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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기복성과 주술성-3

기자명 법보신문

풍류도·불교 융합이 신라불교 특징
지금도 산신·용왕청으로 흔적 남아

신라시대에 왕에서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소의경전의 구실을 한 구마라집 역본의 ‘불설인왕반야바라밀경’을 보면, “1백 구의 불상, 보살상, 나한상 등과 곳곳의 대중을 청해 이 경을 즐겨 듣고 … 1백 명의 법사가 높은 자리에 앉아 1백 가지 향을 피우고 1백 가지 빛깔의 꽃을 뿌려 불법승 삼보의 공양을 하면 … 그대들의 국토를 지키리 … 나라가 어지러우면 귀신이 먼저 난을 일으켜 백성이 혼란에 빠지니 … 또 만일 불의 재난, 물의 재난, 바람의 재난 등 일체의 온갖 재난이 있을 때면 위에서와 같은 법의 쓰임에 따라 이 경을 강독하라. 대왕이여 다만 나라를 지킬 뿐만 아니라 또 복과 덕을 지키는 힘도 될 것이니…”라 적혀 있다.


이 인왕경의 가르침에 따라 신라 최초의 국통인 고구려 귀화승 혜량은 진흥왕 12년(551)에 1백 명의 스님을 청해 1백 분의 부처님을 모셔놓고 공양을 하여 나라의 호국을 기원하는 의례를 열 것을 건의한다. 이에 따라 국가의례로 행한 것이 바로 백고좌회이다. 진흥왕은 풍류도의 풍속을 결합하여 전몰장병을 위령하는 팔관재를 열었는데 이것은 고려까지 이어진다. 불교를 처음 전한 묵호자는 향을 피우고 서원을 읊은 것만으로 왕녀의 병을 고치는 이적를 보인다. 불교의 대중교화를 처음 시도한 원광은 중국유학에서 귀국하여 진평왕 15년(613)에 백고좌강회를 열고 경을 읽으며 자신의 업보에 대하여 점을 쳐보고 참회하는 점찰법회를 시행한다. 밀교의 승려인 밀본은 흥륜사 승려 법척이 고치지 못한 선덕여왕의 병, 무당과 승려가 모두 실패한 승상 김양도의 병을 치료하여 무불습합이 불교나 샤머니즘 자체보다도 위대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신주적(神呪的)이고 무불(巫佛)이 하나로 어우러진 관념체계는 왕실, 승려, 귀족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국가 규모의 의례인 백고좌회, 팔관재회, 점찰법회에서부터 개인의 신앙에 이르기까지 풍류도와 밀교를 융합한 여러 의식이 전적인 호응을 받으며 국가의례로 정착되었다는 것은 이것이 온 신라인에게 삶의 원리로 받아들여졌음을 뜻한다.


이처럼 풍류도와 불교는 빠르게, 그러나 평화적으로 하나가 된다. 황룡사는 주요 건물터만도 8천8백 평이고 불국사의 여덟 배에 달하는 거대 사찰이다. 그런데 황룡사의 터는 본래 호수다. 불도저도 없었던 당대에 왜 신라인은 이리 큰 규모의 사찰을 굳이 호수 위에 지었는가. ‘삼국사기(신라본기)’ ‘진흥왕 14년 조’에도 “봄 2월에 왕은 유사에게 명하여 월성 동쪽에 새로운 궁을 건축케 하였는데 황룡이 그 땅에 나타나므로 절을 짓는 것으로 변경하고 황룡사로 이름 하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용은 용신앙을 믿는 세력을 의미한다. 용신에게 호수에서 사고가 나지 않고 물고기를 많이 잡게 해달라고 빌던 세력이 있었고, 이들은 궁을 지으려는 왕권 세력에 저항한다. 그러자 왕은 그들을 포용하여 호수를 메워 절을 짓고 대신 용왕당을 절 안에 들여 부처님과 용신을 함께 섬기도록 배려한다. 영묘사를 비롯하여 망해사 등 신라의 많은 사찰은 연못이나 바닷가 등 용왕신을 믿던 지역에 지어지고 그런 곳에 지어진 절에는 반드시 용왕당을 배치하였다.


산신 또한 불교와 융합하니 산신이 내려오던 자리에 부처님이 내려온다. 산신과 부처님이 함께 섬김을 받고 산신이 부처로 변하기도 한다. 문무왕대에 영취산의 산신은 불교의 천신 가운데 하나인 범천의 비가 되는 변재천녀가 되고, 지리산신 성모천왕은 석가모니의 모후 마야성모로 승화한다.

 

▲이도흠 교수
산신을 섬기던 산왕당이나 산신당은 그대로 놓아두고 그 주변에 절을 세운다. 그러니 한국 절을 가면 산신각이나 삼성각이 있다. 21세기 지금도 한국 절에서는 부처님과 함께 산신청이나 용왕청을 읊으며 재래신격을 섬기는 의례를 행한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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