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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기자명 법보신문

누군가 넘어졌을 때 일으켜주는 이가 부처

부처님 자비심엔 조건 없어
함께 슬퍼하는 마음이 자비

 

 

▲이미령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오늘 저는 ‘붓다를 닮는 네 가지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경전에는 부처님에 대해서 설명하는 방식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부처님의 신체적인 특징인 32상(相) 80종호(種好)입니다. 32상 80종호의 조건을 완전히 다 갖추면 부처님의 상호가 원만하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명호(名號)입니다. 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세존 등 부처님의 별명, 즉 여래십호를 말합니다.


그 다음이 18불공법(不共法), 오직 부처만이 가지고 있는 열여덟 가지 특징입니다. 이 특징 중에는 우선 십력(十力) 열가지 힘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이치에 맞는지, 이치에 맞지 않는지를 아는 지혜인 처비처지력(處非處智力), 어떤 사람이 선업이든 악업이든 지으면 그 사람이 그 업에 따라서 어떤 과보를 받을 것인지를 충분히 아는 지혜인 업이숙지력(業異熟智力) 등 10가지의 지혜의 힘입니다.


또 부처님에게만 있는 특징은 사무소외(四無所畏)입니다. ‘무소외’는 두려움이 없다,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말인데, 다른 말로 하면 자신감입니다. 부처님은 그 누구를 만나도 위풍당당하고 아주 능수능란하게 사람들을 향해서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고 합니다. 이 자신감이 네 가지가 있습니다. 일체지자(一切智者), 부처님은 모든 것을 다 알기 때문에 누가 와서 무엇을 물어봐도 거기에 대해서 충분히 상대방을 설득해 감동을 주고, 상대방에게 큰 가르침을 줄 지혜를 갖추고 있다는 말입니다. 모든 것을 아는 사람으로서의 자신감이지요.


그리고 모든 번뇌를 다 극복하였다는 자신감, 일체 번뇌를 극복했다는 자신감이 있고, 수행에 장애가 되는 길을 설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붓다는 가지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괴로움을 멸하는 길을 설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부처님에게는 이 네 가지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팔십 평생을 사시면서 항상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게 대중을 대했어요.


그 다음으로 부처님에게 세 가지 특징이 더 있는데, 이를 삼념주(三念住)라고 합니다. 당신 스스로의 마음을 이 세 가지에 묶어두고 계신다는 뜻입니다.


첫째는 중생이 아주 극진한 마음으로 찬탄하고 받들어도 마음이 기쁨으로 흘러넘치지가 않는다. 둘째 혹시 누군가 어떤 중생이 붓다를 비방해도 마음에 근심을 품지 않는다. 그리고 셋째는 마음의 평안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칭찬과 비방이 번갈아 올 때마다 마음이 이랬다저랬다 하잖아요. 그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게 붓다의 능력 중에 하나에요.


경전에 보면 비방에 대담해지고 담대해지려면 비결이 딱 하나 있다고 합니다. 그 비결은 바로 남이 나에게 하는 칭찬에 담담하게 대처하는 것이라네요. 칭찬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비방에 담대하게 대처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부처님만이 가지고 있는 열여덟 가지 특징 중에 제일 마지막은 비(悲)입니다. 부처님을 일컬어 우리는 흔히 대자대비(大慈大悲)하다고 이야기하잖아요. 불교는 지혜와 자비의 종교이기도 하지요. 자비뿐만 아니에요. 자비희사(慈悲喜捨). 이 네 가지 마음도 있습니다. 자비희사를 내 마음에서부터 시작해서 온 세상으로 두루 뻗쳐나가게 한다고 해서 사무량심(四無量心)이라고 합니다. 무량한 마음이지요. 무량이 무슨 뜻이냐면, 항상 무엇을 하든지, 누구를 보든지, 어느 방향을 향하든지 하염없이 그 마음을 품는다는 뜻입니다.


