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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봉 스님 구도행 따라가며 가르침을 듣다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11.12.01 18:30
  • 수정 2011.12.01 18:41
  • 댓글 0

‘크게 죽어야 크게 산다’ / 정찬주 지음 / 김영사

▲‘크게 죽어야 크게 산다’

경봉 스님은 대오 후 3년 만에 부산에서 배를 타고 양양 대포항에 도착, 낙산사 홍련암으로 가서 기도했다. 만행길의 단순한 기도가 아니라 삼칠일기도로써 깨달음의 인연을 깊이 다지는 일환이었다. 그리고 선정에 들었다가 백의관세음보살을 친견했다. 경봉은 관음보살을 친견하고는 기도를 앞당겨 회향하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포항에서 시 한 수를 지어 읊조렸다.


“여여한 묘한 도는 본래 깨끗하건만/ 모름지기 수행에 힘써야 크게 나타나리/ 10년간 집 안의 보배를 찾다가/ 이제야 겁 밖의 봄소식을 알았다네/ 가고 옴이 역력하여 다른 사람이 아니며/ 말할 때나 묵묵할 때나 분명한 주인일세/ 부처님 항상 계시는 곳 묻지 말게/ 큰 허공 하늘땅이 누구의 몸인가.”


영축산 도인 경봉 스님의 삶과 사상을 일대기로 그린 ‘야반삼경에 촛불 춤을 추어라’를 엮었던 작가 정찬주가 스님의 수행처를 직접 순례하며 가르침의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 10여년 전국 곳곳의 암자와 절을 찾아다니며 도량마다 간직한 멋과 맛 그리고 속내를 풀어냈던 작가는 ‘크게 죽어야 크게 산다’에서 경봉 스님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강하면서도 부드러웠던 가르침을 고스란히 옮겼다.


책은 경봉 스님이 출가한 이래 ‘종일토록 남의 보배를 세어도 반 푼어치의 이익이 없다’는 ‘화엄경’ 구절에서 크게 발심했던 안양암을 시작으로, 야반삼경에 촛불 춤을 보고 대오한 후 ‘내가 나를 온갖 것에서 찾았는데 눈앞에 바로 주인공이 나타났네. 허허 이제 만나 의혹 없으니 우담발화 꽃빛이 온 누리에 흐르네’라는 오도송을 남겼던 통도사 극락암 삼소굴, 자결할 각오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 가행정진한 해인사 퇴설당과 직지사 천불선원, 그리고 마음부처가 방광한 밀양 무봉사, 주장자 법문을 한 천성산 내원사까지 스님의 수행처인 절과 암자, 선방을 찾는 만행 끝에 비로소 참 나를 발견하는 수행기와도 같다.


그리고 그 각각의 수행처에서 스님이 내놓았던 촌철살인의 법어와 선문답까지 담아냈다. 작가 정찬주는 경봉 스님이 정진에 정진을 거듭한 절이나 암자, 선방에서 덕화의 향기를 맡기도 하고 때로는 스님의 칼칼한 가사장삼 같은 통도사 극락암에서 잠을 자면서 스님을 떠올리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영축산 백련암에서는 피를 토하며 떠도는 폐병환자나 미친 사람까지도 데려와 수년간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결국 부처님 품안에 의지하게 만든 스님의 자비심을 꺼내 보였다.

 

 

▲경봉 스님은 ‘종일토록 남의 보배를 세어도 반푼어치의 이익이 없다’는 화엄경 구절을 보고 크게 발심했다.

 


그런가하면 해인사 퇴설당과 직지사 천불선원에서 겨울 내내 입안에 얼음을 물고 수행하다 입안이 다 망가지고, 졸음을 쫓기 위해 목에 줄을 감은채로 좌선을 하고, 자결할 각오로 6개월 동안 누에고치처럼 들어 앉아 정진하는 등 수행에 있어서만큼은 냉정하게 자신을 다스렸던 스님의 곧은 면모를 반추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처럼 스님이 머물렀던 수행처를 경건하게 돌아보며 영축산 도인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스님의 흔적을 문장 하나하나에 생생하게 구현해냄으로써 스님의 깊고 넓은 생애와 사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눈앞의 주인공을 보고도 모르는 독자들은 집착하는 거짓의 나를 죽여야만 참 나로 살 수 있다는 스님의 사자후를 직접 듣는 듯, 가까이서 되새길 수 있다.


또한 경봉 스님의 수행처를 따라가는 구도의 여정과 스님이 남긴 법어, 선문답, 시 등으로 가르침을 정리한 책에서 독자들은 대자유인이었던 스님의 가르침을 직접 배우게 된다. 1만3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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