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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자살하는 아이들

기자명 법보신문

마음 속 고민, 절대 혼자 해결하려 말라

약물과 두려움에 떠는 아이
둘의 자살 막지못해 괴로워

 

 

▲히로나카 스님은 구조요청이 오면 언제나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사진은 사이쿄인에서 기타치며 노래 부르는 아이들.

 

 
나는 항상 핸드폰을 목에 걸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 급한 전화가 걸려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강연회에 나가면 이야기 끝에 꼭 나의 핸드폰 번호와 메일 주소를 알려준다. 텔레비전에서도 우리 절 이야기가 몇 번 씩 소개 되었으니까 그것을 보고 나의 연락처를 알고 전화하는 사람도 많다. 밤이든 새벽이든 내 핸드폰은 울린다. 사람들은 나보고 잠자는 시간도 없겠다고 걱정을 하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구할 수 있는 목숨이 있다면 하나라도 구하고 싶어서이다. 


“난 죽고싶어요” “사는 게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거의 날마다 그런 문자가 나한테 온다. 한밤 중에 “지금 자살 하려고 합니다”라고 어느 건물 옥상에서 찍은 것 같은 사진이 첨부된 문자가 와서 잠자는 나를 깨우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죽고싶다는 문자를 보내 올 때는 그 사람은 아직 죽지 않는다고. 정말 급할 때는 오히려 문자가 안 올 때이다.


자살하겠다는 문자가 오면 나는 일부러 예쁜 그림문자를 써가면서 답신을 보낸다. “죽으면 안된다~^^♡” “넌 몇 살이냐~?” 등등. 바로 답신이 오면 일단 안심한다.


19살짜리 여대생이라고 하는 아이에게 문자가 왔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왔고, 그래서 죽고 싶다고. 이럴 땐 사정이 다르다. 나는 바로 “지금 내가 갈께. 장소를 알려줘!”라고 급히 문자를 보낸다. 한참 있다가 “아저씨, 고마워요. 다음에 또 연락할께요” 라고 문자는 끊겼다. 일본 핸드폰은 문자용 메일주소와 전화번호가 따로 있기 때문에 문자가 왔다고 해도 이쪽에서 전화를 걸 수가 없게 되어있는 것이 안타깝다. 그 답신으로 문자는 끊겼는데,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을까? 어쩌면 장난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언제라도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지금까지 나는 수많은 아이들의 목숨을 구해왔지만, 사실은 내가 구해줄 수 없었던 생명도 있었다. 6년전의 일이었다. 큐슈(九州) 후쿠오카(福岡)에서 우리 절에 왔던 히데라는 남자 아이가 자살을 했다. 그는 겨우 스무살이었다.


히데는 17살에 우리 절에 왔던 아이다. 엄마가 데리고 왔는데, 심한 시너 중독자이었다. 히데는 나에게 “내 인생을 다시 바꾸고 싶어서 아저씨를 찾아왔어요”라고 말했다. 단단히 각오를 하고 온 모양이었다. 나는 그의 꿈을 물어봤더니 집 짓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아는 건축회사에 연락을 하고 히데를 부탁했다. 건축현장은 새벽부터 일이 시작된다. 나는 히데를 위해 매일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서 도시락을 싸고 차로 데려다 주었다. 두 달 정도 그렇게 다니고 나니 히데는 “아저씨, 난 자동차 면허증을 따려고 해요, 그리고 공부를 좀 하고 자격증도 따려고요. 이젠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독립을 할거예요”라고 말했다.


히데는 건축회사가 가지고 있는 직원주택에 들어갔다. 사장님의 사모님이 히데를 잘 돌봐주고, 히데는 열심히 일했다. 자동차 면허증도 따고, 용접자격증을 비롯한 건축에 관한 이것 저것 자격증도 땄다. 히데는 일주일에 한 번 만 우리 절에 와서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나는 그런 히데의 모습을 보고 안심하고 있었다.

 

한밤중 폭풍우가 몰아쳐도
기다리는 아이에게 달려가


그러던 어느날 새벽 다섯시쯤, 내가 전화 소리에 깼더니 경찰서라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하니, 히데가 죽었으니 시체를 확인해달라고 한다. 부랴부랴 달려갔다. 자살이었다. 히데는 밧줄로 목을 매달아 죽었던 것이다.


