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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시대 사찰요리 세계화

기자명 법보신문

포스트모던 시대 소비의 특징 중 하나는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맛만 아니라 문화도 함께 소비한다. 예를 들어 고급 프랑스요리를 먹는 것은 음식의 맛만 아니라 프랑스 문화까지 함께 소비하는 것이다. 특별한 날 비싼 프랑스요리 레스토랑에 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요리인 스시도 마찬가지다. 원래 서양 사람들은 생선을 날로 먹지 않지만, 19세기 말 미술계의 자퐁니즘의 유행과 1960년대의 젠붐을 통해 일본문화가 고상한 취미로 간주되면서 스시는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되었다. 서양에서 스시를 먹는 사람은 세련되고 교양 있는 사람으로 취급된다. 이처럼 스시를 먹는 사람은 일본문화의 아우라도 함께 소비한다.


사찰음식에 대한 우리들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출가 전에 무작정 산행에 나섰다가 관악산 연주암에서 얻어먹은 것은 달랑 밥과 김치, 미역국뿐이었지만 지금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출가 후 인심 후한 은사 스님 덕분에 오는 사람마다 밥상을 차려내느라 부엌을 벗어나지 못했지만-그 덕분에 연주암 밥값을 매우 비싸게 치렀다- 지금도 은사 스님의 손맛과 푸근한 인심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세계적으로 채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사찰요리가 세인들에게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 채식은 육식의 유해성과 사육되는 동물들의 동물권, 환경오염 때문에 대안적 삶의 방식으로 수용되고 있다.


1970년대 샌프란시스코 젠센터에서 처음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백장선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명상하는 도중 틈틈이 유기농법으로 야채를 가꾸고 이렇게 재배된 재료에 인공첨가제를 가미하지 않고 빵을 만들었다. 곧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 채식식당을 열게 되었고 그것은 미국에서 대안문화와 환경보호의 모델이 되었다. 그 요리법을 출판한 것이 저 유명한 ‘타사하라 빵 만들기’ 책이다.


전통적으로 사찰에서 먹는 음식은 수행과 생명존중이라는 정신이 깃들어있다. 따라서 이 점을 잘 홍보한다면 시대를 선도하는 문화로 선양될 수 있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 뉴욕과 파리에서 열린 한국사찰음식 시연회 기사를 접하면서 지나치게 화려한 식단이 수행자들의 밥상이라고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또한 이 행사에 초청된 인사들이 주로 해당 국가의 정계, 경제계, 언론계의 인사, 그리고 요리사였던 것은 상업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양인 중 사찰요리에 관심을 가질 사람은 맛보다는 수행과 문화, 환경에 관심을 갖는 채식주의자들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양의 불교지도자나 불교단체와 연계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서양에서 이미 대안적 식생활로 여겨지는 채식과 사찰요리에 깃든 생명존중의 정신, 그리고 푸근한 스님들의 인심과 철저한 수행정신을 버무려 한국사찰요리만의 아우라를 만들어낸다면 상업적 성공은 물론이거니와 한국문화를 알리고 나아가 대안적 삶을 찾는 서양인들을 한국불교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명법 스님
얼마 전 불쑥 사찰요리의 특징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생각나는 대로 사찰음식은 첫째 재료의 맛 그대로 먹고, 둘째 적게 먹고, 셋째 수행으로 먹는다고 대답했던 일이 있다. 사찰요리 세계화에 앞서 과연 오늘날 절 집의 밥상이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지, 생명의 가치는 존중되고 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명법 스님 조계종 교수아사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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