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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육식이 암 덩어리 키운다”

기자명 법보신문
  • 생명
  • 입력 2011.10.06 16:26
  • 댓글 0

여성개발원, 유영재 베지닥터 대표 초청 특강
“채식, 생명존중사상 실천…환경 보호도 앞장”

 

▲유영재 베지닥터 상임대표가 강사로 나선 불교여성개발원 채식특강 참가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세 시간이 넘는 진통이었다. 한 축사의 암소는 막 낳은 새끼를 정성스럽게 핥았다. 혹 육식동물의 표적이 될까 피 냄새를 없애는 것이다. 한 생명의 탄생이었지만 인간에겐 또 다른 ‘고기’의 탄생이기도 했다. 수소는 생후 6개월이면 생식기가 잘려나갔다. 근육 섬유질이 늘어날 때 약간의 수분과 단백질이 변한 지방, 즉 마블링을 얻기 위해서였다. 생후 30개월 뒤 도축돼 ‘고기’가 된다. 자연 수명이 약 20년이니 사람으로 치면 10대에 목숨을 잃는 셈이다. 돼지도 다를 바 없었다. 세상 빛을 본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생식기가 잘렸다. 인간들이 수퇘지 고기 특유의 노린내를 싫어해서다. 암퇘지는 약 4년간 6번 출산하고 ‘고기’로 도축됐다.


9월27일 서울 마포 다보빌딩 3층 법당에 MBC 다큐 ‘고기 랩소디’ 동영상이 상영됐다. 불교여성개발원과 지혜로운여성이 인스턴트 식품과 육식에 길들여진 식습관을 고치고 채식문화를 알리기 위한 채식특강 자리였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우리가 즐겨먹는 고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말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초청 강사로 나선 유영재 베지닥터 상임대표가 말을 이었다. 그는 “우리 먹을거리로 자라는 동물들은 갖가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육식을 하면 도축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간접살생 업까지 고스란히 돌아온다”고 그는 확신했다.


그의 확신은 1994년부터 18년째 채식을 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009년까지 우유, 식빵, 치즈 등 유제품을 먹어 오다 계란까지 안 먹는 완전채식을 하고 있다. 채식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대구 서부고등학교의 ‘두뇌음식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학생 25명을 대상으로 5~7월 두달 간 현미채식을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참가 학생들의 집중력과 정신건강지수가 상승했고 스트레스 지수는 감소했다. 신체 변화는 더욱 두드러졌다. 체지방률은 16.6%에서 12.6%로 감소했고 총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범위로 떨어졌다. 과지방이었던 학생 6명은 표준체형으로 바뀌었다. 현미채식의 힘이었다.


그는 암 발병률 그래프와 육식 소비율 그래프를 보여주며 증가 추세가 정비례한다고 우려했다. 처제도 3년 전 암으로 운명을 달리했다고 했다. 암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걱정했다. 요즘 의학계에서는 고혈압, 당뇨병 등을 ‘성인병’이라는 병명으로 부르지 않는다고 했다. ‘생활습관병’이라 했다. 과도한 육식이 병을 만든다는 것이다. 1969년 한국인들은 식물성음식 97%, 동물성음식 3%를 섭취했으나 1995년 기준으로 식물성 52.7%, 동물성 47.3%로 육식이 늘었다. 이 자료도 20여년 전 수치다. 명백히 고단백, 고지방 서구식 식습관이 가져온 생활습관병이 암 발병률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소, 닭, 돼지는 총 7억4000여만 마리가 도축됐다. 그 해 우리는 1인당 50.4kg의 고기를 먹었다. 소고기 8.9kg, 돼지고기 19.3kg, 닭고기 10kg이 1인당 먹은 고기 양이다.


1주일에 한 번 육식을 하지 않을 경우 지구환경에도 이롭다고 강조했다. 차 500만대 스톱 효과, 1인당 2268kg의 이산화탄소 감축, 1인당 13만2400L 물 절약, 육류만 줄여도 기온상승 2°C 억제, 생물다양성 손실 60%이상 예방 등 효과가 많다고 했다. 질문이 쏟아졌다. 현미채식은 어떻게 하는지, 직장에서 고기 안 먹는 방법, 믿을 만한 유기농 채소나 과일을 사먹는 곳 등등. 그는 상세히 설명한 뒤 한 마디로 정리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육류를 끊겠다는 결심입니다. 남의 살 씹으면 내 살이 씹힙니다. 동체대비라고 하죠. 육식은 업을 윤회시킵니다. 고기를 드시겠습니까.”


이날 강연에 참석한 김송자(76)씨는 “오늘 강연 중 동물들 도축장면을 보며 너무 무서웠고 끔찍했다”며 “지난 수십년간 1주일에 한 두 번씩 고기 먹는 정도로 채식을 해 왔는데 앞으로는 더욱 철저히 해야겠다”라고 밝혔다.
강의 전 한 스님은 유영재 베지닥터 상임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자신들이 육식을 하면서 동물과 식물 천도재를 봉행하고 있어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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