이 주 전에 히데가 우리 절에 왔었을 때, 히데는 다음 해에 있는 자기의 성인식(成人式) 행사 때 입을 양복을 사려고 하니까 내 아내 마치코씨한테 양복점에 같이 갈 수 있겠냐고 물었다. 아내는 흔쾌히 응하고 같이 가서 양복을 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히데는 자살을 한 날 아침, 평소대로 출근을 하고 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밤에 직원주택에 돌아가서 선배에게 쓰레기를 버리고 오겠다고 말하고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직원주택 뒷동산의 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살을 한 것이다. 나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히데의 시너중독 증상이 제대로 고쳐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히데는 우리 절에서 독립을 하고나서 다시 시너에 의존하고 있었다. 결국 약물남용으로 인한 충동적인 자살이었다.


히데의 장례식을 우리 절에서 거행했다. 히데가 우리 절에 오고 나서 만난 사람들이 150명 가량 되었는데, 모두가 히데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히데를 보냈다. 그런데 나는 히데의 목숨을 구해주지 못했다는 죄의식을 결코 씻어내지 못한다. 장례를 치르면서 나는 외쳤다.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아저씨한테 달려와라!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지 아저씨한테 이야기하라! 절대로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마라!”


그 때부터 나는 더욱 절실히 생명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슬픔을 넘어서 절대로 다음 피해자를 내지 않도록 나는 노력하겠다고. 그리고 약물이나 독물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픈 기억은 한 번만이 아니다. 켄지라는 남자 아이가 있었다. 켄지는 전원 기숙사생활을 하는 홋카이도에 있는 명문 사립고등학교 학생이었는데,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학교를 못 다니게 되었다. 어머니는 켄지를 데리고 자기 고향인 큐슈로 내려가 거기서 다시 학교를 다니게 했는데, 켄지는 역시 그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한 것이었다. 결국 등교 거부를 한 켄지를 데리고 어머니가 우리 절을 찾아왔다.


우리 절에서 켄지는 공부 못하는 아이에게 공부도 잘 가르쳐주고, 자신도 또 열심히 공부를 하고 다시 학교를 다니겠다고 다짐을 했다. 어머니는 켄지를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는 수속을 끝내고 켄지를 데리러 왔다. 켄지는 밝은 모습으로 어머니를 따라 집으로 갔다. 몇 일 후 방학이 끝나 개학하는 날에는 내가 켄지가 있는 규슈로 가는 약속을 했다. “아저씨가 같이 가니까 걱정하지 마라!” 켄지를 보내면서 내가 그렇게 말하니 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우리 절에서 켄지가 있는 규슈까지는 차로 달려가기는 좀 먼 거리였다. 그래서 비행기표를 미리 예매해두었다. 그런데 예약한 날짜의 이틀 전 밤에 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저씨, 저 무서워요. 학교를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걱정하지 마, 켄지. 아저씨가 내일 모래 비행기 타고 갈께.”


그 때가 밤 12시 쯤이어서 그 날 비행기는 이미 끝긴 시간이었다. 나는 내일 우리 절에서 신도의 제사를 지내고 나서 모래 비행기를 타고 켄지를 보러 가기로 되어있었다.


다음 날, 제사를 마치고 내가 규슈로 가는 준비를 하고 있는데, 켄지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켄지가 자기 방 옷장 속에 숨어서 자살했다는 비보(悲報)이었다. 가슴이 덜꺽 무너져 내렸다. 켄지는 단 하루라도 기다릴 수 없을 만큼 급했던 것이다. 그런데 불안해하는 켄지의 마음을 알면서 나는 왜 당장 달려가지 않았을까? 하루만 더 기다려주면 내가 구해줄 수 있었을 텐데….


▲히로나카 스님
내가 구하지 못한 목숨이 있었기에 나는 더욱 절실해졌다. 한 밤 중에도, 폭풍우 속에서도 나를 간절히 기다리는 아이가 있으면 나는 바로 달려간다. 내 핸드폰은 오늘 밤에도 쉬지 않고 울린다.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자료제공=주식회사 日本標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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