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야원에서 첫 설법을 한 후 부처님은 와라나시 부자의 아들인 야사(Yasa)와 그의 친구들을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 후 부처님은 이들에게 전법(傳法) 선언을 하셨다.
“이제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법을 전하러 가자. 다른 마을로 갈 때 두 사람이 같은 길을 가지 말고 혼자서 가라.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으니 이치에 맞게 조리와 표현을 갖추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법을 전하라.”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기 전 고행하던 네란자라 강 근처에 있는 우루웰라의 세나니 마을로 홀로 전법의 길을 떠났다. 그곳에는 마가다국왕의 신임을 얻고 있던 우루웰라 깟사빠, 나디 깟사빠, 가야 깟사빠 삼형제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소라처럼 상투를 틀고 바라문의 전통에 따라 웨다를 읽으며 성스러운 불을 숭배하는 자들이었다.
부처님은 우루웰라 깟사빠에게 그의 사당에서 하룻밤 묵고 가기를 청하자, 그곳에는 독룡이 살고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부처님께서 화신당(火神堂) 안에 가부좌를 틀고 앉자 독룡은 연기와 불을 뿜어 위협했지만, 결국 삼매(三昧) 속에서 불을 뿜은 부처님의 신통력에 항복하고 말았다.
화신당 안의 독룡을 조복(調伏)시킨 이야기는 간다라와 산치 제1탑의 탑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화신당 안에는 부처님을 상징하는 대좌, 부처님을 위협하는 독룡, 우루웰라 깟사빠가 숭배하는 불이 놓여있다. 화신당 건물 지붕에는 독룡이 뿜어내는 불과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든 부처님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그 광경을 상투를 튼 우루웰라 깟사빠와 그의 제자들이 우려에 가득찬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다.
|
드디어 우루웰라 깟사빠와 그의 제자 500명은 긴 머리칼을 자르고 제사에 사용하던 도구들을 네란자라 강물에 던져버리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나디 강가에 살고 있던 둘째 나디 깟사빠와 제자 300명, 가야에 살고 있던 막내 가야 깟사빠와 제자 200명도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장면 아래에는 네란자라 강가에 버려진 제사에 사용하던 불과 용구, 그리고 그것을 보고 놀라는 나디 깟사빠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유근자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