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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0년 기독교가 1700년 불교를 압도한 연유 [하]

기자명 법보신문

민주화운동·빈민구제 사업 적극실천
대중의 삶 어루만져주는 설교도 원인

교회는 마을을 대체하는 공동체를 형성하여 신비주의와 ‘일상의 구원’을 결합하였다. 우리는 서울 한복판에 골목문화가 남아있을 정도로 공동체 지향성이 강하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골목에서 공을 차다가 돗자리를 깔고 숙제를 하고, 남정네는 막걸리를 마시며 시국토론을 하고 여인네는 집집마다 먹을거리를 가져와 수다를 떠는 모습이 흔한 풍속도였다. 그때 마을사람들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었고, 관혼상제의 일을 나누어서 하였다.


공동체가 사라지며 고독한 개인들이 그를 그리워할 때 교회가 이를 대신하였으니 사람들은 그리로 달려갔다. 관혼상제만이 아니라 신도들이 큰 병이나 고통에 처할 때도 목사를 필두로 신도들이 달려가서 위로한다. 기독교의 교리는 예수를 믿고 구원을 받아 천당에 가리란 것을 말하지만, 신도들로 형성된 공동체는 일상의 구원을 담당한 것이다. 신비주의와 일상의 구원이 결합하자 신비주의에 구체성을 부여하고 일상에는 거룩함을 더하였다.


아직 신의 구원을 받지 못하였다고 생각하는 신도들은 일상의 구원에서 오는 기쁨을 누리며 교회에 머물게 되고, 차츰 성령이 깃들면서 언제인가 신의 구원을 받는다. 이에 오순절 복음주의에 의한 현세적 신비주의,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에 의한 내세적 신비주의, 자유주의적 복음주의에 의한 금욕적 신비주의가 서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 땅에서 모두 꽃을 피웠다.


공동체만이 아니다. 기독교는 재빨리 한국화하였다. 초창기부터 갓을 쓰고 도포자락을 입은 예수상을 만들고, 한국의 전통사상과 동양사상을 융합하여 교리와 철학마저 한국화하였다. 유영모와 함석헌을 비롯하여 현인의 반열에 오를 만한 철학자들이 연이어 나타났고, ‘씨알예수’, ‘없이 계신 하느님’, ‘민중신학’ 등 본고장인 서양에서도 주목하는 한국 기독교 사상을 창조하였다.


기독교의 한국화는 한국적 맥락화를 추구하였고, 이의 한 방향은 사회민주화 참여, 활발한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졌다. 기독교는 예수님이 목수의 아들로 마구간에서 태어난 것을, 곧 가난한 자의 벗으로 이 땅에 와서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죽었다가 부활한 것을 강조한다. 군사독재 시대에 많은 목회자들이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의 고통과 신음을 외면하지 않았다. 목회자들은 억압받는 자의 편에 서서 민주화운동을 하고, 빈민을 구제하는 사회적 실천을 행하였다. 이로 기독교는 대중의 지지와 사랑을 받았고 도덕적 정당성을 획득하였다. 여기에 신부들의 청렴과 절제된 삶이 더해지며 더욱 대중들을 끌어들였다. 대중들은 신부들의 청렴과 절제된 삶을 접하면서 지도자로서 존경하게 되고 성직자로서 권위를 부여하였다.


기독교는 근대적 교육기관을 선점하여 파워엘리트를 양산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권력을 형성하고 적극적으로 사회 담론을 생산하였다. 기독교가 열세일 때는 ‘평등’과 ‘(종교와 사상의) 자유’를 사회 담론으로 부상시켰고, 정부, 재계, 언론계, 사법계, 학계에서 압도적 다수를 점한 후에는 친미 보수적 담론을 주도하고 있다.


다수의 좋은 성직자의 배출과 대중에 부합하는 설교 또한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다. 매년 100여곳의 신학대학에서 1만50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그 중 약 40% 정도가 목회자의 길을 걷는다고 한다. 이들 중 10%만 잡아도 매년 600명의 좋은 목회자가 배출되는 셈이다. 그들 중 성공한 목회자들의 공통점은 대중의 삶을 어루만져주는 설교로 신도들을 급속히 늘린다는 점이다.

 

▲이도흠 교수

위와 같은 몇 가지 연유로 기독교는 200년 만에 1700년의 불교를 압도하였다. 대다수가 불교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들이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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