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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원숭이 [상]

기자명 법보신문

불법 수호하며 죄 벌하는 무리의 우두머리

 

▲봉선군모천지우도.

 

 

낮에도 밤에도 느낄 수 있는 눈과 귀가 있었다. 나쁜 짓을 하면 자신에게 들킨다고 경고했다. 인도로 불전을 구하러가는 현장 법사를 수행하는 무리 가운데 우두머리격인 원숭이가 그랬다.


손오공이라는 이 원숭이는 근두운 대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머리를 옥죄는 띠 대신 헬멧을 썼고 늘어나는 여의봉 대신 쌍절곤을 휘둘렀다. 머털도사가 머리카락을 뽑아 도술을 부리는 것처럼 털을 뽑아 신통력을 부렸고 약자를 도왔다. 명나라 때 오승은이 썼다는 ‘서유기’를 각색한 ‘날아라 슈퍼보드’ 얘기다.


어째서 원숭이가 신통방통한 능력을 가졌을까. 두말 하면 입 아프다. 지혜롭고 총명하기 때문이다. 동작도 재빠르다. 나무 탈 땐 마치 나비처럼 가볍게 난다. 그래서 원숭이를 ‘잔나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날쌔다’라는 뜻의 동사 ‘재다’와 ‘원숭이’라는 중세 우리말 ‘납’을 합친 말이다.


뿐만 아니라 용맹하기까지 한 동물이다. 그래서인지 불교에서는 부처님 전생이기도 했다.


500마리 원숭이들이 굶주림으로 고통 받을 때 원숭이왕은 임금 궁전으로 들어가 과일을 먹도록 명령했다. 이를 알아챈 임금이 노발대발 해 모두 죽이려 하자 원숭이 왕은 “원숭이들을 용서하고 대신 내가 아침상 반찬이 되겠다”고 했다. 임금은 “네 고귀한 보시정신은 히말라야산보다 더 높다”고 감탄하며 눈물을 흘렸다. ‘육도집경’ 얘기이며 500마리 원숭이는 부처님 제자 500비구라고 한다.


비슷한 설화도 있다. 화난 임금을 피해 달아나던 원숭이 무리가 강을 만나 안절부절 못할 때였다. 원숭이왕은 긴 팔로 강 건너 나뭇가지를 잡고 무리에게 자신을 밟고 강을 건너게 했다.


제 몸을 돌보지 않고 무리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에 감화한 임금은 성으로 돌아와 백성을 평화롭게 다스렸다 한다. 효심도 만만치 않다. 사냥꾼이 쳐 놓은 그물을 찢자 무리가 포위망을 벗어났다. 그 때 새끼를 등에 업은 늙은 암컷 원숭이가 서두르다가 발을 헛디뎌 깊은 구덩이로 빠지고 말았다. 사냥꾼이 뒤쫓고 있음에도 원숭이 왕 어머니였던 암컷을 구하기 위해 왕은 꼬리를 늘여 어머니의 목숨을 건진다.


이와 같은 까닭에 불교 문화권에서는 원숭이가 자주 등장한다.  양산 통도사 벽화 ‘봉선군모천지우도’도 빼놓을 수 없다.‘서유기’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다.


이 벽화는 면류관을 쓴 인물이 의자에 앉아 있고 좌우에 무장을 한 인물들이 호위하고 있다. 기둥 뒤에는 3명의 인물이 커튼 뒤에서 무장들을 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한 인물은 면류관을 쓴 사람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벽화는 ‘서유기’ 87회를 묘사하고 있으며 이야기는 이렇다.


은무산 요괴를 물리치고 나무꾼을 구해준 현장 법사 일행이 천축 변방에 속한 봉선군에 당도했다. 그때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 법사를 구한다는 방을 붙이는 이를 만났고, 봉선군이 몇 년 째 가뭄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현장 일행은 손오공이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며 관원을 만났고, 오공은 비를 내리고자 천궁에 올라갔다. 오공은 하늘에 바치는 제물을 뒤엎어 개에게 먹이고 거룩한 제삿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어 옥황상제를 모독했다는 전후사정을 듣는다. 이에 오공은 옥황상제를 설득해 봉선군에 비가 내리게 한다. 무릎을 꿇은 인물이 바로 오공이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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