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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노후복지제도의 성공을 기원하며

기자명 법보신문

유엔에서는 65세 이상 인구 구성비가 전체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이룩했던 한국은 지난 2000년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2018년이 되면 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일본이나 미국보다 훨씬 빠른 진입 속도다.


한국사회가 이렇듯 종단도 더 이상 승려들의 노후복지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현재 12000여 명의 조계종 승려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는 약 12%인 1400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출가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어 승려노후복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종단적 과제이다. 그래서 그동안 꾸준히 논의 되어 왔지만 전무했던 승려복지제도가 10월부터 시행되어 결계신고를 마친 65세 이상의 스님에게 의료비와 요양비의 일부를 지원하고 향후 수행연금이 지급되기로 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인간의 복지를 고려할 경우에는 육체적 건강과 물질적 안정, 그리고 심리적 만족 등의 복합적인 면을 충족시켜야 한다. 특히 심리적 만족을 위해 스님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주거공간이다. 스님들은 개인적 욕망 추구나 부귀영화를 위해 출가한 것이 아니며 생사해탈을 위해 노력하는 수행자들이다. 수행자라면 누구나 죽음의 순간에 이를 때까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살다가 여법하게 입적 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므로 스님들의 처소는 단순히 생활을 영위하는 곳이 아닌 수행에 적합한 곳이어야 하다. 따라서 스님들의 노후복지는 종단차원만이 아닌 좋은 수행환경을 갖추고 있는 각 교구 본사의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이 수반되어야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선운사에서는 노스님들이 안고 있는 소외와 질병, 빈곤, 역할상실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승려노후수행마을을 건립하고 있다. 2007년 기본계획을 수립한 이래 부지매입과 설계 공모를 거쳐 올 8월 백우당을 완공하여 두 분의 노스님이 입주했다. 선운사 승려노후수행마을은 단순한 요양소가 아닌 주거와 수행, 간병, 그리고 임종시까지 종합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과 시설을 갖추고 본사와 연계하여 노스님들이 쌓아온 수행을 회향할 수 있도록 설법이나 수행지도 다도 및 서예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쌓아온 이력들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제 시작되는 승려노후복지 제도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재원마련일 것이다. 총무원과 교구 본말사의 분담금, 기부금 등이 주요한 재원이 되겠지만 앞으로 각종 수익 사업을 통한 재원확보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선운사에서도 언제까지나 신도들의 시주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보은염 판매 사업을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사업 범위를 늘려갈 계획이며 또한 교구 본말사의 유휴토지를 이용한 귀농마을을 조성하여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 종단에서도 각 교구본말사에서 어떤 수익사업을 펼칠 수 있을지를 심도있게 연구하여 온라인 쇼핑몰과 관광사찰을 통해 직접 판매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요즈음 선운사에는 상사화가 만발해 있다. 일주문부터 흩뿌려 놓은 듯이 피어있는 꽃들에 도취되어 길을 따라가면 어느새 도솔암까지 걷게 된다. 잎이 다 진 후 피어난 꽃이라서 그런지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군락을 이루어 만들어낸 아름다운 광경이 걸음걸이마저 잊게 하듯이 전 종도들이 뜻을 모아 승려복지제도를 후원한다면 우리 모두 어느새 도솔천에 도착해 있게 되지 않을까?

 

▲법만 스님

모쪼록 종단에서 마련한 승려복지의 출발을 축하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성공을 불보살님께 기원한다.

 

법만 스님 고창 선운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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