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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새해특집-가족] 온가족 봉사하는 윤혜숙씨 가족

  • 새해특집
  • 입력 2012.01.04 15:40
  • 수정 2012.01.0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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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나는 봉사하며 아이들도 훌쩍 컸죠

 

▲최영철(58), 최준호(21), 최은정(24), 윤혜숙(58)씨 가족의 유대감은 봉사활동을 통해 깊어지고 있다.

 

 

눈발이 가늘게 흩날리던 12월10일. 광주광역시 남구 월산1동 좁은 골목길로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뒤로 연탄을 가득 실은 트럭이 골목을 비집고 들어온다. 장갑을 끼고 비닐작업복까지 몸에 두른 사람들 사이사이에는 앳된 모습의 학생들도 눈에 띈다.


트럭에서 실려 온 연탄은 하나 둘 사람들의 손에서 손을 타고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집으로 옮겨졌다. 300장의 연탄이 잠깐 사이 마당 한 쪽에 가득 쌓였다. 온기 없는 냉방에서 겨울을 나야할 뻔 했던 할아버지는 연탄을 날러준 이름 모를 이들을 향해 그저 환한 웃음만 짓는다. 연탄을 나르느라 온 몸에 검댕이를 뒤집어쓴 사람들의 얼굴로도 웃음이 꽃처럼 번져나간다. 이날 하루 동안 소외된 이웃 10가구에 총 3000장의 연탄 배달 봉사가 진행됐다. 광주 덕림사 선재가족봉사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혜숙씨네 네 식구도 이날 하루 종일 연탄과의 씨름을 펼쳤다.


자연보호 운동으로 봉사활동 눈 떠


선재가족봉사단을 이끄는 윤혜숙(58, 우담화)씨는 30년 봉사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봉사자다. 윤단장의 두 아이들도 ‘봉사하는 엄마’를 보고 자라며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봉사활동을 펼쳤다. 혼자 봉사하며 느끼던 기쁨은 아이들이 함께 하면서 두 배, 세 배로 커졌다. ‘이런 행복을 다른 가정에서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2009년 ‘선재가족봉사단’을 창립했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소박하게 시작한 봉사모임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다. 식구들의 봉사 활동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던 남편도 결국엔 2년 전 ‘봉사단원’이 되었다. 남편 최영철(58), 딸 최은정(24), 아들 최준호(21)씨까지 함께 하며 명실상부 가족봉사단을 완성한 윤단장에게서 ‘가족봉사’에 대한 자랑이 쏟아져 나온다.


“가족들이 함께 봉사하며 얻은 것이 정말 많아요. 아이들은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배웠죠. 봉사가 아니었다면 얻기 힘든 가르침이에요. 무엇보다 보람 있는 것은 함께 봉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계획을 세우면서 가족간 대화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는 점이입니다. 이혼율과 아이들 탈선 증가의 원인은 가족간 대화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봉사활동은 단순 봉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간 대화를 이끌어 내주죠. ‘봉사’라는 관심사가 가족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어 더욱 봉사에 매진하게 됩니다.”


윤 단장은 자연보호에 관심을 가지면서 처음 봉사에 눈을 떴다.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개인전을 6차례나 열기도 했던 윤단장은 젊은 시절 산으로 들로 촬영을 다녔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다보니 그 소중함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자연보호활동을 시작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여러분야에 걸친 봉사활동으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가족과 함께했던 것은 아니에요. 결혼을 하고 직장에 다니며 없는 시간을 쪼개 혼자 봉사활동을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보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많이 서운했었나 봅니다. 어느 날 봉사를 따라가겠다고 나서더라고요.”


그때부터 두 아이들도 윤 단장을 따라다니며 함께 봉사활동을 했다. 산과 계곡 등에서 쓰레기를 줍고 캠페인도 벌이며 환경지킴이, 문화재지킴이를 자처했다. 용돈을 쪼개 꽃동네와 적십자, 무등정신요양원을 후원했고 영아일시보호소에서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다.


