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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생명살림 실천하는 유갑순 씨

기자명 법보신문
  • 생명
  • 입력 2011.11.01 16:02
  • 댓글 0

친환경 수세미·쌀뜨물로 세제 없이 설거지

정토회 인연 맺고 비누·샴푸 등 직접 제조 사용
‘아이숲’ 유치원 지도교사 활동…사찰생태교육도

 

 

▲생활 속에서 친환경 삶을 실천하는 유갑순씨는 일주일 대부분을 사찰생태수업을 하는 바람에 늘 등산복 차림이다.

 


“꽃의 아름다움과 색깔 그리고 향기를 전혀 해치지 않은 채 그 꽃가루만을 따가는 저 벌처럼 그렇게 잠깬 이는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법구경’)


생활 속 불살생 실천을 강조한 부처님 말씀이다.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며 낭비하지 말고 지구를 훼손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 않다. 비누, 화장품, 샴푸 등 일상에서 쓰는 생활용품에는 모두 화학약품이 섞였고 사용하면 생활하수가 돼 강으로 바다로 흘러간다. 그릇을 씻는 세제도 마찬가지다. 바쁜 생활 탓에 떨어지면 그 때 그 때 구입해 쓰는 게 편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고집스럽게 천연비누와 친환경 수세미를 만들어 주위에 보시하고 샴푸도 직접 제조해 쓰는 이가 있다. 유갑순(58, 보광명)씨다.


그는 천연비누와 친환경 수세미를 만들어 주는 게 즐거움이다. 사실 친환경 수세미를 만드는 건 어깨가 아프다. 아크릴 실과 코바늘을 잡고 바느질을 쉴 새 없이 해야 한 개가 나온다. 큰 아들이 “그러면서 왜 만드냐”고 우려하기도 했단다. 그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거 하나 만들어서 누가 이 수세미를 쓴다면 어떻게 될 것 같으니? 어깨가 좀 아프더라도 누군가 이 수세미로 세제와 물 한 바가지 덜 쓴다면 엄마는 이 일을 계속 할 거야.”


아크릴사(합성수지에 아세톤을 녹여 만든 섬유) 100%로 만드는 친환경 수세미는 세균 번식을 막고 기름을 흡수하는 성분이 있다. 많은 양의 기름기가 아니면 이 수세미로 설거지 할 때 물로 헹구면 싹 닦인다. 화장실 타일이나 가전제품 때 제거에도 탁월하다.


그는 친환경 수세미 외에도 설거지 할 때 쌀뜨물을 쓴다. 친환경 수세미와 쌀뜨물만으로도 어지간한 기름기는 말끔히 제거되고 “뽀드득” 소리가 난다고. 생활하수 80%가 합성세제가 원인이다. 그러나 기름을 제거하는 전분이 함유된 쌀뜨물을 설거지에 쓰면 물 낭비와 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통상 2컵 쌀을 씻을 때 3리터 물을 쓰는데, 이를 정화하는 데 최소 1톤 물이 필요하니 설거지할 때 다시 쓰는 것도 생명살림을 실천하는 길이다.


그는 썩지 않는 비닐봉투도 사용하지 않는다. 장을 볼 때면 천장바구니를 들고 집을 나선다. 천연비누도 만들어 집에서 사용한다. 피부에 그렇게 좋단다. 보통 가게에서 사다 쓰는 비누는 세수를 하고 나면 피부를 건조하게 해 얼굴이 갈라지는 느낌이 든다. 화학물질이 피부를 깎아내서 그렇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오일과 가성소다를 섞어 한 달 반을 숙성시킨 뒤 그리세린(천연 방부제)이 형성돼 굳으면 그대로 비누로 쓴다. 건조한 가을에도 화장품을 안 쓰는 비결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조금 불편한 생활임에도 이런 삶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정토회 영향 탓이다.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부처님 법을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지인에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소개 부탁했고 그래서 찾아간 장소가 홍제동 시절 정토회다. 이곳에서 그는 법륜 스님과 유수 스님을 만났고 첫날 법륜 스님의 ‘초발심자경문’을 들었다. 접족례도 모르던 시절 3배를 올리는데 마냥 눈물이 나왔다고 그는 회고했다. 유수 스님은 100일 동안 매일 300배를 권했고 군말 없이 회향했다. 법륜 스님은 늘 환경을 강조했단다. 출가열반절 기간에는 행자들에게 발우공양을 시켰고, 이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그렇게 생명살림을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이르렀다. 아크릴사가 나오자 친환경 수세미를 만들었고, 천연비누 강의도 수강해 비법을 배우기도 한 것이다.


그렇게 불교 인연은 깊어져 자비의 전화 봉사도 하고 불교환경연대를 만났으며, 사찰생태연구소에서 사찰생태교육을 받았다. 그 인연이 일주일 내내 산에서 생태 수업을 하는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11월부터 불교환경연대 숲유치원 지도교사로 고양 흥국사 ‘아이숲’을 담당한다. 두 달에 한 번은 일요일마다 군법당에 가서 봉사도 하고 매주 월요일 오전 서울노인복지센터 입회상담은 10년이 넘어도 그의 몫이다. 일요일 새벽마다 백화사에서 남편과 올리는 기도는 한참 됐다.


“제가 어릴 적 할머니는 뜨거운 물을 마당에 버릴라치면 말리셨지요. 식혀서 수챗구멍에 버리라고 하셨어요. 뜨거운 물을 마당에 버리면 지렁이가 ‘니 자식 눈 멀어라’한다면서요. 또 물을 막 쓰면 저승에 가서 그 물을 옷고름에 묻혀 옮겨야 한다며 낭비하지 말라고 이르셨지요. 그렇게 몸에 밴 생명살림이 불교를 만나 불자로서 떳떳한 삶을 살게 도와줬지요. 불자라면 이제 자기 옆에 또 다른 생명이 있다는 사실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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