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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지 나라 깊은 산골에 있는 귀신의 동굴에 비사(毘沙)라는 귀신이 살고 있었습니다. 흉측한 모습을 한 비사는 몇 가지 신통력으로 사람들을 괴롭혔습니다.
“나는 사람을 먹이로 한다. 아이들을 제물로 바쳐라!”
백성들은 귀신 비사가 두려워 밧지 나라를 떠나려했습니다. 귀신은 길을 가로막고 사람들을 윽박질렀습니다.
“달아나 봐야 별 수 없다. 너희들부터 내 밥이야.”
귀신은 밧지를 떠나는 사람부터 먹이로 삼았습니다. 이 나라에는 선각(先覺)이라는 장자가 있었는데, 외아들 나우라가 제물이 될 차례가 되었습니다. 장자 내외는 나우라를 데리고 귀신의 동굴 앞까지 와서 울부짖는 목소리로 부처님께 축원을 올렸습니다.
“우리 외아들 나우라를 구해주소서! 항복 않는 자를 항복 받으시고, 건너지 못하는 이를 건너게 해주시며, 얻지 못한 이를 얻게 하시고, 눈먼 자의 눈이 되어주시는 여래님, 우리 나우라를 구해 주소서. 나무불!”
부처님은 벌써부터 비사를 물리쳐, 밧지 나라를 평화롭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시고. 팔 한 번 굽혔다 펴는 시간에 귀신의 동굴에 오셔 가부좌를 하고 계셨습니다.
소원을 빈 장자 내외는 외아들 나우라를 귀신의 동굴 안으로 들여보내고 울면서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나우라는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다가 광명을 비추고 계시는 부처님을 보았습니다.
“부처님이시다. 나는 살았다!” 나우라는 기뻐하며 부처님께 달려갔습니다.
“나우라야. 나는 여래다. 너를 구하고 저 나쁜 귀신을 항복받으러 왔다.” 광명이 환한 부처님은 달려온 나우라를 안으셨습니다.
동굴로 돌아오던 귀신 비사는, 부처님이 단정히 앉아 조용히 생각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웬 침입자냐? 왜 남의 밥을 빼앗느냐?”
비사 귀신이 소리소리 질렀습니다. 부처님의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여래다. 내가 보살로 있던 여러 겁 전에도 사냥꾼에게 쫓겨 내 품안으로 들어온 비둘기를 살려주었다. 나는 이 아이를 내어줄 수 없다! ”
그러자 귀신 비사는 번개와 천둥소리로 부처님을 공격하다가, 돌과 칼을 비처럼 퍼부었습니다. 돌과 칼은 연꽃으로 변해 땅에 떨어졌습니다. 강물을 끌어들여 동굴을 삼켜버리게 했지만 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은 조용히 앉아만 계셨습니다. 귀신은 큰 코끼리로 몸을 바꾸어 달려들었습니다. 부처님은 사자의 모습을 하고 코끼리를 막았습니다. 귀신이 머리 일곱 달린 괴물 용이 되어 달려들자, 부처님은 용을 잡아먹는 금시조가 되어 용을 막았습니다.
비사의 신통력은 이제 끝났습니다. 부처님은 바둥거리는 비사의 목을 쥐고 놓아주지 않으셨습니다. 비사는 그제야 싹싹 빌면서 말했습니다. 부처님은 차근차근 비사를 타이르셨습니다.
“너의 허물을 용서한다. 다시는 범하지 말라. 나쁜 짓하는 그 힘이면 얼마든지 공덕을 쌓을 수 있다.” 부처님 말씀에 감동한 비사는 금방 귀신의 모습을 벗고, 세 가지 법복을 입더니 밧지 나라 마을로 돌아다니며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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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증일아함14권 고당품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