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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길 나서는 상좌에게 하고 싶은 말

기자명 법보신문

생사 걸고 공부해도 시간은 부족
용맹심으로 화두붙잡고 공부하라

스승이 상좌를 극진히 생각해 언행 하나하나를 조심시키고 챙겨주는 등 온갖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종종 본 적이 있다. 지금은 아무리 찾아도 그런 스승의 모습이 흔치 않지만, 그래도 스승이 상좌에게 마음을 쓰는 것은 여전한 것 같다. 동안거 결제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스승은 제자의 모든 생각이 모름지기 이 공부를 위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는 것이나 얻어먹고, 허송세월이나 보내서는 아니 된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두 글자를 이마에 붙여 놓고 온 종일 눈과 코를 잡고 이 이치를 밝혀야만 하는 것에 매여 있어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만일 공부는 하지 않고 패거리들과 어울려서 공연히 시간이나 보내다가 이 다음에 염라왕이 밥값을 따질 적에, “그때 내가 말해주지 않았다”고 핑계하지 말라는 것이다.


공부할 때는 꼭 나날이 필요한 것들을 살펴보되, 새벽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잘 때까지, 어느 시간이 공부가 잘되었고, 어느 시간이 안 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러다가 결정적으로 깨달음에 도달하는 때가 있을 것이다. 대개 공부에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경도 배우지 않고, 좌복에 앉기나 하고, 졸다가 깨고 졸다가 깨며, 망상피우고, 방선을 하자 또 어울려 떠들기나 하니, 이렇게 공부해 가지고는 미륵불이 이 세상에 와도, 공부가 자기의 손 안에 잡힐 리가 없다.


모름지기 용맹심으로 정신 차려 화두를 잡아가지고, 밤이나 낮이나 공부와 대결하여야 한다. 쓸데없는 망상 피우지 말고, 좌복 위에 앉아 있기만을 고집하지 말고, 조복을 받아야 한다. 잡념이 분주하게 일어나더라도 맞서지 말고, 다투거나 대결하지 말라. 다투면 다툴수록 더욱 심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서 진퇴를 가리지 못하고 해결을 짓지 못해 바람 따라 엎어지다가 한평생을 그르쳐 버리는 것이다. 모름지기 잡념이 바람 따라 엎어지다가 한 평생을 그르쳐 버리는 것이다.


모름지기 좌복에서 일어나 보행을 한 바퀴 돌고서 다시 좌복에 앉아 두 눈을 뜨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허리를 세우고 여전히 화두를 들면, 조금 시원함을 느낄 것이니, 끓는 가마솥에 찬 물을 한 바가지 끼얹는 것 같으리라.
언제까지나 이렇게 공부를 지어 가면 저절로 집에 도달하는 때가 되는 것이다. 공부가 되지 않더라도 번뇌하지 말라. 번뇌의 마구니가 마음에 들어올까 무서우니라. 공부가 조금 쉬워지더라도 기뻐하지 말라. 환희의 마구니가 마음에 들어올까 두려우니라. 가지가지 병은 말로 다할 수가 없느니라.


혹시 대중 가운데에 구참으로서 공부를 마친 이가 있거든 몇 번이고 여가대로 도움을 청하라. 만일 그런 이가 없거든 옛날 조사 스님들의 공부에 대한 그런 사람을 얻기가 어려우니, 어찌됐든 천 번 만 번 처음처럼 공부하라.
너에게 바라노니, 어서 어서 칠통을 타파하고 돌아와서 나의 등을 문질러 주기를 지극히 바라고 부탁하는 바이다.


▲철우 스님
요즈음 공부는 옛날과는 다르다. 도움도 다르다. 모든 것을 잊은 가운데에 오직 참선만 하다가 좌부동 위에서 생을 마치기를 원한다. 본인도 원하고 시봉하는 모든 대중도 그러기를 원한다. 그렇게 대중의 시봉을 받으면서 수용하면 남는 것은 시주의 빚인데, 결코 넉넉하지 않다. 스님들이여, 열심히 공부하자.
 

철우 스님 율장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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