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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가정폭력-상

기자명 법보신문

폭력으로 자녀문제 대하는 건 자기만족

 

 

▲가정내 폭력이나 학대로 몸과 마음에 상처 입은 아이들이 사이쿄인에서의 공동생활에서 웃음을 되찾고 있다. 히로나카 스님은 “아이들은 나쁘지 않다. 부모가 반성하라”고 항상 강조한다.

 


아이를 키우고 가르칠 때 항상 생각해야하는 일이 있다. 바로 아이를 꾸짖는 일이다. 나의 경우,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규칙을 어긴 아이가 있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아이를 꾸짖는다. 그러나 한번 혼내면 그만. 그 감정을 질질 끌지는 않는다.


“아이를 때리면 안 된다”, “폭력은 절대로 안 된다”라고 하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실은 좀 꾸짖고 때리기도 해야 부모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아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폭력이나 학대는 엄연히 다르다. 이는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짓이며 아이를 힘으로 눌러 억지로 말을 듣게 하는 방법일 뿐이다. 내가 말하는 꾸짖음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 그것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한 어른이 많아졌다는 것을 나는 느끼고 있다.


우리 절에는 거의 매일같이 남편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폭행을 당하는 DV(domestic violence) 즉 ‘가정내폭력(家庭內暴力)’의 희생자에게 구조를 청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직장이나 가정, 혹은 애인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고 그저 공포에 시달리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면 나는 가슴이 아프다.


우리 절에 초등학교 5학년생 료타가 피신해 온 것은 2008년 10월이었다. 원인은 료타 아버지의 부인에 대한 폭력이었다.


료타 아버지는 일류대학교 출신으로 대기업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래가 촉망되는 인물이었고, 료타 엄마와는 같은 직장에서 만나 결혼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료타 아버지는 료타의 눈앞에서 엄마를 때리기 시작했다. 아버지에게 맞은 엄마가 병원에 가면 2주나 3주, 어떨 때는 전치(全治) 3개월이라는 진단을 받을 정도의 아주 심한 상처를 입었고, 엄마를 욕조 물속에 잠기게 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었던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료타 엄마는 아들을 위해서 자기가 혼자 참아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아무에게도 의논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 역시 아무도 폭행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채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료타 엄마는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폭행을 당하고, 이대로 있으면 죽을 수도 있다 싶어서 아들 학교의 선생님에게 급히 도움을 요청했고, 그 선생님에게 우리 절을 소개받아 피신해왔던 것이다.

 

부모의 정 느끼는 사랑의 매와
폭력이나 학대는 엄연히 달라
꾸짖을 때도 한 번이면 충분해


료타는 우리 절에 와서도 한참동안 커튼 뒤에 숨어서 살았다. 혹시 아버지가 쫓아오지 않을까, 아버지에게 엄마가 또 얻어맞지 않을까 해서다. 아직 어린 료타의 가슴은 항상 불안감과 긴장감이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실은 우리 절에 오기 전에 이미 료타 엄마는 용기를 내어 지방 법원에 가서 자신이 DV 피해자라고 이야기를 했었고, 료타 아버지는 법원에서 료타 엄마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버지가 그 명령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 엄마는 아들 학교 때문에 멀리 이사를 못가서 학교 근처에 방을 얻을 수밖에 없었고, 또한 료타 부모는 여전히 같은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항상 가까이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퇴근 시간에 회사 정문에서 엄마를 기다리다가 괴롭히기도 하고, 하루에 50번씩이나 전화를 걸어 협박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일단 우리 절로 피신한 료타와 엄마이지만 아직 이혼을 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료타의 친권(親權)이 아버지에게 있었고, 료타는 우리 절 근처 학교로 전학 시키는 절차가 복잡해서 거의 8개월이나 학교를 제대로 못 다녔다. 전학을 시키려면 친권자인 아버지의 동의가 필요하나, 료타가 다닐 학교를 아버지에게 알려 주면 아버지가 갑자기 학교로 찾아와 료타를 데리고 가버려도 학교 측에선 항의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료타 엄마에게 우리 동네 여성상담 센터나 시청에 상담하러 가라고 했는데, 거기서 료타 엄마는 이번엔 ‘말의 폭력’을 당하게 되었다. 상담하는 직원이 무심코 료타 엄마에게도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고 물었을 때, 료타 엄마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육체적인 폭행만큼 큰 상처를 입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DV의 이차(二次)피해’라 부른다.


료타 엄마는 2008년 11월 말, 경찰에다가 정식으로 DV 피해를 신고했고, 법원에다가 이혼 소송과 동시에 료타의 친권을 양도 받기 위한 소송을 걸었고, 결국 2009년 5월에 모두 성사시켰다.


료타는 물론 그 동안 학교를 다니고 싶어 했었다. 그래서 우리 동네 교육위원회에 사정 이야기를 하고, 친권이 아직 아버지에게 있지만 아버지 동의 없이 동네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야기가 잘 되어 드디어 료타가 우리 동네 학교에 가기로 한 그 날, 료타는 아주 일찍 일어나 아침 6시에는 모든 준비를 끝냈었다. 나는 료타와 엄마를 데리고 아침에 교장실을 방문했고, 담임선생이 와서 료타에게 “자, 우리 반으로 가자”라고 했는데, 료타는 “싫어!”라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학교에 왔는데, 료타는 왜 그랬을까? 료타는 순간적으로 아버지가 교실로 찾아올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 날은 교실로 가지 않고 그대로 우리 절로 돌아왔다. 그런데 밤이 되니까 료타는 내일은 꼭 교실에 가겠다고 한다. “그래, 내일도 아저씨가 학교에 데려다 줄게. 우리 같이 가자.” 그렇게 다짐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가정폭력 피해잔 마음도 상처
언제라도 기억날 땐 통제불가
주변에서 마음 헤아려야 극복


다음날 아침, 어제와 마찬가지로 먼저 교장실에 갔다가 담임선생이 와서 료타에게 교실로 가자고 했는데, 또다시 료타는 싫다고 했다. 이번에는 선생님이 무서운 눈으로 료타를 노려봤다는 이유였다. 어제 말을 안 들었던 료타에게 순간적으로 담임 선생님이 싫은 표정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폭행을 당했던 자는 엄마만이 아니었다. 얻어맞는 엄마를 보면서 료타 역시 마음의 폭행을 당하고 깊은 상처를 입었던 것이다. 엄마에 대한 폭행은 아들에 대한 학대이기도 했다. 실은 DV 피해자들은 상대방의 표정에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또한 어떤 물건이나 상황에 부딪칠 때 순간적으로 무서운 기억이 되살아나 감정 통제가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히로나카 스님

어느 날 내가 신선한 고등어를 사와 회를 뜨는 것을 보고, 료타의 안색이 갑자기 변하고 맨발로 밖으로 뛰쳐나간 적이 있었는데, 왜 그럴까 했더니 아버지가 고등어 회를 사온 날에 처음으로 엄마가 아버지에게 얻어맞았다는 것이었다. DV 피해자들의 마음 상처는 그만큼 깊다. 그런데 그들의 마음을 학교 선생님이나 상담원들이 얼마만큼 헤아릴 수 있는지 그것이 문제이다.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자료제공=주식회사 日本標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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