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세력과의 끝나지 않은 싸움
친일세력과의 끝나지 않은 싸움
  • 법보신문
  • 승인 2011.08.2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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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은 저렇게 총총한데 우리나라는 언제 독립을 되찾을 수 있을까.”


독립운동을 벌일 때 초월 스님1878~1944)의 간절함이 담긴 토로다. 최근 진관사가 연 학술세미나에서 불교의 항일운동 결사체인 ‘일심교’가 조명돼 눈길을 모았다. 초월이 독립을 목적으로 결성한 일심교 회원이 70~80여명에 이른 사실은 일제 강점기 때 올곧은 불교인들이 적지 않았음을 깨우쳐준다.


기실 광복 66년이 넘어서도록 우리는 친일과 항일조차 온전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항일운동의 묻혔던 진실이 곰비임비 나타나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조직적으로 친일 세력이 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때 조선 독립군과 가족들을 마구 학살함으로써 악명과 원성이 자자했던 ‘간도특설대’의 장교 백선엽이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영웅’으로 둔갑하는 풍경을 보라. 국가 기간방송을 자임하는 한국방송(KBS)까지 미화 다큐를 내보냈다.


시민사회 단체들이 한국방송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항의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어떤가.


한국방송 경영진은 “최근 일부 사회단체들이 KBS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물리적인 압력은 언론의 자유와 제작의 자율성을 위협하는 심대한 사태”라고 언죽번죽 주장했다. 그들은 “백선엽을 통해 민족상잔의 비극을 되돌아본 것일 뿐 미화하기 위한 방송이 아니었음을 누차 밝힌 바 있는 데도 친일방송으로 매도되어 매우 유감”이라고 되레 불쾌함까지 드러냈다.


일본군 장교로 독립운동가들에게 총을 쏘아댔던 백선엽을 부각하는 방송을 버젓이 방영하고도 ‘미화’는 아니라고 강변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친일 세력을 미화한 그들은 항일 운동가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는 방송을 앞두고 돌연 보류 결정을 내렸다.


‘KBS스페셜’이 1년 가까이 공을 들여 제작한 ‘대륙에 떨친 항일 투쟁혼 음악가 정율성’은 결국 방송되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추천한 한국방송 이사들은 ‘색깔 공세’를 서슴지 않았다. “친일도 나쁘지만 친북은 더 나쁘다”고 부르댄 그들은 이사직을 걸고 정율성 다큐를 막겠다고 나섰다.


정율성은 일제가 이 땅을 강점하고 있던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나 중국으로 넘어가 음악을 ‘무기’로 항일 운동에 참여했다. 현재 중국의 공식 군가인 ‘인민해방군가’의 작곡자인 그는 현대 중국의 ‘3대 음악가’로 꼽혀 그의 고향 광주에서는 2005년부터 ‘정율성 국제음악제’를 열어 왔다.


그럼에도 느닷없이 색깔공세를 펴 방송을 막은 한국방송 이사들이 친일도 나쁘지만 친북은 더 나쁘다고 주장한 대목은 위선의 극치를 달린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그들은 친일파 백선엽 다큐도 ‘나쁘다’며 막았어야 했다. 목숨 걸고 일제와 맞선 정율성의 다큐는 이사직을 걸고 막으며, 일제의 앞잡이로 독립운동가들 학살에 혈안이던 백선엽의 다큐는 두남두는 행태를 우리 어떻게 보아야 옳은가.


마침내 저들은 친일파를 적극 비호한 독재자 이승만 다큐까지 강행할 태세다. 과연 이 땅에서 우리가 자랑스러워 할 영웅이나 정치인이 그렇게도 없는가. 앞으로 우리 민족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저들의 지극히 편파적인 방송으로 새로 밝혀진 초월 스님의 일심교는 묻히고 말았다. 반면에 민족 반역자였던 백선엽은 위대한 인물로 대다수 국민에게 이미 각인되었고, 독재자 이승만까지 미화하는 방송이 곧 공영방송의 전파를 탄다.

 

▲손석춘

과연 그래도 좋은가. 불교계도 시민사회와 더불어 자기 목소리를 적극 내야 옳지 않을까. 친일의 문제는 비단 과거가 아니라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듯이 현실이자 우리 겨레가 살아갈 미래와 벅벅이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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