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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자본주의 모순과 대안으로서 불교-5

기자명 법보신문

라다크는 불교공동체 대안될 수 없어
자본주의 속성 이해 없으면 결국 붕괴

 

 

자본주의는 ‘확대 재생산’을 해야만 존속되는 체제다. 자본가는 화폐(M)를 자본으로 하여 생산수단(MP)과 노동력(LP)을 구입하여 생산과정(P)을 통해 상품(C’)을 만들어 시장에 팔아 돈(M’)을 벌어들인다. 이때 M’은 M보다 많다. 생산과정에서 잉여가치가 발생하였고 이를 자본이 착취하였기 때문이다.


①의 노동과 ②의 소비 가운데 하나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체제는 붕괴한다. 하지만, 양자 모두 제대로 작동하여 이 체제는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체제는 노동자의 잉여가치를 한껏 착취하여 자본을 축적하고, 대중의 탐욕을 무한히 증대시켜 과잉소비를 유발하여 막대한 이윤을 획득하였다.


거꾸로, ①에서 노동자가 노동을 거부하거나 잉여가치의 착취가 없는 노동을 하거나 ②에서 대중이 소비를 거부한다면 자본주의 체제는 저절로 무너진다. 노동자가 노동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은 억압당하고 공포에 억눌리고 있기 때문이며, 대중이 소비를 거부하지 못하는 것은 자본의 희생자인 대중 또한 (화폐)욕망의 증식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①의 노동을 불교적으로 올바르게 하는 길은, 앞에서 말하였듯, 연기론에 입각하여 환멸문의 노동을 하는 것이다. 다만, 자성적 사고, 나에 대한 집착이 이를 방해한다. ②에서 소비를 올바르게 하는 길은? 답은 욕망을 자발적으로 절제하고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수행이 필요하지만 홀로 실천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 노동자가 아무리 자성적 사고와 집착을 깼다 하더라도 홀로 전적으로 환멸문의 노동을 하기 어렵다. 이 체제 안에서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불교공동체 안에서만 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라다크와 같은 불교 공동체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공(空)과 연기론에 따라 타인을 철저하게 배려하는 삶, 경쟁과 갈등이 없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사회,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해도 늘 평안하고 행복한 마음 자세, 자연과 완벽하게 공존하는 생태적 노동, 일과 놀이의 일치, 가부장적 폭력이 없는 평등사회 등의 면에서 볼 때, 라다크는 ‘오래된 미래’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공동체는 오지에서 바깥세계와 단절된 채 철저히 중세적 세계를 유지할 경우에만 존속이 가능하다. 라다크는 다른 모든 곳이 자본주의 시장체제에 편입되었는데 고립된 불교 사원처럼 유지되었고, 다른 세계의 시계가 현대로 흘러갔는데 홀로 중세의 시간에 머물렀다. 막혀있던 지역과 시간의 통로가 열리자 라다크는 쉽게 해체되었다. 히말라야 산간의 오지에 고립되어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았던 라다크의 구성원들은 자본주의와 개발에 노출되자마자 시나브로 탐욕의 포로가 되었다.


내용과 형식에서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이는 다른 종교 공동체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다른 사회나 집단과 소통하지 못하는 공동체는 사회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성찰하는 주체가 되지 못하는 개인은 언제든 둘의 유령에 현혹된다. 이 세계 전체가 자본주의를 넘어선 체제가 되지 않는 한, 어떤 불교 공동체든 시장과 자본주의 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도흠 교수
그렇다면, 불교공동체는 구성원이 자본주의 체제를 철저히 인식하고 비판하는 주체가 될 때 존립할 수 있으며, 반자본주의적 사회를 유지하면서도 이와 소통하는 법을 터득할 때 사회적 의미를 구성한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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