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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미타사 정수암 가족법회

기자명 법보신문

부모에서 자녀로…세대 걸쳐 이어지는 ‘우리절’ 인연

 

▲부모와 자녀는 물론, 길게는 가족 4대가 함께 동참하는 정수암 가족법회는 기존 법회의 틀을 깨고 스크린을 활용한 법문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10월2일 가족법회 모습.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지하철 3호선 옥수역. 7번 출구에서 나와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회색빛 건물이 줄지어 서있는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띤다. 흔한 아파트 단지지만,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아파트 입구 한 켠에 자리한 사찰 전각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신라시대 창건된 천년고찰이자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도량인 미타사다.
현대식 아파트를 배경으로 당당하게 자리한 고찰의 모습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독특한 모습으로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걸음을 옮겨 경내로 들어서면 흙길이 이어진다. 자박자박 흙을 밟아가다 보면 아늑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깔끔하게 정돈된 도량 곳곳에 심어진 초록 나무들이 도심답지 않은 청량함을 전한다.


전각을 지나 조금 더 걸어들어가면 예쁜 은회색의 석조건물 ‘정수암(주지 상덕 스님)’이 나타난다. 세련되고 깔끔한 현대식 건물이면서도 전통의 향기가 은은하게 감돌아 멋스럽다. 미타사에는 정수암을 비롯해 7개의 암자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정수암은 옥수동의 대표적인 도심 포교도량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주지 상덕 스님이 직접 이끄는 정기법회와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꾸려 활동하는 신행모임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수암 가족법회’를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정수암 가족법회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신행모임으로, 주지 상덕 스님을 지도법사로 1991년 금강거사림회가 주축이 되어 창립했다. 이후 20년간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지속적으로 법회를 이어오며 사찰과 대중, 신도와 신도 사이에 부처님 가르침을 매개로 한 깊은 인연을 맺어준 토대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을 햇살이 따스했던 10월2일 일요일 오전, 정수암 가족법회 현장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왁자지껄한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문틈으로 흘러나온다. 사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라니, 의아함을 느끼며 내부를 살폈다. 대여섯 명의 어린이들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연신 웃음을 터뜨린다. 그 사이에서 환한 미소의 스님 한 분이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바로 가족법회를 이끌고 있는 정수암 주지 상덕 스님이다. 스님은 지난 20년 간 꾸준히 가족법회를 지도하고 이끌어왔을 뿐 아니라 회원 개개인과 가정에 관심과 애정을 토대로 정수암을 ‘가족 같은 우리절’로 일궈낸 주역이다.


주지 상덕 스님, 20년간 법회 이끌어 


정수암 1층은 말 그대로 열린 공간이어서, 가족법회 회원들은 이 곳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한달 간 서로의 소식을 전하며 안부를 묻는다. 가족법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부부가 함께, 혹은 아이까지 데리고 동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회원들 사이의 유대감이 남다르다. 아이들도 또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재미에 정수암 가족법회에 따라 나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청소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부모님과 함께 법회에 참석하며, 세대를 이어 자연스레 회원이 된다.


