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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약자의 마지막 수단

기자명 법보신문

온몸에 오물 묻혀 사자를 이긴 돼지왕

▲부처님이 들려주신 이야기.

대복(大腹)이라는 돼지의 왕이 있었습니다. 돼지 무리를 거느리고 히말라야산으로 들어가다가 길에 엎드린 짐승을 만났습니다.


“어떤 버릇없는 놈이냐! 나는 짐승의 왕이다. 대왕이 행차하시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니. 썩 비키지 못할까!”
돼지의 왕 대복이 큰 소리로 짐승을 꾸짖었습니다. 그런데 길을 막은 자는 사자였습니다. 사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갈기를 세우고 사납게 외쳤습니다.


“나는 맹수의 왕이요, 사자의 왕이다. 짐승의 왕이라니 누군고? 돼지로구나. 내 밥이 무리를 거느리고 오셨네. 기꺼이 먹어주지. 으르렁!”


대복은 깜짝 놀랐습니다. ‘이거 큰일 났구나. 지금 대결했다가는 우리 무리가 하나도 살아남지 못한다. 꾀를 써야지.’


돼지왕은 짐짓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과연 건방진 놈이로다! 그렇다면 나와 겨루겠다는 말이냐? 좋다. 내가 갑옷을 차려입고 무장을 하고 올 테니 사흘만 기다려!”


이것은 돼지왕이 위험을 모면하는 수단이었습니다.


“돼지 주제에 갑옷이라고? 그래 갑옷이 있거든 입고 오너라.”
사자는 돼지왕과 돼지 무리를 놓아 주었습니다. 되돌아온 돼지왕 대복은 사자를 물리칠 궁리를 했습니다. ‘저 사자와 힘으로 겨루어서는 그의 먹이 밖에 될 것이 없다. 비상수단을 쓰자. 꿀꿀꿀.’


마침내 한 가지 궁리를 얻었습니다. 돼지왕은 더러운 물을 모아 둔 오물 구덩이에 들어갔습니다. 오물이 몸에 푹 배도록 사흘 동안 구덩이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결의 날인 사흘 만에 오물 구덩이에서 나온 대복의 몸에서는 지독한 냄새가 풍겼습니다.


“제아무리 사자라 해도 이제는 나에게 달려들지 못할 걸. 꿀꿀.”
대복은 돼지무리를 모았습니다.
“사자는 강자요, 우리는 약자다. 강자를 이기자면 수단을 부려야 한다. 냄새는 좀 날 테지만 이것이 돼지 무리를 살리는 방편이다!”


냄새가 조금 날 거라 했지만 나쁜 냄새를 잘 견디는 돼지들 코에도 견딜 수 없는 악취였습니다. 사자는 돼지 무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냄새지? 비겁한 돼지왕이 갑옷을 입고 온다더니. 구린내를 몰고 오는군 ”
코가 밝은 사자는 돼지왕이 가까이 오기도 전에 코를 막아야 했습니다. 돼지왕이 큰 소리를 쳤습니다.
“여기에 짐승의 대왕이 왔다. 갑옷을 입고 무장을 하고 왔다. 나오너라, 싸우자!”
사자는 쫓겨가며 말했습니다.

 

▲신현득

“나는 백수의 왕으로서 깨끗한 먹이만 골라 먹는다. 너처럼 냄새 지독한 놈은 상대 않는다.”
냄새로 사자왕을 물리친 돼지왕 대복은 무리를 거느리고 히말라야산으로 들어갔습니다.
“어쨌건 이긴 건 우리쪽이야. 꿀꿀!”


그러나 세상에서는 돼지왕의 방법이 아주아주 비열하다고들 말했습니다. 


출처: <아함부 대정구왕경(大正句王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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