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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도카이학원의 불교교육

기자명 법보신문

“잘 먹겠습니다” 반복하며 생명 존엄성 배워

 

정토종 도카이학원에서 ‘정토종일상근행성전(淨土宗日常勤行聖典)’을 외우는 중학생들.

 

 

일본에선 종교에 대한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불교를 생활습관의 하나로만 받아들이려는 사람이 꽤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어떤 종교를 교육이념으로 내세우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학교 쪽도 종교적인 ‘냄새’를 강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나고야(名古屋)에 있는 도카이학원(東海學園)은 일본에선 좀 특이한 학교라 할 수 있다. 이 학교는 정토종(淨土宗)의 교육기관으로 1888년에 설립되었고, 줄곧 불교정신에 의거한 교육을 계승해왔다. 교내엔 아미타불을 모시는 불당(佛堂)이 있어서 학교 행사나 아침의 조회, 종교교육 수업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도카이학원은 남자 중, 고등학교인데, 졸업생 중 80%가 도쿄대학교나 교토대학교 등 일본 국내 명문대로 진학하며, 해마다 100여명이 의과대로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명문 사립학교다. 그런 ‘화려한’ 실적 때문에 오히려 종교교육이 학생들의 집중력이나 협동심을 키우는데 역할이 크다고 인정을 받고 있는 학교다.


이 학교에선 점심 식사 때마다 ‘지키사호(食作法)’라고 하는 예법을 지키도록 한다. “정말로 살기 위해 지금 이 음식을 먹겠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늘과 땅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라고 두 손을 모아 큰 소리로 말하고 식사를 하는 것이다. 이 인사말을 매일 반복하면서 학생들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배워나간다.

 

일상의 바른 습관이 참교육
매년 의대 100명 진학 명문


지금까지 나는 일본 곳곳의 많은 학교를 방문했는데, 점심을 먹을 때 인사를 안 하는 학교가 참 많다. 심지어는 내가 돈 주고 내가 먹는데 누구에게 일일이 인사하고 먹어야 되냐고 반문하는 학생도 있다. 일상 생활 속에서 항상 부처님 자비에 감사드리는 습관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참교육이 아닌가 나는 생각한다.
해마다 여름방학이 되면 도카이학원의 중학교 3학년 학생 400명 중, 참가를 희망한 50명이 도쿄 근교의 가마크라(鎌倉)에 와서 2박3일 동안 연수를 받는데, 나는 5년째 이 행사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가마크라에는 크고 작은 사찰이 많아 옛날부터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12세기 말, 가마크라 막부(幕府)가 140여년 동안 이곳을 도읍지로 삼았는데, 당시 일본은 불교가 민간에게 보급되어 가는 시기라 여기저기에 사찰이 많이 건설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마크라는 일본 국내에선 교토(京都) 다음으로 사찰이 많은 동네로 알려져 있다.
도카이학원 학생들이 연수를 받는 고묘지(光明寺)는 1240년에 창설된 정토종 고찰이며 본당에는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다. 학생들은 첫날엔 본당에서 강의를 듣고, 그 다음 날은 가마쿠라 곳곳 사찰을 구경하러 다닌다. 이것은 단순한 관광여행이 아니라 부처님 앞에서 마음을 정숙하게 다스리면서 손 모아 기도를 하고 부처님의 힘을 얻을 수 있길 바라는 취지에서 시작된 연수라고 한다.


나는 항상 학생들 강의에 나갈 때면 먼저 아이들 표정이나 분위기를 살펴보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언젠가 한번은 학생들이 약간 긴장된 느낌이 있어 나는 먼저 학생들에게 눈을 감으라고 시켰다.
“자, 어머니와 아버지 얼굴을 떠올려보자. 내가 만약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 자신의 엄마 아빠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사람, 손 들어봐!”


절반 정도의 아이들이 손을 들었을까. “자, 그러면 담임선생님 얼굴을 떠올려봐.…” 여기저기서 웃음 소리가 났다. “다음엔 교장선생님 얼굴을……” 학생들 사이에 폭소가 터졌다. 어느새 학생들보다 주변에 앉아있는 선생님들도 동참해 손을 들고 있다. 이런 식으로 시작하면 긴장감은 금방 사라지고 모두가 집중해서 나를 지켜보게 된다.

 

남 배려 알고 자신 삶에 충실
일본 각지서 지역 의료봉사


그 날 나는 ‘만남의 소중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모두 매일 누군가와 만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학생들과 내가 만난 것처럼 말이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나의 아내인 마치코씨와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를 했다. 그 당시 인기 가수를 닮은 날씬하고 어여뻤던 마치코씨와 만난지 벌써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지금 마치코씨의 몸무게는 110kg이라고 하니까 아이들이 놀라면서 웃는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만남이란 사람끼리의 만남에 그치지 않는다. 부처님과의 만남, 염불(念佛)과의 만남도 있다. 그리고 부처님은 염불을 외우면서 다니는 학생들을 꼭 지켜보고 계신다고 이야기했다.
어떨 땐 만남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우리 절을 찾아온 한 초등학생은 손목에 칼로 자살 기도를 했던 자국이 몇 줄이나 있었는데, 아이의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어떤 명문 고등학교 학생이 학교를 못 다니겠다고 해서 부모와 같이 우리 절을 찾아왔던 이야기도 했다.


나는 언제 어떤 아이가 찾아와도 먼저 잘 왔다고 웃으면서 반긴다. 참으로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나 자신의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만남’인지 잊어서는 안된다. 학생 중에는 그날 아침 집에서 부모님과 다투고 나온 아이도 있을지 모른다. 아이들 표정을 보면서 나는 그들의 부모 마음도 헤아려본다.


지진피해지역에 갔을 때 이야기도 소개했다. 해일에 휩싸여 눈앞에서 사람들이 바다로 밀려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도저히 구해줄 수가 없었던 사람들은 평생 그 목소리, 그 모습을 잊지 못하고 살아가야 한다. 자연의 위협 앞에서 사람은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 그래서 지금 살아있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내가 이번 지진에서 얻은 교훈은 “매일을 즐겁게 보내자”,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다. 우리는 자연재해를 피할 수는 없다. 지금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후회 없이 사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할 일이다. ‘일일일생(一日一生)’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염불을 외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인생을 충실하게 살아나가려면 자신의 문제, 가정 문제에서 절대로 도망치지 말고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다가 도저히 힘들 때면 찾아오라고 나는 학생들에게 내 전화번호와 메일주소를 알려주었다.


도카이학원 학생들은 소위 말하는 좋은 집안의 똑똑한 아이들이다. 그러나 어떤 아이에게도 남에게 말하기 어려운 고민은 있기 마련이다. 의사 집안 아이가 비행(非行) 길에 빠지는 사례를 그 동안 나는 많이 보아 왔다. 그러나 고민하면서 자란 아이들은 결과적으로 남들을 이해하는 배려심도 생기고, 자신의 삶에 충실해지기도 한다.

 

▲히로나카 스님

 

 

종교교육은 분명 젊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게 한다.

무엇보다 부처님 앞에서 손 모아 기도하는 습관이 있는 아이들이 커서 의사가 된다면, 그것은 환자에게도 좋은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실제로 도카이학원 출신의 의사들은 일본 곳곳에서 지역의료에 봉사하고 있다.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자료제공=주식회사 日本標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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