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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사관 일괄적용 땐 역사해석 협소”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11.12.27 09:52
  • 수정 2011.12.2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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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용태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

▲김용태 HK교수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가 최근 불교평론 ‘올해의 논문상’에 선정된 ‘근대한국불교사 기술의 문제’라는 논문에서 “그동안의 연구 방식은 단순한 ‘항일·친일’의 이분법적 구도로서 근대한국불교의 다양성을 모색하는 기회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에 근대불교를 연구자인 김광식 박사는 “조성택 교수의 민족불교론 비판이 조계종 정체성 흔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를 계기로 근대불교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근대불교사를 전공한 김순석 한국국학진흥원 목판연구소장은 김광식 박사의 민족불교론 한계를 지적하고 ‘굴절된 근대불교’라는 새로운 근대불교에 대한 관점을 제시했다. 이번에는 서울대에서 불교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용태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가 이번 논쟁과 관련해 ‘한국 근대불교사 인식, 무엇이 문제인가?’란 기고문을 보내와 이를 전문 게재한다.  편집자


근대불교의 성격과 불교사 인식을 둘러싼 최근의 논쟁은 한국불교의 전통 및 정체성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향후 한국불교의 지향점 모색이라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먼저 그간의 논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후 필자의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논란의 원점은 조성택 교수가 ‘근대한국불교사 기술의 문제점’이라는 논문에서 기존의 민족주의적 역사기술의 문제점을 비판한 것에서 출발한다. 그에 의하면 기존의 근대불교사 연구는 항일과 친일의 이분법적 도식에 머물러 있고 항일적 민족불교의 형성과정으로 바라보았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조계종 성립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근대불교와 근대기 불교를 구분해야 하며 한국적 정체성의 확립과 근대적 유용성을 찾기 위한 대안으로 ‘딜레마론’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광식 교수가 법보신문에 비판적 기고문을 게재하면서 본격적인 논쟁이 촉발되었다. 김 교수는 자신이 추구해 온 ‘민족불교론’은 불교대중화론(생존 및 불교근대화)과 불교사회화론(전통수호, 민족독립)의 결합임을 강조하고 조 교수의 민족불교론 비판, 근대와 근대기 불교의 구분, 딜레마론 등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이에 조 교수는 반박 기고문에서 김 교수의 민족불교론이 불교근대화와 전통수호를 포괄하는 합집합인지, 또 교집합을 의미한다면 그에 해당되는 사례가 어떤 것이 있는지를 되묻고 양자의 딜레마적 관계를 거듭 강조하였다. 또한 민족불교론은 협소한 시야에 가로막혀 근대와 전통 사이의 정체성 모색과 다양한 양상들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비판하였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재반박문에서 그간 자신이 걸어온 근대불교사 연구의 노정을 회고하면서 식민지불교와 친일불교의 고착된 역사상에 대한 대응으로 민족불교론을 주창하였고 그 결과 근대불교에 대한 자학과 비하의 관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자부하였다. 그는 전통불교의 고수와 근대화 지향은 서로 다른 길이 아니었고, 이에 비해 전통과 단절된 근대화주의야말로 노선을 달리하는 이질적인 선택의 문제였다고 보았다. 또 근현대 불교사와 조계종과 같은 특정 종단사는 차별적으로 이해되어야 함을 인정하면서도, 조계종의 정체성은 선불교론과 민족불교론을 우선 개념으로 하며 전통의 수호와 계승, 정화운동의 역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할 문제는 식민지불교의 귀결점인 1941년의 조계종과 해방 이후 정화를 통해 성립된 현재의 조계종단은 구분되어야 하며, 그간의 논쟁에서 이에 대한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논의에 혼란이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두 교수의 이러한 논쟁에 대해 김순석 소장은 각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굴절된 근대불교’라는 개념을 새로 제시하였다. 김 소장은 먼저 조 교수의 딜레마론에 대해 이는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이지 역사를 보는 시각은 될 수 없다고 보았고, 한편 김 교수가 주장하는 조계종 성립의 역사는 당시 상황에서는 민족불교론을 가지고 설명하기 어렵다고 비판하였다. 그는 근대불교는 식민지 체제에서 권력과의 일정한 타협 속에서 전개되었고 불교계의 개혁과 자주노선 또한 시기별로 그 대응강도가 다르게 나타났음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였다.

