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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불교와 자본주의의 동거 [중]

기자명 법보신문

불자들 영리추구하며 수시로 갈등
불교교리 차원의 정당성 부여 시급

자본주의는 무엇보다도 개인에게 엄청난 자유를 부여하였다. 신분의 굴레에서 해방되어 누구든 직업을 선택하고 그곳에 가서 일을 하고 임금을 받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다. 누구든 자신이 가진 자원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발휘하고 개인의 능력을 구현하여 영리를 추구하고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바로 이것이 경이적인 대혁신을 낳았다.


앞에서 간략히 말한 대로, 새로운 체제가 나타나자 기독교는 재빠르게 결합하였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이 낙타를 타고 바늘귀를 지나는 것처럼 어렵다고 말하던 것이 기독교였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나타나자 중세 말기의 성직자들은 연옥이란 공간을 설정하여 부자가 지옥으로 가지 않고 이곳에 갔다가 천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장 칼뱅은 소명으로서 직업론을 펼쳐서 직업에 충실하여 부를 축적하는 것이 바로 신의 소명을 잘 받드는 것이라고 주장하여 자본 축적에 교리적 정당성을 부여하였다. 막스 베버는 칼뱅의 이론을 바탕으로 프로테스탄티즘에서 보면 검약과 절제를 통한 부의 축적이 외려 신의 소명을 실천하는 길로 해석되며 이것이 자본주의 발전을 이끈 ‘근대적 경제인’을 형성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막스 베버가 인종주의적이고, 서구 중심적인 편견을 가진 학자임에도 이런 주장은 당시 유럽을 지배하던, 마르크스로부터 촉발된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기류를 단숨에 돌려버리고 유럽의 근대적 주체들이 자유롭고 당당하게 자본주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윤리적 정당성을 부여하였다.


불교는 욕망의 소멸을 추구하고 일상에서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을 살려하기에 본디 자본주의와 맞선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우리의 의식만이 아니라 감정과 무의식과 상상력의 영역까지 지배하고 있다면, 모든 신도들이 영리추구를 행하면서 수시로 갈등을 하고 있다면, 절집에서조차 재화의 증식과 부처님 말씀 사이의 조화에 고민하고 있다면,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에서 행한 것처럼 불교 교리에서 영리추구와 자본 축적을 정당화하는 길, 좌파와 우파 정당이 동거정부를 만들듯 동거할 길은 없을까.


박경준 교수의 역작인 ‘불교사회경제사상’에 어느 정도 답이 있다. ‘앙굿따라 니까야An.  guttara Nika-ya’에 “비구들이여, 눈먼 사람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 여기에 어떤 사람은 재산을 얻거나 늘리는 눈을 갖고 있지 않다. …비구들이여, 두 눈 가진 이는 어떤 종류의 사람들인가? 그는 재산을 얻거나 늘리는 눈을 갖고 있다. 그는 또한 선한 방법과 악한 방법, 비난받고 칭찬받는 방법, 천하고 고상한 방법, 떳떳하고 어두운 방법을 잘 분별하는 눈도 갖고 있다. 비구들이여, 이러한 사람을 두 눈 가진 이라고 부른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 니까야에서는 재산의 획득과 증식을 하지 못하는 이를 눈 먼 사람으로, 재산의 획득과 증식은 행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윤리적 정당성을 상실한 이를 한 눈만 있는 이로, 재산의 획득과 증식을 할 줄 알면서 이를 윤리적으로 정당하게 행하는 이를 두 눈이 있는 자로 분류하고 있다. 일정한 윤리규범에 따라 재산을 획득하고 증식하는 자야말로 세 부류의 인간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자다.

 

▲이도흠 교수

‘증지부(增支部)’엔 다섯 가지로 재의 효용을 펼치고 있다. 부모, 아내, 자식, 하인, 일꾼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 우인(友人)과 동료를 즐겁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 가뭄과 홍수, 도적 등 재난에 대비하고 상속하기 위하여, 친족, 손님, 아귀, 왕, 신에 대한 다섯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인내와 겸손으로 자아를 성취한 성자들을 공양하기 위해 재화는 필요한 것이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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