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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학자들이 본 연등회

기자명 법보신문
  • 집중취재
  • 입력 2011.08.30 09:20
  • 수정 2011.09.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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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 왜 문화재 지정 돼야 하나
“불교에 세시풍속 융합된 대표적 전통 민속문화”

현대 연등회, 변질됐다는 주장
문화의 특수성 이해 못한 해석

 

형태나 모양 조금 달라졌다고
연등회 전통성 부정해선 안돼

 

문화재청이 ‘역사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연등회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을 보류한 것과 관련해 학계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특히 연등회가 부처님께 연등공양을 올리는 불교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연등회의 지정보류는 자칫 불교전통문화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장 미등 스님에 따르면 불교에서 연등은 어둠을 밝혀주는 지혜에 비유돼 연등공양을 중요시 여겼다. 특히 ‘대지도론’을 비롯해 ‘보살본행경’ ‘잡보장경’ 등 수많은 경전에서 연등공양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열거할 만큼 불교계에서 연등공양은 탐진치 삼독의 어둠을 제거하고 청정한 마음을 얻도록 하는 의식으로 여겨 왔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역사학계에서도 연등회가 1000년 이상 지속된 민중축제로서 ‘삼국사기’를 비롯해 ‘고려사’, ‘동국세시기’ 등 숱한 문헌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정 보류에 대해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는 “문화재에 대한 가치는 역사적 문헌 등 관련 자료 등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라며 “연등회의 경우 이미 수많은 기록 등을 통해 통일신라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민중 사회에서 널리 성행돼 왔다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로 충분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김상현 동국대 교수도 “연등회는 천년의 세월을 이어 온 가장 오래된 한국인의 문화적 자산 중에 하나”라며 “형태나 모양이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갖는 역사성과 전통성까지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속학계에서도 연등회가 민간의 풍속과 융화되면서 대표적 불교의례이자 전통적 세시풍속으로 전승돼 왔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는 “연등회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돼야 하는 점은 단순히 불교의 전통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해 왔다는 점”이라며 “고려시대 연등회를 살펴보면 이미 불교와 민속이 결부된 행사였고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다. 따라서 연등회는 다양한 전통 문화적 요소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민속축제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속학계에서는 연등회가 비록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를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문화의 보편적 특성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일부 문화재위원이 “현대 연등회가 전통적 모습에서 변질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문화적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해석”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경욱 고려대 교수는 “전통이라는 것은 새롭게 만들어지고 변해가는 것”이라며 “옛날 그 원형만을 고집한다면 전통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어 “문화재적 가치는 얼마나 전통적인 요소를 담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처럼 연등회도 본질적인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덕 한양대 교수도 “문화는 화석(化石)이 아닌 생물이며, 생체일 때 성장할 수 있고 그 진면목이 드러날 수 있다”며 “연등회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고 해도 이를 두고 원형의 훼손으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상일 성균관대 명예교수 역시 “지나치게 옛 것만 강조하다보면 연등회가 가지고 있는 본질을 놓칠 수 있다”며 “연등회는 전통을 토대로 현대의 예술적 감성이 녹아 있다는 점에서 중요무형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학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연등회의 전통성을 입증할 수 있는 학술적 고증절차를 시급히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는 “연등회의 문화재지정에 있어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연등회가 갖는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요소를 이어질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며 “불교계도 학계와 연계해 현대의 연등회가 전통적으로 계승돼 왔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는 논리를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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