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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관 스님이 직접 쓴 출가 동기

기자명 법보신문
  • 추모특집
  • 입력 2012.01.09 15:11
  • 수정 2012.01.11 16:39
  • 댓글 0

어릴 때부터 자주 절 왕래 탁발승 법문 듣고서 출가

 

▲60년만에 고향을 찾은 지관 스님이 마을주민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경북 포항시 청하면 유계리가 고향인 지관 스님은 1947년 출가 이후 친인척들의 방문에 한결같이 냉담했다. 출가자가 속가의 인연에 얽혀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 스님이 2010년 4월, 60년 만에 고향을 방문했다. 그때 문중과 마을사람들은 스님에게 ‘고향방문기념비’를 요청했고, 이에 스님은 3200여자의 비문을 썼다. 이 중 스님이 스스로 밝힌 출가 동기와 마지막 게송 부분의 일부를 게재한다. 편집자


부친께서는 유계리 678번지의 옛 집터에서 9세의 맏아들을 잃고 시름에 잠겼다가 옥녀직조형(玉女織造形)인 이 자리로 옮기면 후손이 융성하리라는 풍수의 조언에 따라 집터를 옮겼으나 이 터는 다시 논으로 변하였다가 이제는 다행히 저수지의 경계를 벗어나 이렇듯 지난날의 자취를 새긴 정석(貞石)의 터전이 되었다.


나는 집터를 옮긴지 3년 후인 1932년 음력 5월11일(양력 6월14일) 이곳에서 태어났으나 5세 때인 1936년 음력 8월12일 41세의  모친을 여의었고 15세 때인 1947년 음력 1월25일 부친마저 55세로 돌아가시니 고애자(孤哀子)가 된 나의 소년시절은 아득하고 캄캄하기만 하였다. 1945년 광복 전후 그리고 시대와 민생이 전화(戰火)에 절망하던 한국전쟁 그 사이 나의 인생행로는 크게 바뀌었다.


10세 이후 이름 모를 병을 얻어 백약이 무효이던 어린 나를 부친은 황바위골 절에 요양차 머물게 한 이후 공양미를 등에 지고는 기암절벽 사이의 법성사 오름길을 자주 왕래하셨다. 청수(淸秀)한 도량에 머물며 관세음보살 육자대명왕진언인 옴마니반메훔을 간절히 칭명한 영험으로 나의 병은 완쾌되었고 마침 해인사에서 탁발 나온 용명(龍溟) 스님의 법문을 듣고는 출가를 결심하였다.


1947년 해인사로 가서 자운대율사 스님을 은사로 하여 득도한 후 이어 봉암사선원으로 옮겨 정진하던 중 빨치산 야습으로 경찰로부터 대중해산 명령을 받고 떠나 울릉도 성인봉 밑 주사굴에서 생식정진(生食精進)하다가 오대산 방한암 스님 회상을 찾아가던 중 주문진에서 6·25를 맞았다. 부득이 남행하여 고향 근처인 보경사 서운암 용화선원에서 정진하던 중 형님 가족 모두 호열자로 생사를 넘나든다는 전갈에 부득이 이곳을 왕래하며 간호하던 그때가 경인년이고 다시 찾은 올해 또한 경인년이니 60년만의 고향 방문이 되었다.


유계리의 이 자리는 이몸받아 태어난곳/ 나기전엔 뉘였으며 난후에는 누구인가/ 본래면목 살펴보니 色도相도 없건만은/ 六根門이 반연하여 모든분별 일으키네./ 본지풍광 그고향은 실향한지 오래언만/ 모든중생 미혹하여 찾을생각 전혀없네/ 부처님은 이를 보고 어미잃은 고아라고/ 애민심을 일으키되 적자처럼 보살피다./…신라인의 기백으로 羅麗濟를 통일했듯/ 오늘날의 우리들도 일월정의 기를모아/ 남과북이 통일되고 국민모두 하나되어 이나라의 이민족을 복되도록 하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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