자신감이 붓다를 닮는 첫 발
묻고 또 물을 때 지혜도 얻어


자비희사 중에서 그래도 가장 대표적인 게 자비(慈悲)겠죠. 그런데 자비는 자(慈)와 비(悲)에요. 여러분은 자가 더 크게 느껴지세요? 비가 더 크게 느껴지세요? 자는 불쌍한 중생 내가 구제해 줘야지 하는 마음이 아니라 상대방을 내 벗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우정 어린 마음에서 시작되는 마음이에요. 우리는 흔히 ‘자’하면 그저 하염없이 아래를 향해 내리붓는 사랑을 생각하는데 원래는 상대방을 나보다 못한 사람이 아니라 나와 동등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마음이에요. 내 친구에게 슬픈 일이 생기면 어떻겠어요? 내 마음이 하염없이 슬픈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는 그냥 불쌍하다고 느끼는 마음이 아니라 함께 슬픈 거예요. 그래서 우정 어린, 사랑 어린 마음이지요.
그런데 부처님의 특징은 ‘자’보다 ‘비’예요. ‘비’는 슬퍼하는 마음입니다. 부처님을 보면 항상 근엄하고 점잖은 모습이잖아요. 그 마음속에는 슬픔이 가득 차 있습니다. 중생들이 깨닫지 못하고 고통 받고 있는데 대한 슬픔이에요. 분명히 환한 해답이 있는데 그것을 못 찾고 찾을 생각조차도 하지 않으니까 슬픈 거예요. 그 대신 부처님이 공양 잘 올린 사람에게는 조금 더 슬퍼해주고, 나 밉다고 하는 사람은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되잖아요.


부처님의 비심, 슬픈 마음, 자비심은 조건이 없어요. 그래서 대비무연(大悲無緣)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부처님의 큰 슬픈 마음에는 조건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건 없이 사람들을 향해서 품는 슬픈 마음이지요. 이렇게 해서 부처님에게는 열여덟 가지의 특징이 있다고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부처가 된다는 것은 바로 신체적인 특징인 32상 80종호를 갖추고, 10가지 별명을 갖고, 18가지 이런 특징을 내가 갖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 이 특징들이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에 마음에 와 닿아요? 감동은 오는데 뭔가 어떻게 내가 해야지 잘 안 와 닿지요? 저 역시도 경전을 가만히 읽다보니까 부처님에게 이렇게 훌륭한 특징들이 있는데 왜 살갑게 와 닿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훌륭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품지 내가 그렇게 되리라는 생각은 안 들고 거리감도 느낀단 말이죠. 왜 그럴까요? 제 생각에는 우리가 부처님이라는 존재를 너무 위대한 특징으로만 묶어놓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미령 위원은 붓다를 닮는 4가지 방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경전 중에 부처님의 팔십 생애에 누구를 만나고 그들에게 어떤 법문을 설했는지가 자세하게 적혀 있는 ‘아함경’이라는 경전이 있습니다. ‘니까야’라고도 불리지요.


‘아함경’을 보면 부처님은 숱하게 중생들을 만나요. 부처님은 사람들과 만나 면담하고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항상 질문을 하라고 해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다 대답해 주겠다고 자꾸 질문을 하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우리는 “내가 뭘 알아야 물어보지요”하잖아요. 그런데 자꾸 물어보면 내가 뭘 모르는지 생각하게 되요. 그러다 정말 모르는 것을 물어보게 되는 거예요. 사람들이 궁금한 것을 부처님에게 질문해 답을 듣고, 커다란 감동을 받거나 커다란 깨달음을 얻은 후 부처님께 이제 큰 절을 하고 돌아갑니다. 부처님께 귀의한 제자들이 큰 절을 하고나서 부처님께 올리는 찬탄의 말씀이 있습니다.


“세존이신 고타마여, 훌륭하십니다. 마치 넘어진 것을 일으켜 세우듯이, 가려진 것을 열어 보이듯이, 어리석은 자에게 길을 가리켜 주듯이, 눈 있는 자는 형상을 보라고 어둠 속에 등불을 들어 올리듯이, 세존이신 고타마께서는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진리를 밝혀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저는 세존이신 고타마와 가르침과 승가에 귀의합니다.”


부처님은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분입니다. 여러분들이 놀이터 지나가다가 어린아이가 넘어지면 어떻게 합니까? 얼른 달려가서 일으켜 세우잖아요. 이렇듯 넘어진 것을 일으켜 세우는 분이 바로 부처님이에요. 그러니까 만약에 여러분 부처가 되고자 목표를 세웠는데 여러 가지 부처님의 특징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싶으면 그냥 잊어버려도 됩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을 하다가 누군가가, 무엇인가가 넘어져있다면 항상 그것을 일으켜 세워주고 도와주는 것에다 초점을 맞춰도 되지 않을까요. 저는 그것도 부처가 될 수 있는 한 가지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정리=광주·전남지사 조영훈 지사장

 


이 법문은 11월10일 무등산 증심사에서 ‘무등에서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명사초청법회에서 이미령 동국역경원 역경위원이 한 설법을 요약 게재한 것이다.


이미령 역경위원

동국대 불교학과와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동국역경원 역경위원으로 팔만대장경 번역에 동참했으며, 북칼럼니스트로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당서역기』, 『붓다, 그 삶과 사상』, 『수필로 쓴 불교』, 『경전의 성립과 전개』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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