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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불교와 자본주의의 동거 [상]

기자명 법보신문

자본주의 가치 한국에도 깊이 스며들어
절집도 물신에 지배당하는 일 비일비재

간단히 말하여, 자본주의란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가 노동자를 고용하여 임금을 주고 상품을 생산하여 시장에 팔아 이윤을 얻어 이를 자본으로 축적하는 체제다. 지금 우리는 모두 이 체제 속에 살고 있다. 노동자는 임금을 받고 자신의 노동을 판매하고 시장에 가서 상품을 사서 소비한다. 자본가는 노동자가 실제로 생산한 것보다 임금을 덜 주고 잉여가치를 착취하여 자본을 축적한다. 이는 우리의 삶을 규정할 뿐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무의식까지 지배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자유경쟁을 바탕으로 한다. 누구나 자유로이 자신의 노동력을 발휘하여 생산을 해내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 누구든 합리적으로 경영하여 기업을 운영하고 시장에 상품을 내다팔아 자본을 축적할 수 있다. 어떤 상품이든 시장에서 자유경쟁을 하여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가격을 형성한다. 누구든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을 생산할 수만 있다면, 부자가 되는 길이 활짝 열린 것이다. 대중들은 일을 하여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원하는 상품을 사서 마음껏 소비하는 향락을 누리고자 기꺼이 임금 노동자가 되었다. 자신의 모든 능력과 가능성을 구현하고자 노동에 자신의 몸과 마음과 머리를 투여하였다. 이로 인해 엄청난 생산이 이루어졌다. 수십억 명이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데올로기적으로는 휴머니즘을 지향한다. 돈은 그리 견고하던 중세의 신분제도 무너트렸다. 돈은 누구에게나 같은 가치를 가지고 돌고 돌았다. 돈 앞에서 양반이고 왕족이고 서민이고 차별이 없었다.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든 직업을 선택할 수 있으며, 신분이 아니라 그의 노동력이 그의 임금을 결정하였다.


자본주의는 우리나라에서도 꽃을 피웠다. 19세기 들어 광산이나 수공업을 중심으로 임금노동이 발생하였고,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화폐(상평통보)가 발행되었으며, 보부상과 객주 등의 상인조직은 5일장을 전국적인 시장체제로 엮었다. 하지만, 이는 본격적인 자본주의 발전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으며, 일제시대에 와서 식민 자본주의가 이식되었다. 이후 미군정기에 한국은 세계 시장에 편입되었고, 1960년대 이후 명실상부한 자본주의 발전을 이루게 된다. 신흥자본주의 국가였던 한국은 이제 G20에 소속된 강소국으로 부상하였다.


그러는 사이 자본주의의 가치는 더욱 깊게 한국사회에 스며들었다. 대의와 명분을 중시하고 정에 이끌리던 이들이 점점 물신적 가치를 추구하였다. 공동체는 해체되고 이기적 욕망으로 가득한 개인들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은 파괴되고 그 자리를 공장과 산업 및 위락시설이 대체하였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격차와 갈등은 점점 심화하고 있다. 대중은 노동으로부터, 타인으로부터,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절집도 예외는 아니다. 믿음의 깊이는 돈의 크기로 대체된다. 수행보다 불사에 더 관심을 두는 절이 점점 많아진다. 신도들은 과연 어느 만큼의 돈으로 스님들께 고마움을 표현할 지 고민한다. 스님 또한 무소유를 외치며 돈을 멀리하고 수행에만 정진하려 하지만 돈 때문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아예 물신(物神)에 지배당하는 일도 벌어진다. 스님들이 돈과 이를 부릴 수 있는 자리를 놓고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교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돈을 벌려고 행하는 행사가 허다하다. 주지의 선거 때만 되면 엄청난 액수의 돈이 돈다.

 

▲이도흠 교수

무엇보다도 재가불자들은 돈을 벌고 재산을 축적하는 것과 불교 교리를 어떻게 조화를 시킬 것인가 고뇌한다. 이제 불교도 이런 문제에 답을 하면서 자본주의와 조화를 이룰 방편을 모색해야 하리라.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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