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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미련퉁이의 독화살 뽑기

기자명 법보신문

독화살 맞고도 따지기만 해서야

▲부처님이 들려주신 이야기.

따지기를 좋아하는 미련퉁이가 날아오는 독화살에 등을 맞았습니다. 위급한 형편입니다. 독이 몸에 퍼지기 전에 빨리 의사를 불러와야 합니다 의사가 와서 화살을 뽑고 약을 발라 치료를 해야 되거든요.


그러나 미련퉁이는 가족이 의사를 부르러 가는 것조차 야단을 쳐 말렸습니다.


“의사를 부르는 것도 급하지만 더욱 급한 게 있다. 화살을 뽑기 전에 먼저, 화살을 쏜 범인이 누구인지, 이름이 무엇이며, 신분이 무엇이며, 키가 큰지 작은지, 거친 살결인지 고운 살결인지, 얼굴 빛이 흰지 검은지, 동서남북 어느 마을에 사는지를 알아야 할 거 아니냐?”


미련퉁이는 말을 이었습니다.
“의사를 부르러 가서는 안돼! 그 활이 산뽕나무로 만든 것인지, 들뽕나무로 만든 것인지, 물푸레나무로 만든 것인지, 뿔로 만든 것인지를 먼저 알아야 할 거 아니냐?”


아들이 아버지 말씀을 따를 수가 없어서 의사를 불러왔습니다. 그러자 미련퉁이는 의사를 보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보시오. 아직 화살을 뽑지 마시오. 나를 쏜 화살의 활줄이 소의 힘줄인지, 사슴 힘줄인지, 무명실로 되었는지, 모시실로 되었는지, 삼으로 되었는지를 먼저 알아야겠소."


의사가 말했습니다.
“그건 차츰 알아도 됩니다. 먼저 화살을 뽑고 치료를 해야 될 거 아닙니까?”
다급해진 의사가 강압으로 박힌 독화살을 뽑으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미련퉁이는 화살을 뽑지 못하게 하려고 막무가내로 몸을 뿌리치며 소리쳤습니다.
“ 화살을 뽑아서는 안 된다. 활의 빛깔이 흰지, 누른지, 검은지를 먼저 알고 화살을 뽑는 게 일의 차례 아닌가?”
“아닙니다. 몸부림을 치면 안 돼요. 지금 독화살의 독기운이 온 몸에 퍼지기 시작했어요. 가만히 좀 계세요. 이러시면 화살을 뽑을 수가 없어요.”


의사의 말에 미련퉁이는 더욱 화를 냈습니다.
“아픈 건 나다. 지금 참지 못할만치 고통이지만 일은 순서를 지켜야 돼. 화살이 보통나무로 된 건지, 대나무로 만든 건지를 알아야 한다. 그것도 모르고 어찌 화살을 뽑으려 하는가?”
“안 돼요. 독이 온 몸에 퍼지고 있어요, 글쎄!”
“글쎄라니? 화살에 꽂은 화살깃이 보라매의 깃인지, 독수리 깃인지, 닭의 깃인지, 고니의 깃인지, 학의 깃인지 알고서 화살을 뽑아야 할 거 아닌가?”


이처럼 고집스럽고 따지기 좋아하는 미련퉁이는 화살촉이 창모양인가, 칼모양인가를 먼저 따지려 했습니다. 활을 만든 사람의 성과 이름을 먼저 안 다음에 화살을 뽑아야 한다고 우겼습니다.


그러다가 미련퉁이는 그만 기절을 하고 말았습니다. 독이 온몸에 퍼진 것이었습니다.

 

▲신현득

‘이때다’하고 의사가 박힌 화살을 뽑고, 독을 없애는 약을 발랐습니다. 덕분에 겨우겨우 살아나긴 했지만 고생을 열 배도 넘게 했다지 뭡니까. 의사를 빨리 불러와서 빨리 치료했더면 훨씬 고생을 적게 했을 텐데 말이죠.


이 이야기는, 생각을 잘못하는 제자 만동자(童子)를 가르치기 위해서 부처님이 들려주신 비유담이었습니다.


출처: 중아함 제60권 221 전유경(箭喩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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