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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릇 하는 법 ①

기자명 법보신문

잘 먹고 잘 입기 위해 출가한 것 아니야
욕망 다 좇아간다면 세속과 다를 바 없다

수행하는 스님으로서 ‘이래서야 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심한 일들이 종종 있다. 출가자는 세속 사람의 생각과 방식을 모두 버려야 한다. 생각도 그대로이고 먹고 싶고, 입고 싶은 것 그 어떤 것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든 것이 그대로라면 세속인과 다른 것이 무엇이겠는가.


경허 선사는 그 유명한 ‘중노릇 하는 법’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대저 중 노릇하는 것이 어찌 적은 일이리요. 잘 먹고 잘 입기 위하여 중노릇 하는 것이 아니요, 부처되어 ‘살고 죽는 일’을 면하기 위하고자 하는 것이다. 부처가 되려면 내 몸에 있는 내 마음을 찾아보아야 하나니, 내 마음을 찾으려면 몸뚱이는 송장으로 알고, 세상일은 좋으나 좋지 않으나 모두 꿈으로 알고, 사람 죽는 것이 아침에 있다가 저녁에 죽는 줄로 알고 죽으면, 지옥에도 가고 짐승도 되고, 귀신도 되며, 한없는 고통을 받는 줄을 생각하여 세상만사를 다 잊어버려야 한다. 항상 내 마음을 궁구하되, 보고 듣고 일체 일을 생각하는 놈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고. 모양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큰 것인가 작은 것인가를 생각하며 궁구하되, 고양이가 쥐 잡듯이 하며, 닭이 알을 품은 듯이 하며, 늙은 쥐가 쌀 든 궤짝을 쏠듯하여, 항상 마음을 한군데 두어 궁구하여 잊어버리지 말고 의심하여, 일을 하더라도 의심을 놓지 말고, 그저 있을 때라도 의심하여 지성으로 하여가면 필경에 내 마음을 깨달을 때가 있을 것이니, 부디 신심을 내어 공부할지니라. 대저 사람 되기 어렵고 사람 되어도 대장부 되기 어렵고, 대장부가 되어도 중노릇하기 어렵고, 중이 되어도 부처님 정법 만나기 어려우니, 그런 일을 깊이 생각하라.”


부처님 말씀에 “사람이 된 이는 손톱 위에 흙 같고, 사람의 몸을 잃고 축생이 된 사람도 흙같다”고 하시고, 또 “사람의 몸 한번 잃으면 억 만년이 지나도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고 하시며, “항상 지옥에 살기를 동산에서 놀듯하며, 아귀 귀신이나 가축되기를 내 집에 있듯이 한다”고 하셨고, “한 번 성불하면 다시 죽지도 살지도 않고 다시 생을 받지도 않는다”고 하시니, 이런 말씀 자세히 들어 생각해야 한다.


또 옛날에 ‘권선사’라는 분은 아침부터 공부를 하다가 해가 질 때면 다리를 뻗고 울면서 “오늘 해와 세월만 보내고 깨닫지 못하였다”고 울었다고 한다.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지극히 먹은 사람을 모두 적을 수는 없다. 그러나 모두 죽고 살기를 잊고, 먹고 입기를 잊고, 잠자기도 잊고 공부하셨으니, 우리도 그와 같이 해야 공부가 될 터이니, 곰곰이 생각해야 할 바이다.


동산 스님은 “거룩하다는 이름도, 재물도, 영화도 구하지 말라. 그렇게 저렇게 인연 따라 한세상을 지내라. 옷이 떨어지면 기워 입고, 양식은 가끔 구하여 먹을지어다. 턱 밑에 세 마디 숨이 끊어지면 문득 송장이요. 죽은 뒤에는 헛이름 뿐이로다. 쓸데없는 일을 하느라고 내 마음을 캄캄하게 하여 공부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하셨다.
또 “내 마음을 깨달은 후에 항상 그 마음을 보전하여 깨끗이 하고, 고요히 하여 세상에 물들지 말고 나아가면, 한없이 좋은 일이 많으니, 부디 깊이 믿으며, 죽을 때에 아프지도 않고 마음대로 극락세계에 가고, 가고 싶은 대로 가느니라”고 강조했다.


▲철우 스님
너무나 지당하신 말씀들이다. 그런데 오늘 이런 일을 하지는 않고 큰 소리만 치고 있다. 어찌할까. 해는 서쪽에 걸렸는데 말이다. 


철우 스님 율장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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