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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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보신문
  • 승인 2011.10.1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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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도 지켜야 할 계법이 있어
부처되기 위한 절박한 기도 담겨야

지난 날 절 부엌 시렁 위에는 전날 잠시 행자에게 구경만 시켰던 부처님 마지 밥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마지 밥이 행자의 차례에 온다는 기약이 없지만 행자는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다가 2~3일이 지나면 반드시 행자에게 돌아온다. 2~3일이 지나면, 그 밥은 그야말로 천상에서 하늘 사람들이나 먹을 수 있는 밥으로 행자 앞에 나타난다.


이 밥은 진정 누구의 몫인가?


사실 이 밥은 어쩌다 오가는 객실의 스님들과 재가신도들의 몫으로 남겨 둔 것이다. 이런 비상대책이라도 쓰지 않으면 갑자기 찾아온 손님들에게 말 그대로 냉수 한 그릇 밖에 대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찬밥의 사연 뒤에는 가난했던 절 집안에서 어른 스님들이 만든 궁여지책이었다.


지금 우리의 살림살이는 이런 작은 한 숟가락의 밥이라도 아껴야 할 정도로 절박하지는 않다. 그렇게 되면서 우리 곁에 귀한 줄 모르는 일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다간 얼마 있지 않아 옛날처럼 될 수도 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시렁에 찬밥만 쳐다보는 어린 행자가 또 생길수도 있다.


누군가가 발우 공양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우리의 발우공양은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복을 어떻게 감할까하며 염려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하는 작은 기도”라고 대답하고 싶다.


최소한의 적당한 먹거리가 없으면 수행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부처님은 어려움을 겪는 비구들에게 걸식을 해야 할 곳과 하지 말아야 할 곳을 지정해주시기도 하셨다.


오늘은 비구 누구와 누구는 어느 단월에게 걸식을 가야하고, 안거동안 대중 앞으로 들어온 공양과 공양물들은 모아 두었다가 갈마를 해서 골고루 나누도록 법을 만들기도 하셨다. 왜 이렇게 했을까? 먹거리와 생활품으로 시비가 생겨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계율에는 먹거리에 대해서 무려 열 가지 금계(禁戒)를 만들었다.


한 번 먹고 자기로 한 곳에서 병자가 아니면서 머물지 말라. 여기저기 다니면서 먹지 말라. 따로 모여 먹지 말라. 정시 공양 후에 먹게 될 경우 다른 이들을 먹게 한 뒤에 나머지를 먹어라. 남에게 고의로 여식법(餘食法)을 범하게 하지 말라. 때 아닌 때에 음식을 먹지 말라. 밥을 묵혀 두었다가 먹지 마라. 받지 아니한 음식을 먹지 말라. 좋은 음식을 달라고 하지 말라. 외도들에게 자기 손으로 음식을 주지 말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밥 먹는 일에 예나 지금이나 꼭 지키지 아니하면 복을 감하는 일로 배웠다.


첫째 밥을 먹을 때 수저 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하라. 둘째 쩌금거리거나 후루룩거리지 말라. 셋째 음식을 떠서 한 입에 먹을 것. 넷째 밥에 뉘는 까서 먹을 것. 다섯째 어시발우에 밥을 비벼 먹지 말 것. 여섯째 사방 두리번거리지 말라. 일곱째 마시거나 씹는 것을 사용하여 발우와 수저를 깨끗하게 씻어 먹을 것 등이다.
먹는 목적이 다를까 모르지만 중노릇하고 수행하여 부처가 되려는 목적은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복은 아끼고 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우 스님

전생 금생에 타고난 복은 찰라 간이다. 그래서 계속 복 짓는 일을 이어가지 아니하면 곧 바닥이 나고 만다.
 

철우 스님 율장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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