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2011년도 저물어 간다. 추수를 끝낸 시골의 논과 밭은 다시 겨울잠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동안거에 들어간 선운사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보다 알찬 내년을 준비해 가려 한다.
올해를 돌이켜 봤을 때 종단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고 한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은 ‘자성과 쇄신 결사’를 꼽을 것이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조계종은 자성과 쇄신 결사 추진본부까지 구성해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발표한 대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며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지만 그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계종이 수행, 문화, 생명, 나눔, 평화 등 5대 분야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성과 쇄신 결사운동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른다는 응답이 75.5%, 안다는 응답이 24.5%로 나타났다.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불자들 역시 49.9%가 자성과 쇄신 결사운동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결사’를 ‘매우 잘 알고 있다’는 불자는 불과 2.5%에 머물러 조계종이 종단 차원에서, 전국 사찰에서, 전체 불자들과 함께 추진한다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 됐다.
불교가 세상에 자랑스럽게 내놓고 있는 ‘템플스테이’에 대한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템플스테이 인지도를 묻는 질문에 전혀 모르거나 별로 아는 게 없다는 응답자가 44.7%였고, 들어보기는 했다는 응답이 33.6%, 약간 알거나 매우 잘 안다는 응답자가 20.7%였다. 템플스테이를 국민들이 거의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쯤 되면 결사와 템플스테이 모두 딱 ‘우리 끼리’ 하는 수준이라고 봐도 이상할 게 없다.
이러한 여론 조사 결과는 현재의 자성과 쇄신 결사와 불교계 주요 정책이 국민들에게 전혀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가 나온 원인을 생각해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결사의 진정성 문제다. ‘구호’로서 ‘결사’를 외치고 있기는 하지만, 실천적인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교계 언론에 가끔씩 등장하는 “몇 차 자성과 쇄신 결사 100일 정진”이나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대토론회” 같은 것은 ‘보여주기용’에 불과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결사를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에는 정말로 국민들이 이해하고 납득할만한 수준의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지난 1년을 보면 ‘진정으로 불교계가 변하고 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만한 내용들이 별반 없었다.
하나 더 얘기하자면 조계종 중앙종단과 지방의 온도차가 너무 크다는 것도 문제다. 지역에 있는 스님들이나 종무원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총무원 주변에서 느껴졌던 결사의 각오가 쉽게 전해오지 않는다. 지방에서 보기에 결사는 ‘조계사 근처의 얘기’일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고 결사의 깃발을 내릴 수는 없다. 조계종과 불교가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은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45.2%는 불교 교단과 사찰의 재정 운영 투명성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러한 문제들부터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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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만 스님 고창 선운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