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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감동만이 전법을 성공으로 이끈다

기자명 법보신문
▲포교학 개론

종교를 선택한다는 것은 인생의 나침반을 선정한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인생 방향타의 선택은 얼마나 중요한가. 종교를 어머니, 아버지, 조상님들로부터 자연스레 물려받은 경우는 크게 얘깃거리가 될 게 없다. 그러나 종교가 없던 사람이 또는 타종교인이 개종을 한다거나 종교를 선택한다 할 경우 그들의 선택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종교사회학에서는 물질 만능의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탈종교적인 분위기가 세계를 풍미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이나 유럽도 그런 분위기가 지배적이라 듣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타종교가 어려워서인지 불교가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 개신교와의 갈등 양상이 점차 심화돼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개신교 신자가 줄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 이 땅에도 탈종교 바람이 불고 있는 듯 여겨진다. 이 같은 상황 하에서의 포교는 더욱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종교를 가지려는 사람들이 “왜 하필이면 불교인가?” 물을 경우 그에 적절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백화점의 물건처럼 많은 여러 종교들 가운데 불교를 선택해야만 될 이유를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가. 부처님께서도 우발리 존자에게 굳이 개종할 마음을 내지 말라고 말씀하셨고, 달라이라마도 말끝마다 굳이 개종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또 얼마 전 발표된 ‘아쇼카 선언’에서도 굳이 개종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이 같은 상황 하에서 어떻게 포교를 해야 하는가, 물어오는 스님들이 있다.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느 선생님께 들은 얘기다. 수십 년 교편을 잡고 살아오는 가운데 대부분의 우수한 학생들의 부모들은 절대로 아이들에게 공부하라, 공부하라 강요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이 우수해서도 그렇겠지만 아이들에게 강요하기보다는 항상 대화를 통해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잘 깨닫게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얘기를 듣고 충분히 깨달음을 얻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를 견지한다. 공부는 강요로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마음 가운데 동기유발이 참으로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항상 느낀다.”


불교식으로 말한다면 마음 가운데 발심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믿어라 믿어라” 강요해서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충분히 설명해 주고 스스로가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얻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시대가 많이 바뀌어 강요한다고 믿는 세상은 지나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기독교인이건 가톨릭을 믿건 와서 들어보자, 공부해보자, 함께 토론하고 얘기해 보자, 이렇게 유도하는 것이다.


판단은 스스로가 내리는 것. 믿고 안 믿고는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개종하라 말라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가 공부해 보고 설득력 있고 믿어지면 믿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도 끝없이 법문을 설하시지 않으셨던가. 그리고 끝없이 질문을 받고 또 설명하시지 않으셨던가. 대표적으로 ‘금강경’을 보라. “수보리야, 네 생각이 어떠하냐”고 항상 물으시고 또 대답하시곤 하지 않으셨던가.


“공부하라 말라, 개종하라 말라, 믿어라 말라” 강요할 이유가 없다. 그저 끝없이 얘기하라. 가르쳐라. 펼쳐라. 최선을 다해 정성을 다해 깨닫도록 유도하라. 깨달음이 없는 곳에 관점의 변화, 마음의 변화가 올 리 만무한 법이다.


부처님께서도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법을 설하라 하셨다. 믿고 안 믿고는 자유다. 그들이 진실로 믿고 싶도록 부처님 가르침을 전달할 수 있는가. 그만한 실력과 수행력을 갖추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 보아라.
포교가 어려운 점은 그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것이고 그들의 마음을 부처님을 향해 나가게 하는 것이다. 믿고 싶도록 동기 유발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과 수행력의 문제다. 공부하라 말라, 할 것이 아니라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설득력 있게 얘기할 일이다.

 

▲지광 스님

사랑해 달라 말라, 구걸할 일이 아니고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개종하라, 믿어라, 강요할 일이 아니라 얼마나 그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는가가 문제인 것이다.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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