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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새해특집-불교와 삶] 심리치료

기자명 법보신문
  • 새해특집
  • 입력 2012.01.04 13:43
  • 수정 2012.01.05 21:36
  • 댓글 0

마음챙김은 아픈 현대인 마음 다스리는 특효약

70년대 존 카밧진에 의해
불교와 심리 접목 본격화


부정적 생각 바꾸려 않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것 특징

 

 

▲1970년대 후반 미국 메사추세츠 의과대학에서 시작된 MBSR 등 불교수행을 활용한 심리치료 기법은 불과 30~40년 만에 가장 보편적인 인지치료의 하나로 정착됐다. 사진은 8주 과정의 MBSR 교육과정에 참여한 미국인들.

 


20세기 초에 미국 심리학의 비조로 일컬어지는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불교가 서구심리학에 주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견한 적이 있다. 이러한 예견은 적어도 지난 이삼십년 동안의 심리치료분야를 돌아볼 때 들어맞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교적 전통 중에 마음챙김 명상은 심리치료의 대표적인 치료기법에 속하는 인지행동치료에 수용됨으로써 심리치료에 큰 영향을 주었다. 몸과 마음의 밀접한 관계가 과학적으로 연구되면서 심리치료는 단순히 마음의 건강만이 아니라 몸의 건강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참고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다루는 대표적인 분야로는 심신의학(psychosomatic medicine)과 건강심리학(health psychology)을 들 수 있다.


서구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수행 외의 목적으로 처음 적용한 사람은 존 카밧진(Jon Kabat-Zinn)이라고 할 수 있다. 숭산 스님의 제자이기도 한 카밧진은 1970년대 후반에 미국 메사추세츠 의과대학병원에서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MBSR)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만성통증, 심장질환, 암, 에이즈 등 다양한 증상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MBSR 프로그램에서는 8주간 매주 한 번씩 두 시간 삼십분 동안 30명 정도의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여서 호흡 마음챙김 명상, 바디스캔(body scan), 하타 요가, 먹기 명상, 걷기 명상 등을 배우고 소감을 나눈다. 또한 공식적인 프로그램 시간 외에도 매일 테이프나 CD를 통해 모임에서 배운 것을 연습한다. 그동안의 연구에서 MBSR은 통증을 줄여주고 다양한 증상의 감소와 심리적 웰빙의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MBSR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된 마음챙김은 이어서 심리치료 장면에 도입되기 시작하였는데 특히 인지행동치료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행동치료에서 출발한 인지행동치료는 시기적으로 크게 3단계로 발달과정을 나눠볼 수 있다. 제1단계에서는 행동의 변화에 초점을 두었으며 고전적 조건화와 조작적 조건화의 원리가 치료에 적용되었다. 제2단계에서는 여기에 더해서 생각, 즉 인지의 변화가 치료의 초점에 포함되었다. 문제가 되는 증상이나 행동 너머에는 문제가 되는 인지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치료에서 인지의 변화가 주요하게 다루어졌다. 최근에 이루어진 인지행동치료 발달의 제3단계에서는 치료에 마음챙김의 요소가 포함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마음챙김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대표적인 인지행동치료로는 ‘마음챙김에 기반한 인지치료(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MBCT)’, 변증법적 행동치료(Dialectical Behavior Therapy, DBT),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 Commitment Therapy, ACT)를 들 수 있다.


MBCT는 처음에는 진델 시걸(Zindel Segal), 마크 윌리엄스(Mark Williams) 및 존 티스데일(John Teasdale)이 자주 재발하는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적용하기 위해 전통적인 인지치료와 카밧진의 MBSR 프로그램을 통합하여 개발했다. MBSR처럼 8주 프로그램으로 되어 있지만 MBSR과는 달리 집단의 규모를 12명 이내로 하여 교육적 방식보다는 심리치료적 방식으로 진행되며 교육을 할 때도 스트레스 일반보다는 우울에 초점을 둔다. MBCT 역시 실증적 연구에서 그 효과가 증명되고 있으며 요즘은 우울 이외의 심리적 장애에도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DBT는 마샤 린네한(Marsha Linehan)이 경계선 성격장애의 치료를 위해 표준적인 인지행동치료에 마음챙김을 비롯해서 효과적인 정서조절기법 등 몇 가지 기법을 통합하여 개발했다. DBT에서는 대립되는 사상들의 균형, 통합 또는 종합을 강조한다. DBT는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들이 장시간의 공식적인 명상훈련에 참여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MBSR이나 MBCT에 비해 덜 공식적인 마음챙김 훈련을 광범위하게 선택하여 사용한다. 또 DBT는 MBSR이나 MBCT처럼 집단으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개인 치료로 적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DBT가 경계선적 성격장애 이외에도 기분장애, 불안장애, 섭식장애, 충동조절장애, 약물의존 등 다양한 증상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암·에이즈 등에 효과 탁월
적용 기법 갈수록 다양화


