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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말

기자명 법보신문

분노에 치를 떠는 관음세음보살 화신

 

▲인달라대장 오신.

 

 

관세음보살은 자비 화신이다. 분노는 가당치도 않다. 헌데 분노에 치를 떠는 관세음보살 화신이 있다. 제도하기 어려운 중생의 번뇌를 부수기 위해 분노 띤 얼굴을 하고 있다. 말 머리를 한 관세음보살이다. 다른 이름은 마두관음(馬頭觀音)이다.


관음보살은 천(天), 아수라(阿修羅), 인간(人間), 축생(畜生), 아귀(餓鬼), 지옥(地獄) 등 6도를 돌며 중생을 교화한다. 6도에서 중생을 제도할 때 관음보살은 성관음, 천수관음, 십일면관음, 여의륜관음 등으로 현신한다. 보살이 마두관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곳은 축생도다.


마두관음은 사람 몸에 말 머리를 하고 한 손엔 창을 들고 있다. 분노하고 있는 표정 때문인지 불법을 수호하는 명왕의 하나로 마두명왕, 대력지명왕, 분노지명왕으로도 불린다. 명왕이란 일체 중생을 교화하려는 부처님 뜻을 받들어 수행하는 지혜 광명, 즉 진언의 주인이다.


인도 신 가네샤는 아버지 시바의 잘못으로 코끼리 머리를 붙였다. 그런데 마두관음이 말 머리를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륜왕의 보배 같은 말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사방을 내달리면서 위신력으로 마귀를 굴복시키는 것과 같이 두터운 무명 업장을 녹이기 위해서다. 마두관음은 험악하고 커다란 입으로 무명 업장을 먹는다고도 한단다.
축생계를 교화하는 마두관음과 달리 말은 전법 수레 역할로도 불교와 인연을 맺는다. 출가를 결심한 싯다르타가 성을 빠져 나올 때도 말은 묵묵히 그를 태웠다. 아들 라훌라가 태어나고 새 왕자의 탄생을 축하하며 밤낮으로 이어진 7일 잔치가 끝난 뒤였다.


달이 서쪽으로 기울 무렵, 태자 싯다르타는 자리에서 일어나 깊은 잠에 든 아내 아쇼다라와 아들 라훌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별 인사를 대신했다. 발길을 돌려 마부 찬나 방으로 향한 싯다르타는 칸타카에 안장을 얹으라고 말했다. 싯다르타는 자신을 태우던 말 칸타카를 타고 카필라성을 나서 깨달음의 길로 발을 내디딘 셈이다. 그래서인지 법을 펼치는 도량인 사찰 창건 설화에서도 말이 자주 등장한다.


중국 낙양 백마사는 후안 명제가 인도에 파견한 채음과 진경 스님이 인도 고승 섭마등, 축법란과 함께 불경을 백마에 싣고 낙양에 돌아온 데서 유래했다. 백마사는 불교가 중국에 들어온 뒤 최초로 세워진 도량으로 ‘중국 제일 사찰’로 불린다. 1900년 역사를 지닌 백마사 입구 양쪽에는 송나라 때 조성한 두 마리의 백마상이 있다.


국내에선 법주사를 빼놓을 수 없다. 신라 진흥왕 14년(553년) 의신 스님이 절터를 찾아다니던 중 타고 다니던 흰 노새가 현재 법주사 터에 멈춰서 울부짖었다 한다. 이 흰 노새는 스님과 함께 천축국에서 불경을 싣고 왔다. 기이한 노새의 행동에 스님은 이곳에 절을 지었고 노새 등에 싣고 다니던 경전이 여기에 머물렀단 이유로 절 이름이 법주사(法住寺)가 됐다.


논산 불명산 쌍계사엔 일주문을 대신해 하마비(下馬碑)가 서 있다. 억불정책이 싹 트던 고려 말 쌍계사 스님 꿈속에 나타난 어느 대사는 “말 탄 사람이 절에 들어오면 화를 입는다”고 전했다. 조선이 개국을 알리고 척불이 진행되던 어느 날 밤, 말발굽 소리가 불명산을 뒤흔들었다.


스님들은 일심으로 목탁을 치며 독경했고, 그 소리가 말발굽 소리를 압도했다. 그러자 말들은 꼬꾸라졌고, 말 탄 사람들 역시 낙마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쌍계사를 찾는 이들은 아무리 지체가 높아도 말을 타고 절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여 말이 죽은 곳에 하마비를 세우고 자신을 낮추는 마음을 잊지 말라고 경계했던 것이다. 일주문을 대신할 만 하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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