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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국제학술대회와 조계사

기자명 법보신문

지난 연재에서 말한 것처럼 세계의 다양한 불교전통이 도입되어 한국불교를 변화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불교인들의 인적 교류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인적 교류 역시 한국불교를 알리는 통로이다. 올해 벌써 세계여성불자대회, 세계불교학대회, 대장경학술대회, 그리고 며칠 전 동국대학교에서 개최된 간화선 국제학술대회까지 크고 작은 국제행사들이 개최되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내외에서 더 많은 국제행사가 열릴 것이고 그와 더불어 한국불교를 알릴 기회도 더 많아질 것이다.


이 행사들을 통해 외국불자들이나 학자들은 한국불교의 어떤 면을 볼까? 올해 간화선 국제학술대회에는 박사 후 연수를 했던 스미스대학의 피터 그레고리 교수와 제이미 허버드 교수, 그리고 테네시대학의 미리엄 리버링 교수 등 잘 아는 외국학자들이 초청되었기 때문에 닷새간 백담사에서 열린 집중수련에 동참하여 그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열흘 남짓 짧은 기간이지만 그들은 한국불교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느끼고 체험했다. 주최 측이 준비한 간화선 수행과 여러 큰 스님 친견, 학회와 같은 공식행사 외에도 그들은 산사에서 스쳐지나간 스님들, 학술대회장에 모인 청중들, 도심사찰 한 모퉁이에서도 한국불교를 읽었다. 30여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피터 그레고리 교수는 한국불교의 발전에 대해 새로운 인상을 가지고 돌아갔으며, 비판불교학자로서 선불교에 대하여 비판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제이미 허버드 교수 역시 한국 산사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생활을 체험한 것에 만족해했다.


백담사 안거를 마치고 서울에 돌아온 날, 나는 대만 비구니 스님과 제이미 허버드 교수에게 조계사를 안내하고 인사동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는데, 서울 도심에 위치한 조계사에서 그는 한국불교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해냈다.


이 호기심 많은 학자는 조계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대웅전 옆에 모셔진 아기부처님 상을 비롯하여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 천정에 걸린 연등,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학자다운 예리함으로 관찰하고 캐물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대만, 몽고 등 그가 알고 있는 전세계 불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총동원하여 비교하곤 했기 때문에 우리는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법당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지만, 덕분에 내가 배운 것이 더 많았다.
무엇보다 그를 놀라게 한 것은 조계사 법당을 가득 채우고 있는 신도들의 모습이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 중 90% 이상이 기독교인이며 한국에서조차 불교가 기독교보다 열세에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던 그에게 그것은 한국불교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진실이었다. 기도시간이 아닌데도 스님의 집전도 없이 제각기 기도에 열중한 한국불자들의 모습에서 그는 깊은 감동을 받았으며 한국불교에 대한 우려를 거두었다. 신도들이 왜 각각 다른 책으로 기도드리고 있는지, 무슨 책인지, 그리고 왜 모두 여자인지 등등 그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바로 이곳이 한국불교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명법 스님

찬란한 불교 유물이나 간화선 같은 뛰어난 수행법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불교가 한국사회에서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무엇으로 세계인을 설득하겠는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앞서 한국사회에서 불교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이미 허버드 교수가 보았듯이 조계사에서 기도하는 중장년 여성불자들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명법 스님 운문사·서울대 강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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