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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적 모델의 확산을 위하여

기자명 법보신문

‘법화경’의 비유처럼 사람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보배를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불교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일부에서는 한국불교가 부처님 가르침에서 벗어나거나 왜곡되었다고 비판하지만, 사실 한국불교는 상당히 중요한 측면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계승하고 있다. 비구니 승가와 더불어 전통 승가의 존재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불교의 탁월한 장점 중 하나이다.


얼핏 보아 문제투성이로 보이는 한국 승단을 이렇게 평가하는 것에 대하여 많은 반론이 있겠지만 그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올 봄 대만에서 열렸던 세계불교학대회에서 대만 비구니 스님 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작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을 때 전국 각지의 전통선원을 방문했다’고 하면서 세계에서 그런 전통이 있는 곳은 한국뿐이니 잘 보존해달라고 신신당부하기까지 했다.


그 스님의 말처럼 결제철이면 사방에서 운수납자들이 모여 안거를 하고 해제를 하면 사방으로 흩어지는 선객의 존재는 한국이 아니면 찾아보기 어려운 것 중 하나이다. 탁발이나 오후불식 등 전통적인 계율을 지키고 있지 않지만, 한국불교는 승가공동체의 정신, 다시 말해 시방승가의 원형과 정신을 잘 계승하고 있다. 아직까지 사찰이 기본적으로 종단의 공적 소유물이며 승려 각자가 전체 불교를 대표한다는 공적 의식, 다시 말해 ‘공심’이 남아 있다.


이 점은 사찰을 가족적 사업으로 계승하는 일본불교나 승려가 특정 계파만을 대표하는 대만불교와 다른 한국불교의 탁월한 모습이다.


최근 들어 사설사암이 난립하고 사찰을 어느 한 문중이 독점하는 등 대중공의에 의한 운영이 잘 되지 않고 있지만, 승려들의 사적 소유물을 사후에 종단에 기증하도록 제도화하고 사설사암의 창건주 계승을 모든 종도에게 확대하는 것 등은 시방승가의 정신을 회복하려는 노력의 하나이며, 그것은 아직까지 한국불교에 시방승가의 정신이 살아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아름다움은 잘 살펴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한국불교를 사상이나 수행법을 중심으로 소개하면 중국이나 일본과 큰 차별성이 없지만, 전통승가를 통해 바라보면 탁월한 장점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해외에 있는 한국사찰은 대부분 개인의 원력에 의해 창건되다보니 승가공동체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그 개인이 입적하거나 환속하면 그와 더불어 사찰도 쇄락하게 된다는 점이다. 한 개인의 축적된 경험과 업적이 다음 세대로 이어져야 지속적인 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데, 모든 것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니 언제나 제자리이다. 80년대 북미에서 풍미했던 관음선종도 숭산 스님의 입적과 더불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현실도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이민사회건 주류사회건 해외에서 한국사찰의 발전은 연속성이 확보될 때 가능하다. 그것은 곧 승가공동체의 이식과 그 정신의 회복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얼마 전 종단에서 해외교구를 설립하기로 하여 미국동부지역에 교구를 설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명법 스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종단의 지원 속에서 체계적인 해외포교를 할 수 있도록 긴 안목에서 로드맵을 짜고 승려교육을 시켜야 할 것이다.
 

명법 스님 조계종 교수아사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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