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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총 스님이 본 ‘지관 스님의 일상’

  • 추모특집
  • 입력 2012.01.09 15:32
  • 수정 2012.01.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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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받들며 자신에게 철저…삶 자체가 연꽃”

 

▲ 2009년 10월 총무원장 퇴임식에 함께 한 혜총 스님과 지관 스님.

 

 

“지관 사숙님이 가시는 곳마다, 인연 닿는 곳마다 부처님의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부처님 꽃이 피니까 사람들도 진면목을 바르게 볼 수 있었던 겁니다. 큰스님 감사합니다.”


1월4일 지관 스님의 법체를 모신 해인사 보경당에서 조계종 전 포교원장 혜총 스님을 만났다. 보경당에서 금강경 독송이 끝나가자 이내 대중 스님들 대부분이 각자의 방사로 돌아갔으나 혜총 스님은 영정을 바라보면서 말없이 앉아 있었다. 생전 유지대로 꽃 장엄 없이 흰 천으로 꾸민 소박한 영단, 큰스님을 바라보던 혜총 스님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스님이 바로 꽃이야, 사숙님의 삶 그대로가 부처님 꽃이었어.”


혜총 스님은 늘 지관 스님과 함께했다. 막 출가했을 땐 문중의 삼촌이었으며 해인사 강원 학인시절엔 강주였고, 조계종 포교원장 재임 때는 종단을 대표하는 총무원장으로서 혜총 스님을 자비와 지혜로써 이끌었다. 그 인연의 세월이 반세기를 넘긴 59년이다. 법연(法緣)으로 맺어졌으니 지관 스님의 원적에 대한 안타까움과 상실감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으리라. 혜총 스님은 자비로움이 여전한 지관 스님을 지켜보면서 “‘무상’(無常)의 이치를 받아들이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라며 쓸쓸해했다.


“진리가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스님만 그렇게 가시는 것이 아니고 우리도, 또 후배들도 뒤를 따르겠지요. 스님의 행적을 면면히 들여다보니 ‘과연 훌륭하시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밤을 지새우며 생각해 봤지요. 스님과 다른 스님, 또 스님과 일반인 그리고, 스님과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일체의 것들을 비교해 보니 ‘진리에 귀의해 사시다가 진리에 입각해서 세상을 떠난다’는 것이 그 얼마나 행복한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리 생각하니 스님은 한편으로는 “기쁘다”고 했다. 스님이 학인이었을 때 해인사 강주였던 지관 스님의 모습은 ‘늘 대중을 받들었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지관 스님은 조석예불을 한 번도 거르지 않았으며 모든 불단에 꼭 예불을 모셨다고 한다. 저녁에 해가 저물면 아무도 없는 시간에 화장실에 들러 깨끗하게 청소하는 지관 스님을 발견하곤 부끄럽기도 했다. 당신보다는 늘 먼저 도량을 살피고 대중을 먼저 생각하는 게 몸과 마음에 배어 있는 일상의 스승이었다.


“아마도 스님의 이러한 성품은 자운 노스님에게서 물려받은 ‘습의’일 겁니다. 자운 큰스님은 약이 있으면 약을 주시고 옷이 있으면 옷을 주시고 책이 있으면 책을 주시면서 지관 스님을 키우셨습니다. 자운 스님도 그러셨고 성철, 향곡, 운허, 영암 스님도 그렇게 스님을 아끼셨습니다.”


스님은 금석학의 대가였던 지관 스님의 가산불교대사림을 편찬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찬탄하고 감사해 했다. ‘역사가 없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소신으로 가산불교대사림 편찬 원력을 세운 스님으로부터 직접 계획을 들었다.


“스님으로부터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반대했지요. 기간이며 소요되는 비용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입니다. 그랬더니 스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잘 진행하면 15년이 걸리고 조금 늦추면 18년간이 걸린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고 금생에 다 못하면 내생에 와서 또 하겠다’고 하셨어요. 그 말씀을 듣고 저 역시 스님께 삼배를 올렸고 미력이나마 도와드리겠다는 원을 세웠습니다.”


지관 스님은 늘 잠이 없었다. 혜총 스님은 “총무원장 재임 시절에도 그 많은 원고를 밤을 꼬박 새우면서 대부분 직접 쓰셨다”면서 “좀 쉬면서 하시라고 하면 ‘시간이 얼마 없는데 잠 잘 것 다자면 언제 하겠느냐’며 선잠을 주무시곤 했다”고 말했다.
 

해인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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