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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섭식장애의 원인

기자명 법보신문

폭식·거식 원인도 부모 갈등…사랑이 묘약

 

▲섭식장애로 괴로워했던 수 많은 아이들이 이곳 사이쿄인에서 건강을 되찾았다.

 

 

섭식장애(攝食障碍)란 음식섭취에 관한 장애이며 과다한 폭식(暴食)이나 거식(拒食)을 반복하면서 건강을 해치는 증상을 말한다. 섭식장애로 괴로워하는 아유미(26살)가 우리 절을 찾아왔을 때, 절 입구에 있는 30개 계단을 자기 힘으로 올라갈 체력마저 없었다. 몸무게는 겨우 28킬로그램. 음식을 먹고서 바로 토하기 위해 손가락을 입 속 깊이 집어넣기 때문에 손가락과 손바닥 사이엔 굳은살이 박혀있었다.


일단 나는 아유미를 일주일 동안 우리 절에 있게 했다. 식사시간에는 아유미 나름대로의 속도로 아침은 1시간, 저녁은 2시간에 걸쳐 천천히 먹게 했다. 그리고 잠 잘 때는 머리 밑에 얼음찜질을 하며 평온하게 잠 들 수 있도록 해주었다. 첫 날 밤엔 역시 먹은 것을 토해버렸지만, 이튿날부터는 토하지 않고 조금씩 먹는 양도 늘어났다.


일주일 후, 아유미의 몸무게가 3킬로그램이 늘었다. 아유미에게 집에 가라고 하면서 매일 몸무게를 재보고 기록하라고 시켰다. 그러다가 몇 일 지나서 확인해보니, 몸무게가조금씩 늘어나긴 했는데, 토한 날이 두번 있었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날은 아버지의 일이 잘 안 되었던 날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아유미의 집은 부모와 여동생 둘이 있는 다섯식구. 아버지는 작은 건설회사를 운영했는데, 경기가 안 좋아 아유미가 중학교 때 회사는 부도가 나고 말았다. 한편 어머니는 커피숍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가게는 잘 되고 있었다. 아버지는 취업도 안 되고 어머니의 눈치를 보면서 살았으며 부부 사이가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을 무렵, 아유미의 섭식장애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맏딸인 아유미는 책임감이 강하고 뭐든지 열심히 노력하는 스타일이었다. 과식과 거식을 반복 하면서도 아유미는 열심히 공부를 해서 간호사와 보육사 자격증을 땄다. 그러나 아무리 공부를 해서 성과를 얻어도 아유미의 마음은 항상 비어있었다. 아유미는 초라해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이 싫었고, 집안 중심에 아버지가 계셨으면 하는 기대감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가 지나 다시 아유미가 우리 절에 왔다. 이번엔 3개월이라고 아유미의 가족들하고도 미리 약속을 하고 있었다. 우리 절에 와서 처음에는 밤 중에 냉장고를 열어, 있는대로 다 먹으려고 했다. 나는 그런 아유미를 “괜찬다, 괜찮다”하며 꼭 안아주었다. 아유미에게 무엇을 제일 먹고 싶냐고 물어보니, 아유미는 아버지가 만든 주먹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아유미가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사랑이었다.


3개월 동안 우리 절에서 생활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 아유미에게 큰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아버지가 취직한 것이다. 다시 사회에 나가 활동하기 시작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아유미는 섭식장애를 극복하여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책임감 클수록 장애 가능 높아

 

섭식장애 아이들을 보면 책임감이 크고 능력이 있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아유미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눈치를 보며 집의 경제상태에 항상 신경을 쓰고, 섭식장애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취업을 하고, 혼자 몇 백만엔이나 돈을 모으고 있었다. 어머니의 커피숍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보고 동생들 학비는 언니가 책임져야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유미의 가족을 다시 살펴보기로 하자. 아유미네 식구는 남자가 하나, 여자가 넷이다. 하나 뿐인 남자인 아버지는 그렇지 않아도 ‘마음의 설 자리’가 없어지기 쉽다. 엄마와 아버지 사이가 멀어져가면서 아버지는 점점 딸 하고도 거리가 멀어져 집안에서 고립(孤立)된 존재가 되어버렸다.


아버지의 고립을 막기 위해서는 평상시부터 어머니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머니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존재감을 강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무언가 사달라고 하면 “그럼, 엄마와 함께 아빠에게 부탁을 드리자”라고 하며, 항상 아버지의 존재감을 아이의 마음에 새겨두어야 한다. 아버지의 고립을 막는 것이 바로 집안을 화목하게 유지하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머니의 마음이 바로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집안 분위기가 안 좋으면 아이는 꼭 무서운 꿈울 꾼다. 특히 어머니의 마음이 아이의 꿈에 바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의 목소리나 표정을 꼭 살펴야 한다. 혹시 어두운 기색이 보이면 바로 “무슨 일이 있었어?”라고 물어보고 아이의 마음에 다가서는 노력을 해야한다. 어릴 때부터의 그런 습관이 사춘기가 된 아이들의 행동에 나타나게 된다.


정신적인 고통을 극복하면 신체적인 성장이 나타난다. 아유미는 몇 년 동안 없었던 생리가 다시 찾아왔다.


우리 절에 온 남자 아이들 중엔 한 두 달 사이에 키가 부쩍 크는 아이도 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불등교로4개월 동안 학교를 못 간 켄시로는 우리 절에서 2주 동안 지내고 나서 다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한 달도 안되는 사이에 키가 8센티미터나 커버렸다. 불등교로 인해 그 동안 멈추고 있었던 신체성장이 회복되었던 것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극복 첫발

 

켄시로가 불등교이었을 때, 학교 쪽에서는 무리하게 학교를 보내지말고 집에서도 가급적이면 학교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지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나 학교 선생이 그런 식으로 마음을 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부딪치면서 몸과 마음이 성장해 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안 가도 좋다”라고 막을 권리가 누구에게 있다는 말인가?


초등하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9월1일까지 불등교로 학교를 못 갔던 유스케의 경우, 9월1일 부모가 그를 못 움직이게 밧줄로 잘끈 동여매고 우리 절로 데리고 왔다. 그 동안 부모는 유스케를 데리고 여기 병원, 저기 병원 다니다가 도저히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나하고 한참 이야기를 하고나서 유스케는 그 다름 날부터 학교를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리 절에서 지내는 3개월 동안에 키가 12센티미터나 컸다.


불등교 아이들을 보면 여러가지 증상이 있다.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열이 나는 아이도 있다. 유스케의 경우는 온 몸이 마치 철봉처럼 굳어서 움직이지를 못했다. 엄마가 유스케를 차에 태우고 학교 교문까지 가면 벌써 유스케의 몸은 굳어버리고 한 발도 못 움직이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나는 그런 유스케를 차에 태우고 역시 교문까지 갔다가 유스케를 꼭 안아주고 악수를 하며 “잘 다녀와”라고 말했더니 유스케는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로 걸어갈 수 있었다.


유스케는 지금 대학 4학년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불등교할 때 부모님도 학교 선생님도 나를 구해주지 못했다. 나는 꼭 교사가 되어 불등교로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구해주고 싶다.”


▲히로나카 스님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자료제공=주식회사 日本標準


 

히로나카 스님 초청 강연회

히로나카 스님은 10월31일 오후 7시 북촌 동양문화박물관에서 ‘히로나카 스님과 함께하는 열린대화마당’을 갖는다. 이 자리는 부모와 자식 간의 바람직한 소통과 교육법을 주제로 한 강연과 질의응답으로 진행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대화의 장으로 마련된다. 010-7383-8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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