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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채식 6년’ 불살생 실천 김선희 씨

기자명 법보신문
  • 생명
  • 입력 2011.11.16 09:43
  • 수정 2011.11.16 09:52
  • 댓글 1

“몸·환경·생명 지키는 방편은 육식 끊는 것”

인터넷 카페 80여 곳서 공장형 축산업 폐해 알려
유기동물보호 앞장…“불교계, 삼겹살 회식 씁쓸”

 

 

▲서울 인사동 채식음식점 오세계향에서 만난 김선희씨는 콩까스를 저녁으로 먹었다. 발우공양 ‘콩’과 오세계향 단골이다.

 


“아난다야, 육도의 존재들이 상생을 멈춘다면 끊임없는 생사의 굴레에 예속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대자비를 수행하는 자들이 살아있는 존재들의 살과 피를 먹고 사는가?”


‘능엄경’ 중 육식에 관한 내용이다. 불교계는 오계 가운데 불살생계를 으뜸으로 여긴다. 작은 미물의 생명까지 존중하는 것이다.


계란과 생선, 유제품도 먹지 않고 완전 채식을 한지 6년이 넘은 김선희(46, 대원경)씨에겐 이 불살생계가 삶의 중심이다. 그래서 도통 잠을 이룰 수 없다. 건강과 지구환경을 지키는 채식을 한 명에게 더 알리고 싶어서다. 어디에선가 버림받고 헤매는 유기 동물 그리고 보호소에서 어렵게 사는 반려동물들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다. 불교 카페 40여곳과 채식과 동물보호 관련 카페 등 총 80여곳에 글을 올리고 나면 새벽 2~3시는 훌쩍 지난다. 그래서 눈에 실핏줄이 터지기 일쑤다. 얼굴 붓기는 사라질 새가 없다. 목소리는 쉽게 잠긴다.


11월8일 저녁 서울 인사동 채식요리전문점 오세계향에서 만난 그는 눈에 핏줄이 서고 얼굴은 붓고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콩으로 돼지고기 질감을 재현한 콩까스를 먹으며 오로지 생명 이야기뿐이었다.


“채식을 하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메탄가스도 줄이고 공장형 축산업 시스템 안에서 오로지 고기로 사육되는 동물들 숫자도 줄일 수 있답니다. 특히 축산업서 사육하는 사료 생산을 위해 지구 허파인 열대우림이 사라지는 일도 줄어요. 사료로 소비되는 곡식을 굶어죽는 아이들을 위해 쓸 수도 있는데…….”


하고 싶은 말이 가득했다. 철저한 공부에서 나온 지식과 채식에서 얻은 경험을 알려주기에 마음이 급했다. ‘평화가 깃든 밥상’을 비롯해 ‘나는 살기 위해 자연식한다’ ‘자연을 닮은 식사’ ‘역사속의 채식인’ ‘우리 몸은 채식을 원한다’ ‘채식 이야기’ ‘나는 채식하는 오페라 가수’ ‘육식의 종말’ ‘내 몸 내가 고치는 식생활 혁명’ ‘음식혁명’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가’ ‘밥상이 썩어간다’ 등등. 그가 한 카페에 올린 추천도서 목록이다. 그는 이런 책들에서 연기법과 불살생계를 엿본다.


실제 햄버거 하나에 들어가는 소고기 100g을 위해 열대우림 1.5평이 목초지로 변한다. 인간이 1인분 고기와 우유 한 잔 얻기 위해 소는 곡식 22인분을 먹는 반면 1분마다 전 세계 어린이 26명이 영양실조로 죽는다. 세계적 환경연구소 월드워치연구소는 2009년 12월 육식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51% 이상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사육 동물의 트림과 방귀,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이산화탄소보다 21배 강한 온실가스다.


생후 6개월 뒤 수소는 약간의 수분과 단백질이 변한 지방인 마블링을 위해 생식기가 잘린다. 또 고단백 사료를 먹으며 하루 800g씩 몸집을 불린다. 그렇게 30개월이 지나면 ‘고기’가 된다. 세상 빛을 본지 얼마 되지 않은 돼지 생식기도 잘려 나간다. 수퇘지의 노린내를 사람들이 싫어해서다. 사람들은 연하고 질 좋은 고기를 원한다. 그래서 새끼 돼지는 이빨이 뽑히고 꼬리도 잘린다. 스트레스로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어뜯기 때문이다.


동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그도 예전엔 이틀에 한 번 꼴로 고기를 즐겼다. 젊은 시절 강남에서 하던 사업도 잘 나갔다. 승승장구했었다. 허나 상처도 많이 받았다. 떼인 돈도 적지 않다. 그 시절 유기동물보호소 후원을 하면서 공장형 축산업 현실을 알게 됐다.


채식은 먹을거리가 아니라 생활가치와 가치관 문제였다. 생명에게 가하는 폭력에 대한 선택 거부행위인 셈이다. 사업을 접었다. 절만 보면 삼배를 올리는 불교 집안에서 자란 그는 자연스럽게 ‘무소유’ 법정 스님을 스승으로 모셨다. “윤회를 아는 불자들이 부모, 자식의 살을 뜯어 먹느냐”는 스님 법문이 그를 이끌었다.


그는 생명에 해를 가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화장품, 비누, 샴푸, 음식 모두 식물성을 산다. 설거지도 물에 식초 몇 방울, 밀가루를 섞어 기름기를 제거한다. 로터스월드를 통해 캄보디아 아이들을 결연 후원하고 있다. 22명을 뒤에서 돕고 있다. 100명이 목표다. 가방엔 후원서 10장씩 넣고 다니며 인연만 닿으면 붙잡고 어려운 아이들 얘기하기가 바쁘다.


“불자라면 남의 살덩어리 찢어 씹어 먹으면서 과연 내 몸과 정신이 온전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쟁기에 치어 죽은 미물들을 보며 마음 아파했던 부처님이셨어요. 부처님을 조금이라도 닮고자 서원한 불자들이라면 그렇게 생명을 아꼈던 부처님 마음을 외면해야 할까요?”


재가자들부터 스님에게 고기를 챙겨주는 모습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다. 불교계 회식 문화 중심에 으레 삼겹살이 안주로 오르는 점도 씁쓸해 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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