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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둔패기 대장과 슬기 대장

기자명 법보신문

어리석은 대장 때문에 죽을 뻔한 상인들

▲부처님이 들려주신 이야기.

대상이라 불리는 상인의 우두머리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대상의 우두머리를 대장(隊長)이라 합니다. 한 사람은 슬기롭고, 한 사람은 아둔한 둔패기였습니다. 두 사람은 500명 상인을 거느리고, 500대 수레에 상품을 싣고, 먼 나라에까지 가서 무역을 했습니다. 둔패 대장이 말했습니다. “내가 먼저 수레를 끌고 나서겠소. 당신은 뒤에 오시오.”


둔패기 대장이 앞서 나서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앞서 가면 수레자국으로 갈라지지 않는 길을 갈 수 있다. 소는 싱싱한 풀을 먹을 수 있다. 사람들이 휘젓지 않은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다. 마음대로 값을 불러 상품을 팔 수 있다. 앞서 가는 쪽이 백 번 낫지.’


슬기 대장은 뒤따라가면서 생각했습니다. ‘앞서가는 소와 수레들이 길을 고루어줄 것이니 뒤따라가는 편이 걷기에 편하다. 앞서가는 소가 억센 풀을 먹으면 곧 움돋이가 돋는다. 그래서 소는 더 보드라운 풀을 먹을 수 있다. 앞서가는 쪽에서 파놓은 우물물을 마시기만 하면 된다. 앞서 가는 쪽에서 흥정을 해두면 그 값으로 상품을 팔면 된다. 뒤에 간다 해서 손해보는 건 아니야.’


그때, 야차의 왕이 둔패기 대장의 길에 나타났습니다. 죽은 사람만 먹는 야차입니다. 야차의 왕은 하얀 소를 메운 예쁜 수레를 타고, 연꽃 한 송이를 들었습니다. 부하 야차들이 호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력으로 사람 모습을 하고, 온 몸을 비에 젖게 했습니다.


“이 먼길 오시느라 수고하십니다. 무거우니 싣고 가는 물독을 버리세요. 양식도 버리세요. 섶나무도 버리세요. 앞길에 물이 아주 많아요. 우리도 비에 함빡 젖은 걸요. 대왕님 머리칼도 연꽃 송이도, 우리들 옷도 이렇게 젖어 있잖아요?”


둔패기 대장은 그만 야차의 속임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물을 쏟아버리고, 물독은 깨버렸습니다. 섶나무도 버리고 출발했습니다. 그리나, 가도 가도 사막이었습니다. 둔패기 대장은 크게 크게 후회하였습니다.
“속았구나. 우리 모두 야차의 밥이 되는 수밖에.”
슬기 대장의 무리도 야차왕의 행렬을 만났습니다.
“무거운데 물독을 버리시죠.”
“물독을 버리다니?”
“보세요. 우리 모두 비에 젖어 있잖아요? 지나온 저곳에는 물이 많아요. 식량도 많지요. 섶나무도 버리세요. 가볍게 해서 가면 좋지요.”
“못 버리겠다. 내 눈으로 비와 물을 보기 전에는 못 버려!”
슬기의 대장이 고함을 쳤습니다.
“비 내릴 바람과 비 내릴 구름은 1유순 밖에서도 안다. 천둥소리도 1유순바깥에 들리고, 번갯불은 5유순 밖에서 보인다. 바람과 구름, 번갯불과 천둥소리도 없는데 어떻게 비가 내려? 이놈들 눈빛이 빨간 걸 보니 둔갑한 야차로구나. 몽둥이로 너희들 머리를 반 조각씩 만들어주마!”
슬기의 대장이 몽둥이를 들자 야차들은 질겁을 하고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드디어 슬기 대장의 대상이 앞서 가던 둔패기 무리를 따라잡았습니다.
“하나씩 쓰러지거든 달려가서 먹어버리는 거다.”
야차들이 나무 뒤에 숨어서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놈들!”

 

▲신현득

위급한 때에 슬기 대상들이 닥친 것이었습니다. 대상들은 야차를 닥치는 대로 두들겼습니다. 그중 몇 놈이 피 흐르는 머리를 감싸쥐고 달아났습니다. 슬기 무리가 야차를 내쫓고 물을 먹이고 밥을 먹여 모두를 살려냈습니다. 천만 다행이었죠.


출처:아함부 대정구왕경, 본생경 제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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