화두에만 집착하거나 한문 공부에만 시간을 허비하였다.


기독교가 대통령, 장·차관, 판검사, 언론사 국장 등 최상층 엘리트들을 독점하며 강한 권력을 행사할 때, 불교는 절집 안의 권력다툼에만 연연하였다.


만해 스님이 ‘조선불교유신론’을 편 이후 이렇다 할 만한 교리와 승단의 개혁 및 현대화작업은 없었다. 늦게나마 종단 차원에서 불교중흥 대토론회와 5대 결사를 추진한 것은 상찬할 일이지만, 당위적이고 선언적이다. 비판과 성찰이 없고 구체적 실천방안도 보이지 않는다. 파괴 없이 창조는 없다. 처절한 성찰 없이 쇄신은 불가능하다. 파사(破邪)를 하지 않으면서 어찌 현정(顯正)을 바라는가. 지금이라도 온갖 삿된 것을 쳐버리고 과감히 썩은 살을 도려내고 시스템과 나 자신을 개혁하여야 한다.

 

▲이도흠 교수
이에 부문별로 나누어 비판하고 문제점을 진단하면서 성찰할 것을 제시하는 가운데 비전과 구체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도흠 교수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향가와 ‘삼국유사’가 전공이다. 서양 예술이론과 비평의 양대 산맥인 칸트의 미학과 헤겔의 미학, 마르크시즘과 형식주의를 종합한 우리 이론인 화쟁기호학을 창안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대의 사회문화와 세계관, 이데올로기 등을 하나로 아울러 문학작품을 연구하는 화쟁기호학의 특성상 국문학자이지만 역사와 철학에도 대단히 밝다. 계간 ‘문학과 경계’ 주간, 한양대 한국학연구소장을 역임했고 조계종 포교원 통일법요집 편찬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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