 

지나친 긍·부정은 사실에 대한 왜곡 초래
식민지 조계종과 해방후 조계종 구별해야


지면의 한계로 인해 그간의 논의에서 나타난 논리적 문제점이나 구체적 사실관계를 일일이 거론하거나 어느 한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지지할 생각은 없다. 대신 양비론이나 양시론을 지양하면서 근대불교에 대한 필자의 평소 생각을 밝혀 보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근대는 식민지라는 몰주체적 조건 속에서 형성되었고 따라서 정체성의 굴절과 자기부정이라는 본질적 한계를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즉 반제(민족주의), 반봉건(근대화주의)의 이중적 과제가 상존하였고, 또 식민지 체제의 강력한 규정력이 의식과 지향은 물론 행위자의 현실적 선택을 강제하였다. 그 결과 친일과 민족, 전통과 근대의 딜레마적 상황이 역사적 조건으로 고착되었고 개별 연구자의 인식과 관점에서도 모순과 갈등의 논리적 긴장관계가 투영되어 나타났다.


불교 또한 식민지불교의 정교일치 체제에 강하게 종속되어 있었으므로 근대불교를 논할 때 정치와 종교의 관계는 나누어 설명하기 어려운 난점이 있다. 종교적 측면에서 볼 때 조선의 전통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지 못했던 불교는 철저한 호교론적 시각에 입각하여 문명개화의 근대화와 근대종교로의 생존을 적극 추진하였다. 즉 전통성의 수호나 계승보다는 근대성의 획득이 더욱 절실한 시대적 과제였으며 근대적 사유와 제도, 근대불교학 성과의 도입을 특징으로 하는 근대불교를 일관되게 지향하였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식민지불교의 정교일치 체제 하에서 그에 대한 맹목적 추종과 반발로 나타났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체제안주형 친일, 정교분리와 교단 자립을 위한 정치적 운동으로 분기되었다. 식민지 상황에서 종교와 정치는 분리될 수 없는 관계였고 한용운과 같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승려들이 불교근대화론과 체제내적 불교를 별다른 이질감이나 저항감 없이 받아들였던 것이다. 한 예로 승려의 대처식육은 문명개화론에 입각한 근대화 노선이었지만 사찰령 체제하인 1920년대 후반에 총독부에 의해 합법화되었고 이는 정교일치의 구심력 하에서 가능했던 일이다. 호교론적 관점의 문명개화를 추구하며 출발한 한국의 근대불교는 식민지 체제의 정치적 구속력 하에서 철저한 체제불교, 국가불교, 나아가 호국불교로 전개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 일제말 일본경찰과 친일승려가 합작해 깨트린 해인사 사명대사비. 해방 후 복구됐다.

 


그렇다면 한국 근대불교사는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첫째, 한국사의 일반적 관점에서 볼 때 근대에 대한 인식은 사실로서의 근대와 지향으로서의 근대, 두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둘째, 세계사적 관점에서 볼 때 특수와 보편의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한국사 연구는 식민사관 극복을 목표로 한 60년대 이후의 민족주의 사관과 내재적 발전론, 1990년대 이후 대두한 근대화론과 탈국가·탈민족적 관점이 현재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의 고유한 정체성과 특수성의 강조라는 일국사적 관점에 대한 비판이 이미 일었고 심지어 국사의 해체를 주장하는 일종의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이 세계화와 탈영역적 모색 차원에서 제기되었다.


불교 또한 친일불교의 유산을 극복하는 한편 민족불교의 정체성을 모색해 왔지만 최근에는 세계불교의 관점 적용, 근대불교의 다양성 모색 등 새로운 시각과 비판적 대안론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기우이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지나친 자기부정과 자기긍정의 양극단은 사실에 대한 왜곡이나 관념적 허상을 낳을 수 있으며, 다른 한편 보편의 잣대만을 가지고 특수의 영역을 위에서 아래로 재단할 때 주체성 상실이나 역사상의 굴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제기된 민족불교론이나 딜레마론, 굴절된 근대불교라는 개념은 한국적 근대의 파행과 모순이 반영된 연구자들의 고뇌와 정체성 탐색의 산물임이 분명하다. 다만 역사적 사실을 취사선택하는 고정된 인식과 관념, 특수를 특수로만 치부하는 보편의 절대화는 경계해야 하며, 특정 가치나 사관, 주장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다양한 역사적 변수에 대한 통찰과 해석 가능성을 스스로 좁힐 위험성이 있다. 이는 특정 연구자나 시각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근대불교 연구와 불교사 인식의 진전을 위한 일반론적 의견 개진일 뿐이다. 친일불교의 굴절된 유산에서 비롯된 근대불교 연구의 척박한 지형을 타개, 극복하고 전통과 근대의 연속과 단절, 동아시아적 관점에서 한국불교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탐색하는 작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매우 절실한 과제이며, 이 점에서 이번 논쟁의 학술사적 의미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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