불교 심리학 발전할수록
불교수행 확산에도 기여


ACT는 스티븐 헤이즈(Steven Hayes) 등에 의해 개발된 치료방법으로 MBSR, MBCT, DBT 등과 마찬가지로 마음챙김을 통해 부정적인 내적 경험을 회피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것을 강조한다. 아울러 ACT에서는 가치를 분명하게 하고 인생의 목표와 그 추구에 필요한 행동전략을 가르친다. ACT는 원래 개인 치료로 발달하였지만 집단치료로 적용되기도 한다. ACT는 마음챙김뿐만 아니라 우화와 같이 다양한 기법을 적용하여 마음의 유연성을 기르도록 도와준다. ACT는 만성통증, 우울, 불안, 중독, 금연, 직장 스트레스, 당뇨조절, 체중조절, 섭식장애 등 다양한 문제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MBSR, MBCT, DBT, ACT 등이 전통적인 인지행동치료와 크게 다른 점은, 기존의 인지행동치료에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증상과 질병의 원인이라고 보고 생각을 바꾸는 데 초점을 둠에 반해, 부정적 생각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마음챙김의 큰 특징이다.


우리는 인생에서 행복을 추구하지만 삶에서 고통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고통은 삶의 한 부분이다. 문제는 우리가 고통을 피하려고 할 때 오히려 고통이 더 증폭되고 지속된다는 것이다. 부처께서는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고 했다. 첫 번째 화살은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두 번째 화살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쏘는 것으로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정신역설효과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더 강하게 떠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지금부터 1분간만 하얀 북극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주문하면 성공할 사람이 있을까? 하얀 북극곰을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1분이 아니라 1시간 동안도 하얀 북극곰을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생각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는 하얀 북극곰이 더 잘 떠오르는 것이다. 혹시 잠시 애써 눌렀다고 해도 억압된 생각은 나중에 더 왕성하게 나타난다는 것이 실증적 연구로 확인이 되었다. 불안이나 우울과 같이 고통스러운 경험을 회피하려고 할 때 불안과 우울은 더 증폭되고 더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또한 마음챙김는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일 뿐만 아니라 떨어져서 보는 것이다. 마음에 불안이나 우울 등의 고통이 있을 때 그 속에 매몰되지 않고 그 경험을 낱낱이 떨어져서 보는 것이다. 화가 날 때 ‘화’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화’를 보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확대시키는 생각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을 사실로 믿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 것이다. 자신을 우울의 늪으로 더욱 끌어들이는 ‘나는 인생의 실패자다’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것을 마치 하늘에 일어나고 사라지는 구름처럼 단지 마음에 일어난 생각일 뿐이라고 볼 수 있게 된다.


마음챙김이 지금까지는 주로 부정적인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보통의 상태로 돌아오도록 도와주는 치료 장면에 적용이 되었다. 그러나 마음챙김은 전통적으로는 보통의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진면목을 깨닫고 인격의 완성을 이루는 수행법으로 쓰였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 심리학 내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긍정심리학의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긍정심리학은 그동안의 심리학이 사람들의 마이너스 상태를 보통의 상태로 돌리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지 마이너스 상태나 보통의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플러스의 상태로 나아가게 하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는 반성과 함께 출발하였다.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긍정적 덕목을 개발하고 내면의 잠재력을 개화시키며 행복을 증진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마음챙김은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관심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과 같이 불교의 수행법인 마음챙김 명상이 현대 심리학과 심리치료의 긍정적 발전에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영향은 일방적이기보다는 상호적인 것이다. 심리학과 심리치료에 마음챙김 명상이 수용되면서 심리학과 심리치료 분야에서 마음챙김의 실천에 있어서 새로운 현대적 기법들이 창출되고 있는데 이러한 기법들이 불교적 수행의 실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얼마 전에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불교의 경우에 수행의 종교라는 표방과는 달리 다른 종교인들보다도 불교인들이 수행을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호 교수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불교의 수행법이 현대인의 일상생활과 밀착되어 있지 않은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할 것이다. 불교의 수행법이 심리학과 심리치료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처럼 심리학과 심리치료 등 현대학문은 불교 수행법의 발전과 보급에 확대를 가져올 것이고 그 연결점은 마음챙김이 될 것이다.

 

김정호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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