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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세기 경의 아소카왕은 전륜성왕의 대명사로 여겨지는데, 인도를 통일한 후에는 통일제국 마우리아 왕조를 무력이 아닌 법력으로 다스리고자 했다. 그는 불교 성지마다 아소카 석주를 건립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초전법륜지인 녹야원에 세운 것이다.
이와 함께 아소카 왕이 이룩한 불교미술 관련 대표적인 업적은 8만4천탑을 세운 일이다. 근본팔탑(根本八塔)은 부처님 열반 이후 그의 사리를 공평하게 여덟으로 나누어 세운 탑을 말한다. 아소카왕은 근본팔탑을 열어서 사리를 꺼내 8만4천 탑을 세우고자 했다.
아소카왕은 라자가하로 가서 아잣타삿투 왕이 묻어 놓은 사리를 가져다가 대탑을 세운 후, 라마라는 마을로 가서 용왕이 가지고 있는 사리를 취하고자 했다. 그러자 용왕은 “오직 원하오니 이 사리를 내가 공양할 수 있도록 가져가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했다. 아소카 왕이 용왕을 보니 공양하고자 함이 인간보다 뛰어나서 사리를 취하지 않은 채 용궁을 떠났다고 『아육왕전』에 전한다.
『아육왕전』의 내용과 달리 용궁에 모셔진 라마그라마 불탑은 용왕들이 지키고 있어서 열지 못하고, 8기의 불탑 중 7기의 탑을 열어 인도 각지에 많은 불탑을 세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남인도의 아마라와티 절터에서 발견된 탑이 새겨진 부조(浮彫)는, 아소카왕으로부터 불탑을 수호하는 용왕과 그 일족을 표현하고 있다. 남인도는용신(龍神) 신앙이 민간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교에서도 수호신으로서 용신 신앙을 받아들였다. 아마라와티의 탑 아래 부분에는 5개의 용개(龍蓋)를 지닌 뱀의 형상을 한 3마리의 나가(Naga)가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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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자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