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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위해 죽어간 동물 한 달래다

기자명 법보신문
  • 생명
  • 입력 2011.09.19 18:34
  • 댓글 0

명상단체 수선재, 고흥서 해원 동물농장 운영
시멘트 대신 톱밥 깐 축사…인도적 양육 모델

 

▲해원 동물농장은 억울하게 죽은 동물들을 위한 공간이다.

 

 

1000만 마리에 가까운 동물들이 생명을 잃었다. 2010년 서울시 인구 1031만2545명에 육박한다. 한국 남자(평균키 174cm) 1000만명을 줄지어 눕힐 때 서울에서 부산까지(394.5km) 22번 왕복하고 남는다.


올해 한국을 휩쓴 구제역 탓이다. 구제역 발병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동물들은 생매장 당했다. 국내에서는 공장식 축산업과 인간 중심 가축 양육 방식, 동물학대 등 구제역 발생 근본 원인에 대한 비판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대안으로 채식 위주 식단, 동물복지를 고려한 가축 사육 환경을 촉구하는 여론이 빗발쳤다. 국회는 6월29일 본회의에서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 및 동물복지위원회 설치, 동물학대 구조·보호조치 및 벌칙 강화 등을 주요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보다 앞서 지난 4월28일 국내 한 명상단체가 구제역 등으로 원통하게 죽은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는 동물농장을 개원해 세간 이목을 끌었다. 명상학교 수선재 도반 안화윤, 김성휴, 오종원씨가 뜻을 모은 것. 이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원통하게 죽은 생명들의 한을 풀어주며, 인간과 동물의 공존 모델을 제시하고자 했다. 6개월 간의 준비를 거쳐 전남 고흥 포두면 옥강리 봉암마을 인근 산자락에 ‘해원(解寃) 동물농장’을 열었다.

 

 

 

 


농장 주인은 철저히 동물이다. 농장 입구 초가집엔‘동물나라출입국관리소’라는 이색 간판이 붙어있다. 탐방객들은 손님이므로 출입카드를 작성해야 한다. 동물나라출입국관리소 옆에는 동물 사진 등이 붙어 있는 30여m²(약 10평)의 축사카페가 있다. 진흙으로 동물을 만드는 체험공간이나 동물 관련 책들도 마련돼 있다. 농장에 동물을 돌볼 사람들이 머물 숙직실은 지을 예정이지만 별도의 주거공간은 만들지 않을 계획이다.


동물농장은 아름다운 공존과 해원을 위한 세 가지 목표를 세우고 운영 중이다. 첫째는 인도적 동물 양육 모델 제시다. 토끼, 소, 돼지, 닭, 양, 개, 고양이, 말 등 인간과 가까운 동물을 기르되 동물복지를 최대한 고려했다.


5만6000m² 규모인 농장 동물 20여 마리는 축사 9곳에 흩어져 산다. 축사마다 독특한 특징이 있다. 소는 초가집, 닭은 반원형 대나무 집, 개는 나무 집에 산다. 축사 바닥은 딱딱한 시멘트 대신 톱밥과 겨 등이 깔려있다. 또 동물들은 좁은 우리가 아닌 농장을 자유롭게 다니며 다른 동물들과 어울려 산다.


해원(解寃). 원통함을 푼다는 뜻이다. 세 가지 목표 중 두 번째는 원통함을 풀어주는 일이다. 동물들 영혼을 위로하는 조형물 ‘해원의 탑’을 조성해 ‘21일 해원제’를 봉행하기도 했다. 동물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해원엽서쓰기’ 체험 프로그램은 인기다. 단순히 먹을거리로 생각한 동물들이 같은 생명체임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세 번째 목표는 생명의 소중함 알리기다. 여러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농장 입주 동물 이야기를 소개와 동물 모양 토우 만들기, 숲 명상길 걷기 등이다. 해원의 탑이 자리한 해원동산에서 토우를 탑 주변에 놓거나 돌을 탑 위에 올려 동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시간도 제공한다.


안화윤 농장 대표는 “동물을 사랑하고 생명체로 인식해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하는 과정이야말로 그동안 단절된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곳에서나마 인간과 동물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문화를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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