“아이들이 변할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어요. 그냥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할 뿐이었죠. 하지만 봉사를 지속하며 아이들이 가지고 있던 갖가지 편견들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어요. 처음에는 장애인 손을 잡는 것도 무척 조심스러워했죠.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먼저 다가가더군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없어지고 그저 같은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지금은 요양원의 어르신들이나 장애인들도 가족처럼 여깁니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저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아들은 고등학교 시절 ‘일구회’라는 봉사동아리를 만들고 친구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이끌었다. “또 봉사 가냐”고 핀잔주던 친구들이 “같이 가보자”며 따라나설 정도로 리더십을 휘한 것이다. 나름의 역량으로 봉사활동을 펼친 아들은 2010년 한국시민자원봉사회 주관 제12회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에서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한창 클 나이에는 불만도 많고 부모와의 관계도 민감하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요양원과 영아일시보호소 등에서 봉사활동을 다니며 나름 많은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사춘기도 잘 넘길 수 있었죠. 학교에서 집에서, 부모와 가족의 소중함을 아무리 교육해도 봉사활동 현장서 직접 체험하며 한번 느끼는 것 만 못합니다. 또 건강이나 가족 등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겸손함도 배우더군요.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 전에 남의 입장을 생각하는 성숙한 모습을 볼 때면 대견하기도 하구요. 가족과 함께하는 봉사는 그야말로 아이들을 위한 산교육인 셈입니다.”

 

 

▲아이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장애인, 독거노인 등 사회소외계층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떨쳐냈다.

 


아들은 최근 새로운 봉사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외식조리학과에 재학 중인 아들은 전공을 살려 어려운 사람들이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요리를 가르칠 계획이다. 얼마 전에는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꾸준하게 이어온 봉사활동은 아들의 생각과 행동을 넓고 깊게 만들고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의 봉사를 곁에서 지켜보던 남편의 변화도 컸다. 처음에 남편은 가족들을 봉사 장소로 데려다주거나 경제적 후원을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한두 번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아이의 인성과 가족의 화목을 위해서는 가족봉사가 필수”라며 봉사 활동을 권할 만큼 적극적인 봉사자가 되었다.


봉사를 통한 가족의 변화를 직접 체험한 윤단장은 선재가족봉사단 창립 후 지금까지도 ‘가족 단위 봉사’라는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 할 때 봉사의 기쁨, 보람은 몇 배로 커지는 동시에 남을 위한 봉사가 나를 위한 사랑이 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선재가족봉사단은 매월 한 차례 곡성흥산보금자리 요양원에서 봉사활동 펼치고 있으며 1년에 두 번씩 소외된 이웃을 위한 연탄배달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광주천 정화활동, 적십자 봉사활동 등 선재가족봉사단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힘을 보탠다. 2010년 12월에는 담양에 있는 ‘예수마음의 집’을 찾아 어르신들과 함께 공연을 하며 종교의 벽을 넘어선 뜻 깊은 봉사를 펼치기도 했다.


사춘기 갈등 봉사하며 대화로 풀어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가 해체되고 ‘생활공동체’라는 껍데기만 남은 핵가족이 도시를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윤 단장이 던져주는 ‘가족’과 ‘나눔’의 메시지는 간결하지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봉사는 겉으로 봤을 때 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받는 것이 더 많습니다. 특히 가족과 함께하는 봉사는 의미가 더욱 남다르죠. 경쟁과 효율만을 추구하는 척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눔의 철학을 가족과 함께 공유하는 행위는 가족간의 관계를 개선시키고 결과적으로 삶을 윤택하게 만듭니다. 봉사는 보여주기 위함도 자랑하기 위함도 아닙니다. 내 삶속에 숨쉬고 있는 따뜻함을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것, 그것이 바로 봉사입니다.”
 

광주=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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