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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법은 포교의 시작…항상 청중 먼저 생각하라

기자명 법보신문
▲포교학 개론

만유가 설법을 하고 있으나 사람의 설법은 말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없이 하는 설법도 있다. ‘백의관음무설설’이라 하는 가르침대로 말없는 가운데 무한의 법을 설하시는 불보살의 경우다. 그러나 포교사의 법문은 대체로 말로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을 해야 설법을 잘 하는 것인가. 나름대로의 연구를 해야 한다. 설법에 자신이 붙어야 포교가 제대로 된다.


미국에서 조사한 연구결과를 하나 예로 들어 보자. 미국인들이 두려워하는 100가지 가운데 1위가 무엇인지 아는가. 죽음, 소송 등이 아니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차이는 얼마나 날까. 별반 다름이 없을 것으로 믿어진다.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연스럽게 자기주장을 하는 듯 보이지만 내심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끼는 예가 많다. 포교를 위해서는 말하기의 장벽을 넘어야한다. 매일 얘기를 하고 사는 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내용이 좋아야함은 선결요건이다. 그런데 설법을 할 때 먼저 유념해야할 일은 아무리 내용이 좋고 소재가 좋다하더라도 듣는 쪽이 관심을 기울이고 집중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설명을 할 때 포교사들은 대개 ‘무엇을 전할까, 어떤 이야기를 할까’를 먼저 생각한다. 그런데 실은 이 같은 관점이 상대방을 지루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다. 자신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항상 설법 속에 자신이 포함되어있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듣는 사람들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대를 움직일 수 없다.


유명한 교육학자 파크 파머는 “삶을 변화시킬 수 없는 가르침은 진정한 가르침이 아니다”고 말했다. 설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설법을 통해 삶의 변화가 있어야한다. 부처님께서 항상 말씀하셨듯 “나의 가르침은 추상적 이치에 있는 것이 아니요, 구체적이고 바른 행동에 있다”고 하셨다. 탁월한 설법은 항상 사람들을 동사형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들은 느릿느릿 길게 흐릿하게 말하지 않는다. 탁월한 포교사의 동사형 설법을 듣는 순간 사람들은 적극적, 동적 인간이 된다.


보살은 누구인가. ‘위대한 용기와 신심을 바탕으로 모든 유정중생들을 열반의 세계로 이끄는 영웅’이다. 보살이야말로 진정한 동적 인간의 전형이다. 설법을 할 때 나의 얘기가 상대방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는가. 얼마나 동적인 인간으로 만들 수 있는가. 그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대체로 설법을 듣는 법우들의 반응을 들어보면 과연 어떤 설법을 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답을 얻어 낼 수 있다. 청중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면 대체로 듣는 사람, 상대방을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 용어가 너무 많아 이해가 어렵다”면 어려운 불교 용어를 풀어서 얘기해야 한다.


불교 용어들은 모두 한자어로 된 것이 많아 처음 설법을 듣는 사람들은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가능한 한 듣는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해야 한다. 어느 경우에도 ‘무엇을 전할까’가 아니라 ‘어떤 말이 상대를 움직일 수 있는가’를 염두에 두어야한다. 상대가 충분히 귀를 기울여주고 올바르게 이해하고 기억에 남도록 하는 것, 그리고 듣고 나서 동적인 인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 설법의 중요한 키포인트라 할 수 있다.


사람들 앞에서의 설법은 한 번에 많은 사람과 얘기할 수 있는 기회다. 설법은 자신의 생각을 단시간에 전달하여 많은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고 효율적으로 대중들을 통합시키고 긍정적인 방향과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반대로 실패하면 많은 이들을 실망시키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된다.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이라 할 수 있다.

 

▲지광 스님

제대로 설법을 할 수 있으면 대중들 가운데 평가와 지명도가 올라간다. 당당히 설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을 동적인 인간으로 만들고 그들의 삶에 강한 변화와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설법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자신이 법력과 실력을 부각 시킬 수 있는 중대한 열쇠를 잡는 것과 마찬가지다. 항상 듣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이 좋아할 설법을 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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