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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부모의 자세

기자명 법보신문

자녀, 소유물 아닌 사회 내놓을 동량 인식

자녀가 미울 땐 아기 때 생각
부모 맘 바뀌면 다시 돌아와

 

 

▲사이쿄인에서는 아이들이 저녁을 먹고 나면 공부를 하기 시작하는데, 불등교 아이들은 비행(非行) 아이들이 모르는 부분을 잘 가르쳐주기도 한다. 서로가 돕고 도와가며 아이들끼리 질서를 지키고 생활한다.

 

 

교육이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소질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다. 내가 우리 절을 찾아온 아이들을 이끌어가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 대하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똑같이 우리 절에서 지내도 나와 맞대 놓고 이야기할 기회가 별로 없는 아이도 있다. 그런 아이하고는 핸드폰 문자를 주고받기도 한다. 일기장에 나하고 대화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서 보여주는 아이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 그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서로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이 나의 교육이다.


불교용어로 말하자면 그것은 ‘심(心)과 행(行)’이다. ‘심’은 고민, 그리고 ‘행’은 행위, 즉 만남이다. 사람은 자기 마음 속에 있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를 찾아가 상담을 한다. 대부분의 경우, 그 고민은 한 번의 상담만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여러 번의 만남이 이어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어느 학교 교장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스님, 학생들이 불등교로 학교를 못 다니는 것은 역시 부모의 책임이 크지요?”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부모가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때, 아이들은 위급신호를 보낸다. 거식증(拒食症)이나 과식증(過食症), 섭식장애(攝食障碍) 등에 걸린 아이들은 모두가 잘 못 된 집안 분위기에 영향을 받고 병이 생긴다. 부모가 아이에게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그것이 바로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다.


어떤 부모는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아이는 이젠 아무도 못 말려요. 차라리 경찰에게 잡혀가서 정신을 차려야 되겠어요.” 나는 그런 부모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 “집에 가서 엄마 아빠 같이, 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사진을 꺼내보세요. 그 때 마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아이에게 대한다면 아이는 꼭 달라집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우리집에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모든 부모가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부모가 그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아무리 집을 떠나 나쁜 짓을 하고 다니는 아이도 꼭 부모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느 날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아이가 우리 절을 찾아왔다. 그가 오기 전엔 전화로 두번 상담을 했었다. 그는 호카이도(北海道)에 사는 모우라는 21살 청년이었는데, 중학교 1학년부터 21살이 될때 까지 거의 집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아이가 나하고 두 번만 통화하고 나서 혼자 우리 절을 찾아온 것이었다.


모우가 도착했을 때 마침 우리 절에서는 어떤 아이의 생일 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모우는 아이들에게 “내 얼굴 보지마! 보면 모두 죽여버린다!”라고 말했다. 우리 절 아이들은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게 모우를 대했다. 그러다가 사흘 지난 날, 모우가 “아저씨, 아저씨!”라고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이냐고 가보니까 자기 정강이에 털이 났다는 것이다. 21살짜리 청년이 집에서 혼자 틀어박혀 사는 동안, 몸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정강이에 털이 하나도 없었는데, 우리 절에 와서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몸과 마음이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우는 그것이 신기하고 기뻐서 나에게 보여준 것이었다.


내 역할은 모우가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면서 나는 모우에게 오늘 저녁을 같이 만들자고 제안했다. 모우는 야채샐러드를 만들겠다고 혼자 열심히 준비를 했다. 우리 절 아이들은 모두가 성장기 아이들이라 밥이랑 반찬이랑 만들면 다 없어지도록 모두가 잘 먹는데, 항상 야채샐러드는 남기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그날 모우가 만든 야채샐러드는 인기가 좋아서 다 없어졌다. “모우, 너 대단하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이렇게 맛있게 샐러드를 먹은 적이 없었는데, 우리 절 역사상 최초로 샐러드가 바닥났네!”


모우는 이 일을 계기로 요리사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중국 식당에 가서 열심히 요리를 배우고, 자동차 면허증도 땄다. 이런 것이 바로 ‘행’이라는 만남이다. ‘심’과 ‘행’이 일치할 때 바로 고민의 해결책을 찾을 수가 있다. 만남이란 부모와의 만남, 가족과의 만남, 친구와의 만남, 선생님과의 만남, 혹은 운동이나 취미와의 만남도 있다. 만남을 통해서 우리는 모든 고민을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랑 아이에 쏟고
목숨 걸고 지키며 키워야


일본 방방곡곡을 강연하러 다니는 나지만, 학교에서의 강연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학교에서 강의요청이 오면 꼭 학생과 부모가 같이 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강연을 안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특히 학교가 주최하는 강연회에 학부모가 참가할 경우가 드물다. 나는 이것이 바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배우는 자리가 더욱 절실하다.


어쩌다 학교에서 부모 동반으로 강연이 있을 때는 나는 꼭 세 가지 숙제를 낸다. 하나는 아이들에게 그 날 강연에 대한 감상문을 80자 이내로 쓰게 한다. 그 다음에 집에서 부모와 아이가 강의를 듣고 이야기했던 내용을 부모 입장에서 50자 정도로 쓰게 하고, 그 다음 날에 꼭 학교로 제출하라고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진지한 의미의 교육 강연회가 아닌가 싶다.


강의요청이 들어오면 그저 가서 이야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 강사들도 있지만, 그것은 강의료를 챙기기 위한 자기 스스로를 위한 강의가 아닌가? 아이들이나 부모에게 꼭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진지한 마음이 있다면, 그저 강의만 하고 끝내면 안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항상 아이들의 5년 후를 생각하면서, 그 때 후회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 요즘 아이들은 마음의 영양소가 부족한 상태인데, 어떻게 하면 영양보충을 할 수 있을까? 발전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어른들이 목숨 걸고 지키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들은 부모만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부모는 이 사회에서 아이를 일시적으로 맡아서 키우고 있는 것 뿐. 아이의 몸도 마음도 튼튼하게 잘 키우고 많은 경험을 하게 해서 이 사회에 돌려보내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그러기 위해 부모는 더 많은 사랑을 아이에게 쏟아야하고, 목숨을 걸고 아이를 지키고 키워야한다.


우리 절에 아카네와 유리라는 자매가 있었다. 아카네는 중학생, 유리는 고등학생인데 집에서 엄마에게 심한 학대를 받아 먹지도 못하고 잠을 자지도 못한 상황에 있었다. 퍼붓듯이 반복되는 엄마의 욕설, 때리고 발로 차는 폭력, 심지어는 칼을 들이대어 죽인다고 협박하는 엄마로부터 도망쳐 삼촌집으로 갔는데, 거기서도 역시 밥을 굶었다. 그런데 아카네의 중학교 학년주임인 시미즈 선생님이 자매의 급한 사정을 알아차리고 가정방문을 통해 자매를 우리 절로 데리고 왔던 것이다. 시미즈 선생님과의 만남이 아카네와 유리에게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히로나카 스님

실은 시미즈 선생님은 학교 아이들을 너무나 열심히 돌봐주는 나머지, 자신의 아이들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어서 아이들이 한 때 불등교(不登校)가 되었는데, 그때 내가 도움을 주고 다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된 적이 있었다. 부모가 못한 역할을 다른 어른이 대신 해줄 수도 있는 것이다. 역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만남’이다.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자료제공=주식회사 日本標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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