정수암 가족법회 회원들은 “‘우리절’이라는 유대감과 소속감이 강해 멀리 이사를 가거나 결혼이나 직장 때문에 자주 찾기 힘든 상황에도 스님의 따뜻한 법문과 정수암의 아늑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그리워서 한번쯤은 꼭 다시 찾게 된다”며 “자녀들도 대학생이 되고 직장을 가지면서 발길이 뜸해지다가도 결혼을 한 후에 남편, 혹은 아내와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찾아와 가족법회 회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오전 10시30분, 법회가 시작됐다. 2층 법당에는 어린아이부터 20대 청년, 30대 젊은 부부, 40~60대 중년의 부부, 어르신들까지 모든 연령이 한자리에 모인다. 50대 이상 보살님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보통의 사찰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이 밖에도 특이한 점이 더 있다. 우선 법당 우측에 걸린 스크린이 색다르다. 인터넷 시대에 발맞춰, 법회에 동참한 불자들이 의식집을 보거나 법문하는 스님만 바라보는 기존의 형식을 탈피해 모두가 함께 동참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스님이 고안해낸 방법이다. 스님은 예불문 뿐 아니라 그날 그날 법문의 내용을 미리 정리해 ‘파워포인트 설법안’을 만들고, 불자들이 스크린을 보며 집중력을 높이고 함께 교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날 스님이 직접 준비한 설법안은 꼭 360번째로 만들어진 법회 자료다. 이러한 방식은 불자들에게도 호응이 높다. 의식집을 손에서 놓고 합장한 채 스크린을 보면 경전의 뜻을 마음에 새기면서 독송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 또한 파워포인트로 미리 체계적으로 정리된 법문을 눈으로 볼 수 있어 스님의 설명과 함께 하니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이해도 더 쉽다는 설명이다. 법회 때마다 그때의 시기와 사회적 분위기에 맞는 ‘발원문’을 만들어 함께 독송하며 실천하는 불자가 되고자 서원하기도 한다.


조부모·증손자까지 4대 동참 가정도

 

 

▲옥수동에 위치한 미타사 정수암 전경.

 


뿐만 아니다. 보통의 법회가 예불과 법문으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정수암 가족법회는 색다른 프로그램이 함께한다. 이날 법회에서는 사경과 ‘천상천하 유아독존 체험’이 진행됐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체험’은 불자들이 서로를 존중·배려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는 법석으로 마련됐다. 참석한 대중들이 모두 부처님이 되어보고 존경의 마음을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다섯명씩 앞으로 나와 앉은 상태에서 대중들이 ‘자비존경의 글’을 봉독하고 삼배의 예를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중이 보내는 존경의 마음을 받아들인 이들은 “삼배를 받으니 어색하고 부끄럽다”면서도 “앞으로 내안의 불성을 굳건히 믿으며 부처님을 닮아가기 위한 정진에 더욱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스님이 법문하고 신도들은 듣는 보통의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해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느끼고 나눌 수 있는 이러한 법회 형식은 불법을 더욱 가까이 접하는 계기가 된다. 또 법회 동참불자들이 서로를 더 가깝게 느끼는 연결고리이기도 해, 가족법회 회원들을 누구보다 가까운 도반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가족법회 회원들은 오랜 시간 이 같은 방식의 법회를 통해 마음을 나눠왔기에, 이젠 서로의 생일부터 경조사 등 가정사까지 세심하게 챙기고, 힘들 때나 기쁠 때나 함께하는 가족과 같은 도반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 이면에 ‘우리절 정수암’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날 법회에서 아들 결혼 후 처음으로 며느리와 함께 정수암을 찾았다는 임동분(길상화) 가족법회 회원은 “아들이 어릴 때는 종종 함께 정수암을 찾았는데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엔 거의 혼자 법회에 나왔다”며 “오늘은 마침 집에 와있던 아들과 며느리가 함께 가겠다고 따라나서더라. 어릴적 좋은 기억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부처님 가르침을 함께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참 기특하고 예쁘다”며 흐뭇함을 전했다.


정수암 가족법회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동참하는 것은 당연지사, 길게는 조부모부터 증손자손녀까지 4대를 거쳐 이어진다. 이처럼 가족법회가 부처님의 법향을 가족과 함께 만끽하는 뜻 깊은 시간이자 좋은 도반과의 인연으로 이어지는 법석으로 20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요인은, 어떻게 보면 불자 개개인에 대한 상덕 스님의 세심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상덕 스님은 “포교는 스님들이 사찰을 찾은 불자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바르게 전하고 불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슬픔을 함께 나누고 기쁨도 함께하는 불교 공동체는 불자들의 삶이 한층 따뜻하고 행복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정수암 가족법회는 매년 2회 사찰순례와 함께 소외 이웃을 위한 자비행을 실천해오고 있어 의미를 더한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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