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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에 대한 한 외국인의 반응

기자명 법보신문

템플스테이와 사찰요리는 어느덧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그것들은 한국불교 세계화의 성공적인 사례로 기록되지만, 한편으로 이처럼 작은 성공이나 외국인의 평가에 호들갑을 떨 만큼 한국불교의 현실이 열악한가하는 씁쓸함도 없지 않다.


한국불교의 세계화는 대표적 전통문화인 불교를 국가브랜드로 만들려는 정부의 정책과 연계되어 있으며 템플스테이를 비롯한 지난해 뉴욕과 올해 파리에서 행해진 사찰음식 소개 행사는 국고지원을 받고 있다. 굳이 국가정책에 반대하고 국고 지원을 거부할 필요는 없지만, 기왕 하는 것이라면 작은 상업적 성공이나 민족적 우월감에 도취되지 말고 불교정신과 문화를 전할 수 있도록 기획해야 한다.


얼마 전 미국불교 관련 자료를 찾던 중 2006년도 뉴욕타임지에 실린 한국 템플스테이 관련 기사를 발견했다. 세계적 매체에 한국불교 관련기사가 실리는 일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으나, 흔히 한국 신문이나 방송에 소개되는 외국인의 찬사는 전혀 없었다. 템플스테이를 기획하는 분들에게 많은 시사를 줄 것이라 생각해 그 내용을 옮겨보겠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 운력, 참선, 법문 등으로 이어지는 짧은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한 미국여성이 쓴 체험기는 템플스테이 목표가 마음의 변화나 불교에 대한 이해보다 전통적인 승가 생활의 체험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고되고 빡빡한 승려의 삶 체험하기 중 제일 좋았던 것은 사찰에서 제공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 친구가 된 것이지만 다시 참가하지는 않겠다’면서 ‘스님처럼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려주었을 뿐’이라고 고백하고 있었다.


그 밖에 골굴사, 조계사, 무상사의 템플스테이와 웹사이트 정보가 실려 있었지만 그것은 한국의 템플스테이가 어렵고 힘들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기사가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모든 외국인의 반응을 종합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 초청된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측 주최자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이 너무 빡빡해서 그 내용이 좋더라도 제대로 즐길 수 없다고 한결같이 호소하는 것에 비추어보면 다른 외국인의 반응도 이와 비슷할 것 같다.


제아무리 좋은 음식도 소화시키지 못하면 독이 된다. 템플스테이 역시 외국인들의 문화나 정서는 생각하지 않고, 좋다고 생각되는 프로그램은 모두 집어넣지만 정작 외국인들을 질리게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더 큰 문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서양인들이 불교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체험’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에 있을 때 많은 수행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대부분 묵언참선보다 수행에 대한 법사의 지도나 그룹미팅이 중심이었다. 심지어 식사시간에도 서로 대화를 나누느라 시끄러울 정도로 미국인들은 대화를 좋아한다. 그들에게 그저 가부좌하고 앉아있으라고 하면 불교가 어렵다는 생각만 주게 된다. 또 하나의 문화체험으로 기획된 연등 만들기나 운력도 재고해보아야 한다. 미국에서도 그림 그리기, 만들기, 동작하기 프로그램이 수행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지만 언제나 수행적 의미를 강조한다. 자기변화의 기회로 제시될 때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다.


▲명법 스님
그런 점에서 한국사찰의 템플스테이가 승려 생활 체험하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은 곱씹어 보아야 한다. 지난 여름 수불 스님이 지도한 외국인을 위한 간화선 집중안거가 효과적이었던 것도 계속되는 법문과 개인 면담 때문이었다. 영어능력이 부족하면 통역을 통해서라도 지도를 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기 삶에 직접적인 변화가 일어날 때 불교를 받아들인다. 그저 하나의 체험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법 스님 조계종 교수아사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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