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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서 한국 비구니 승가의 역할

기자명 법보신문

지난 5월 태국에서 열린 세계여성불자대회와 대만에서 열린 국제불교학대회에서 아시아비구니 승단 복원 문제는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당사자인 아시아 여성 뿐 아니라 서양 여성과 남성들도 깊은 관심을 갖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처음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서양 여성들에 의해서다. 아시아에서 불교수행을 하려고 했을 때 그들이 거부감을 느꼈던, 아니 그들을 거부했던 것은 바로 여성출가 문제였다. 비구니 승가가 없는 곳에서 서양 여성들이 출가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일부 서양 여성들은 수계를 받지 않은 채 수행을 계속 했지만, 일부는 대만이나 한국, 또는 미국에서 계를 받는 우회로를 택했으며 아시아 여성들도 그들의 선례를 좇아 외국에서 비구니계를 받은 뒤 본국에 돌아가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리랑카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이렇게 비구니계를 받은 스님을 아직까지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황색가사를 입지 못하고 매치(비구니가 아닌 여성출가자)들이 입는 분홍색이나 흰색 옷을 입도록 압력을 받고 있으며 황색가사를 입는 일은 생명을 담보로 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말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번 회의에서 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가 논의되었다. 오래 전부터 서양여성들은 이들을 돕기 위해 재정적 지원과 국제 여론을 조성하는 등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 나를 도와주었던 마운트홀요크대학의 수잔 모지크 교수 역시 2년간의 휴식년 동안 스리랑카에서 싱할라어를 배우면서 비구니 스님들을 돕고 있다. 이번 대회에 스리랑카 스님들을 모시고 와서 통역을 비롯한 온갖 심부름을 다해주었다.


그의 소개로 나는 스리랑카 비구니 스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은 매 맞는 시골여성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가정폭력을 하지 않도록 남성들을 설득하는 등 보살행을 실천하여 많은 존경을 받고 있었지만, 상황은 여전히 열악했다. 비구 스님들과 달리 그들에게는 팔리어와 교리를 가르치는 학교도 없고 따라서 국가시험도 치를 수 없다. 비구니 스님을 위한 교육과 수행 기관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대만이나 한국 같이 여건이 좋은 나라의 비구니 승가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대만 비구니 스님이 먼저 일어나 대만으로 초청하여 무상교육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스님들도 같은 약속을 했지만 한국에서 출가한 스님만 가능하다는 조건을 말하자 여기저기서 실망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래서 조계종 승려가 아니면 전통강원의 입방이 허락되지 않고 동국대학교나 중앙승가대학은 학비를 지원해주어야 하는 사정을 말하고 방안을 알아보겠다는 약속을 했다.


국제교류의 중요성에 일찍부터 눈 뜬 대만불교에 비하여 한국불교는 한참 뒤쳐져 있다. 이들 비구니 스님을 돕기 위해서는 조계종 승려가 아닌 외국인 스님에게도 승가교육이 개방되어야 하지만, 그 밖에도 한국어나 습의, 경제적 지원 등 제반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명법 스님

하지만 스리랑카 비구니 스님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계종은 그동안 스리랑카에 조계종마을을 짓는 등 훌륭한 일들을 많이 해왔다. 이번 기회에 스리랑카 비구니 스님들에게 그러한 지원이 제공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그것은 비구니 승가의 복원 뿐 아니라 한국불교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명법 스님 조계종 교수아사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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